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수탁액 10배로…"자식 키우는 마음으로 접근"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상민 기자 =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국내 채권형으로만 2월 기준 12조4천억원의 운용자산(AUM)을 주무르는 매니저. 팀원들과 함께 1조원 규모의 펀드 수탁액을 10년 새 10배로 키운 주인공.
박빛나라 한투운용 FI운용2부 부서장은 여기서 더 나아가 최근 화제가 된 설정액 1조원을 돌파한 공모펀드 책임 운용자가 됐다. 그가 책임을 지고 있는 한투운용의 크레디트 위주 공모펀드에는 지난달 약 4천6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박 부서장은 6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상대가치에 집중했다"며 "펀드 내 수백 종목의 변화추이를 보고 스프레드를 보는 과정에서 더 나은 대체재를 찾으며 끊임없이 매도-매수 교체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20기관이 넘는 곳에서 각기 다른 상품군을 위탁받아 위험감내도, 평가주기, 투자시계에 따라 자금 성격에 맞게 운용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재료가 과대반응할 때도 균형을 가지며 투자시계열을 길게 보고 숫자에 기반해 계산하려 한다"고 말했다.

박빛나라 한국투자신탁운용 FI운용2부 부서장
[출처: 한국투자신탁운용]



◇상대가치 집중…"끊임없는 대체재 주목"

박 부서장은 바텀업 종목을 바탕으로 섹터, 만기, 종목 간 상대가치 분석 투자에 주력하는 펀드매니저다.

연기금의 크레디트 3조6천억원을 포함해 주택도시기금, 우정사업본부, 연기금투자풀, 노동부, 생명보험사의 변액채권형 등 그의 크레디트와 일반채권형 책임운용 규모는 약 10조원이다.

박 부서장은 2009년 한투운용 채권전략팀으로 채권 시장에 첫발을 디뎠다. 지난 2월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를 진행한 이미연 한투운용 FI운용본부장과는 12년 동안 함께 일해 왔다.

입사 초기부터 현재까지 그는 팀원들과 함께 제안서를 쓰고 초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며 펀드를 키워왔다. 박 부서장은 이를 '자식 키우는 느낌 같은 보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화려하진 않아도 (펀드가) 자식을 키우는 마음으로 키워나가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초과 성과를 위해 종목이나 신용등급 등 상대 가치 부분에 집중했다.

예를 들어 회사채 투자는 디폴트 우려보다는 유동성 프리미엄을 포함한 다양한 리스크 프리미엄이 녹아 있다는 것이다. 신용등급 등 하방 이슈에도 자산가치나 투자 시기 등을 고려했을 때 방어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강하게 들어가는 식으로 대응했다.

컨센서스를 수용한 전제 안에서 채권에 가격변수가 다 반영돼 있는지 꾸준히 점검한다고 강조했다.

박 부서장은 펀드 안 수백 개의 크레디트 종목 변화추이를 보고, 스프레드를 보며 더 나은 투자 대체재를 관찰해 왔다.

펀드 가이드라인에 부합하고 충분한 금리가 보장될 때 가격이 바뀌면 가치도 바뀐다고 생각하며 변화추이를 주시하는 것이다.

그는 발행·유통금리 점검해 만기와 등급별로 동향을 파악하면서 민평금리에만 의존하지 않으려고 한다고도 말했다.

◇당국 스탠스 읽기…국내채권형 마켓쉐어 1등 목표

박 부서장은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도 기민하게 반응해왔다. 대표적으로 물가연동국고채(물가채) 디스카운트 사례가 있다.

기획재정부가 2017년 물가채 발행방식에 문제 삼았는데, 그는 이때 물가채 디스카운트, 즉 구조적 저평가가 개선되겠다고 전망했다.

당시 물가채가 시중 물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지적에 기재부는 국고채 전문딜러(PD) 평가에서 물가채의 인수와 교환 실적을 제외했다. 물가채 인수와 교환 실적이 PD 평가에 들어가 물가채를 일단 인수한 후 시장에 매도하면서 물량이 쏟아지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BEI(손익분기 인플레이션)가 20bp까지 갔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그는 허용되는 리스크 안에서 비중을 확대했고 결국 4년 만에 과실을 맺었다.

박 부서장은 "주식이 PBR(주가순자산비율) 밴드 같은 것을 적용해 자신감을 가지듯이, 대체재 대비 캐리, 스프레드를 계산해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11월 레고랜드발 자금 경색 상황에서 박 부서장은 정부 스탠스가 달라졌다는 것을 파악해 투자자들에게 미리 연락을 취하기도 했다.

그는 안전과 수익을 동시에 맞추기 힘들다는 것을 인지하며 개별 종목에 대한 분석, 공시 자료 이외에 발행사들의 생각을 듣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세우며 소통해왔다.

한편 그는 다양한 사이클에서 회사채 펀드의 유동성 관리도 집중해왔다.

박 부서장은 "고유동성 자산도 보유하면서 강세장, 약세장 사이클에서 적시에 자금을 내주면서 포트폴리오 능력을 검증받았다"고 설명했다.

그가 책임운용 중인 크레디트 ESG 펀드는 지난 2019년, 2021년에도 설정액 1조원을 달성했다.

사인·코사인 함수를 그리듯 굴곡진 자금 유출입의 파도를 겪었다. 이는 결국 긴 트랙 레코드와 운용 일관성으로 승화돼 신뢰를 높이는 요소가 됐다.

산전수전을 겪어온 그는 앞으로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
박 부서장은 "국내 채권형 펀드 시장에서 마켓쉐어 1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꾸준히 잘해서 30조원까지 자산을 늘려 저희 팀원들과 함께 성장하며 과실을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다만 박 부서장은 수십 년 사이클 경험한 게 아니라 매년 배우고 보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0년 이상 해왔지만, 업계에서는 젊은 피에 속해요. 그만큼 레코드를 검증받고 펀드의 오너십을 가지며 큰 기관의 자금을 책임운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려요. 펀드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믿고 맡겨준 고객에게 성과로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sm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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