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종혁 기자 = 국민연금공단이 지분을 보유한 하나금융지주에 최초로 사외이사를 파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회사뿐 아니라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강화될지 금융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대주주인 국민연금에 직접 사외이사 파견을 요청했고 국민연금이 이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검토하면서 국민연금 지분이 큰 기업들이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국민연금의 한 관계자는 13일 "하나금융으로부터 사외이사 파견을 요청받았다"며 "검토를 해보고 있지만, 주총이 이달 말이어서 시간이 촉박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작년 12월16일 기준으로 하나금융지주의 지분을 9.36%나 가진 최대 주주다.

▲국민연금 '촉수' 앞으로 확산 = 국민연금의 첫 사외이사 파견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연금이 최대 주주인 국내 금융회사와 기업이 상당한 숫자라는 점 때문이다.

앞으로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제도 등을 활성화한다면 금융권과 재계에 구축되는 '촉수'는 엄청난 권력이 될 수 있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종목이 190개나 된다.

국민연금이 1대 주주주인 상장사는 하나금융 외에 신한금융(지분율 7.3%), KB금융(6.8%), KT(8.5%), 포스코(6.8%), 제일모직(8.6%) 등이다.

국민연금은 또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지분율이 6%에 달해, 삼성생명(7.47%) 다음으로 많다. 삼성그룹의 다른 한 축인 삼성물산은 8.97%로 개별 주주로는 가장 많다.

현대차그룹의 현대자동차는 현대모비스(20.78%) 다음인 5.95%, 기아자동차는 현대차(34.04%) 다음인 7.04%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국민연금 자율로 이뤄져야 = 향후 관건은 정부나 정치권의 의지를 배제하고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 제고를 위한 순수한 목적에서 사외이사 파견 등의 주주권 행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소수 지분을 가지고 과도하게 경영권 행사를 하는 재벌 오너나 다른 최대 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순기능이 발휘된다.

주식시장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안정적인 장기투자를 통해 수익가치를 극대화하는 투자방식 중의 하나일 뿐으로 봐야 한다.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허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이은정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주주권이 강화되면 재벌을 견제할 수단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방향이 아직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날 끝난 하이닉스 이사회에서 현재 재판중인 최태원 SK회장에 대한 이사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다"며 "앞으로 국민연금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계를 비롯한 기업들은 국민연금의 사외이사 파견이 연기금 사회주의나 또다른 경영간섭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외부의 간섭을 없애려면 국민연금기금을 자율적 의사결정체계를 갖추는 공사로 독립시키거나 보건복지부 등 특정 부처가 아닌 이해 관계가 중립적인 국무총리실 밑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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