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전력공사, 강원도, IBK기업은행. 이 세 곳의 공통점은 최근 국내외 채권 조달 시장을 악화시킨 주범으로 증권가의 화살이 향한 곳이라는 점이다.

매달 조 단위 발행물을 쏟아내 국내 크레디트물 가산금리(스프레드)를 끌어 올린 한국전력공사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보증 불이행으로 단기금융 시장을 초토화한 강원도에 이어 최근 한국물(Korean Paper)에서는 IBK기업은행이 시장을 악화시켰단 비판을 받고 있다.

1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이달 6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144A/RegS) 조달에서 무리한 발행으로 마침 매크로 리스크 등으로 불안감이 커지던 한국물 시장 위축세를 더욱 빠르게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녹록지 않은 시장에서도 저금리 조달을 마쳤단 성공담 이면에 시장 전반의 부담을 증폭시켰단 비판이 따라왔다.

최초제시금리(IPG, 이니셜 가이던스) 단계부터 한 치의 금리 양보 의지도 보이지 않았던 데다 외화채로는 흔치 않게 주관사단이 일부 물량을 인수토록 해 발행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후 투자자들이 물량을 던지면서 동일 만기 미국 국채 대비 70bp 높은 스프레드로 발행했던 해당 채권의 유통금리는 100bp 턱밑까지 치솟았다. 관련 업계에서는 인수 물량을 처리해야 하는 주관사단 등이 채권을 던지면서 스프레드 상승세를 가속한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무조건 싸게 찍겠다는 욕심이 시장 전반을 흔들었다. IBK기업은행 유통금리가 빠르게 올라가면서 이후 한국물 기준점 또한 이에 맞춰져 상승세를 피하지 못했다"며 "꾸준한 조달로 한국물 시장을 전혀 모르지도 않는 발행사가 이런 악수를 뒀다는 사실을 더욱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파장은 곧 한국물 전반에서 드러나고 있다. '차이나 런(china run)' 현상 등으로 아시아물에 대한 투자 외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IBK기업은행 유통금리 상승은 한국물 전반의 스프레드 확대를 가속했다.

뒤이어 증액 발행(리오픈)에 나선 KDB산업은행은 세 자릿수 스프레드를 감수해야 했다. 이달 들어 한껏 움츠러들었던 한국물 발행 시장은 이후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은 이겨야 할 대상이 아니다. 발행사와 투자자와의 관계 속에서 신뢰를 쌓아나가는 곳이다." 한 발행사 자금 담당자가 정의한 금융시장이다.

시장을 꺾으려 했던 세 하우스는 결국 시장 악화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무조건적인 자금 마련에 혈안이 된 한국전력공사와 시장을 정치적 이벤트의 장으로 여긴 강원도, 당장의 금리 절감에 집중한 IBK기업은행 등의 행동이 시장 전체를 뒤흔드는 나비효과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결국 조달 시장은 차례로 하나씩 문을 닫고 있다. 한전채발 원화 장기 시장 위축에 이어 강원도 ABCP발 단기 시장 경색이 더해져 국내 채권시장 자체가 마비됐다. IBK기업은행 딜 이후에는 기업들의 한국물 발행 행렬마저 끊겼다.

또 다른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는 "지난 10여 년을 돌아봐도 이렇게 조달 환경이 위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 남은 곳은 외화 단기 시장 정도"라며 "전 세계적으로 금융을 둘러싼 불안감이 커지면서 일부 발행사의 섣부른 행동 등이 시장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IBK기업은행은 이에 대해 "한국기관 발행 고전 및 유통금리 확대는 투자자들의 조기 북 클로징과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아시아물 리프라이싱 과정에서 차이나 런이 발생한 게 주된 원인"이라며 "주간사 투자물인 5천만 달러 또한 만기 보유계정에 담겨 시장에 매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투자금융부 피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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