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조달로 넘어간 투자 사이클…"현금 창출력 우려는 타당해"
(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엔비디아의 사상 최대 실적에 따라 AI 투자심리가 해빙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으나, 훈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연준 이사의 발언으로 빅테크에 대한 수익성 우려가 타당하다는 인식은 다시 힘을 얻었다. 전문가들은 이제 '파티'를 넘어 승자와 패자가 나뉠 시간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황신해 LS증권 연구원은 21일 "IB의 엔비디아와 AI 관련주 투자의견 상향에도 밸류체인 전반이 하락 전환하며 낙폭을 키웠다"며 "여전한 AI 버블 경계 심리와 인하 기대 후퇴, 쿡 이사의 자산가격 하락 가능성 언급 등이 반영됐다"고 봤다.
간밤 뉴욕 증시는 기술주 투매 속에 약세로 마감했다. 엔비디아의 '블록버스터' 실적에 장 초반 급등했으나, AI 거품 우려가 다시 힘을 발휘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84% 내렸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56% 하락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2.16% 밀렸다.
특히 나스닥지수는 장중 2.6% 급등하다 결국 2.2% 급락했다. 엔비디아 역시 장 초반 5% 상승에서 3.2%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다. 옵션 만기일과 알고리즘 매매까지 더해져 장중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연준 고위 관계자는 현재의 자산 가격에 대해 우려 섞인 발언을 내놓았다. 리사 쿡 연준 이사는 "현재, 내 인상은 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라며 "주식과 회사채, 레버리지 론, 주택을 포함한 여러 시장에서 자산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벤치마크 대비 높다는 게 우리의 평가"라고 언급했다.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에서 주당순이익(EPS), 매출의 성장이 관측되었음에도, 경고성 메시지에 시장은 AI 기업의 투자 지출에 대해 날 선 반응을 보였다.
황 연구원은 "급증한 매출 채권과 매출처 쏠림 현상 등이 포착돼 자산 가격의 버블을 경계하는 시장의 우려를 자극했다"고 설명했다.
LS증권은 엔비디아의 매출채권이 지난 230억7천만달러에서 333억9천만달러로 급증했으며, 매출 비중의 10%가 넘는 4곳의 고객사가 전체 매출의 61%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의 숫자들은 현금 창출 능력이 낮고, 투자 지속을 위해 부채를 쌓아가야만 하는 기업들에 대한 우려를 불어넣었다.
황 연구원은 "AI 투자 빅테크 중 현금 창출 능력이 가장 낮다고 평가되는 오라클을 중심으로 AI 버블 붕괴 헤징 움직임이 등장했다"며 "오라클의 CDS 프리미엄은 최근 3개월간 3배가량 급등했다"고 언급했다.
박윤철 IM증권 연구원도 버블론이 과도할 수는 있지만, 빅테크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는 타당하다고 짚었다.
박 연구원은 "결론적으로 수익성에 대한 우려는 타당하다"며 "AI 과열경쟁 국면에서 이미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 지출이 예정되어 있고, 추정치 상향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현금 흐름 압박이 생기기 시작함에 따른 회사채 발행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수익성 논란으로 주가 변동성이 높아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짚었다.
다만 회사채 발행에 더한 CDS 동반 상승이 AI 버블 붕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너무 앞서간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 연구원은 "회사채 발행에 이어 유상증자, 전환사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중소형 IA 기업과는 다르게 빅테크의 현금 여력은 충분한 상태"라며 "만약 문제가 생기더라도 지정학적 갈등에 기인한 범국가적 산업인 AI에 대한 지원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레벨은 회사채 발행이 버블 붕괴를 의미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엔비디아 중심의 AI 생태계 순환투자 구도가 형성되어 있어 압도적인 실적과 현금을 바탕으로 한 엔비디아 자체의 QE 여력도 충분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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