(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남북 대화가 단절되고, 북핵 능력이 고도화되고 있는 현 상황을 방치해선 안 된다"며 "가능한 분야부터 남북 교류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국제사회의 관계 정상화 노력도 적극 지원하며 실용적·단계적 해법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을 마치고 이집트를 찾은 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알 아흐람' 기고문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지난 9월 뉴욕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처음 공개한 한반도 'END 이니셔티브', 즉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 추진 원칙을 재천명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이집트가 만들어 나갈 모든 미래의 기본적 토대는 평화"라며 "한·이집트 모두 지역의 평화가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을 뼈저리게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로 수교 30주년을 맞은 양국은 2016년 '포괄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외교 관계를 격상했다.
이 대통령은 "이집트 국민은 많은 불확실성 속에서 중동의 평화를 위해 기여하고 있다"며 "가자지구 사태 속에서 이집트는 중재국으로서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 외교적 인내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그러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는 이집트의 노력을 역대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에 비유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년간 가자지구 사태 속에서 이집트는 중재국으로서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 외교적 인내를 보여줬고, 대한민국도 지난 70여년간 동북아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여정을 계속해 왔다"면서 "중동 평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꾸준히 동참해 온 한국과 한반도 평화를 일관되게 지지해 온 이집트 간 평화 협력의 폭이 앞으로 더 넓어질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경제와 문화 분야에서 양국 협력의 확대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이집트는 모두 대륙·문화·교역의 가교라는 지정학적 운명 속에 불굴의 의지로 찬란한 문명을 꽃피운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다"며 "이집트는 나일강의 범람을 파피루스에 세밀하게 기록하며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문명을 일궜고, 한국도 한강을 중심으로 국가를 발전시켰다"고 소개했다.
이어 "1995년 한국과 이집트 수교는 공동 성장을 이룩할 결정적 계기였다"며 "이집트 베니수예프주의 삼성전자 공장과, 샤르키아주의 LG전자 공장에서 삶을 풍요롭게 만들 TV, 세탁기, 최신 스마트폰이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 기업의 메트로 전동차는 카이로 시민들의 발이 돼 일상을 함께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배움에 목말라 매일 초등학교까지 왕복 4시간을 걸어 다녔던 기억이 있기에 교육의 힘을 잘 알고 있다"고 회고하며 "양국의 교육 협력은 단지 지식의 이전이 아닌 어려운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여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문화 분야 협력과 관련해 "이집트에서 한국 음악과 드라마 얘기가 꽃을 피운다고 한다"며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이집트를 사로잡았다는 점에서 감개가 무량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은 "이집트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비전 2030'의 가장 신뢰할 파트너는 대한민국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린다"며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한국이 나일강의 기적을 일궈낸 이집트인들의 원대한 여정에 함께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한·이집트 정상회담에 이어 카이로대에서 대(對)중동 정책을 담은 '카이로 구상'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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