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인프라와 상품 다양화, 투자자 유인책 중요"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상민 기자 = 증권사와 대기업, 가상자산업계 등 산업계 간 업무협약(MOU)과 STO(토큰증권 발행) 협의체 설립이 무르익고 있다. 과거 인터넷은행(인뱅) 출범 당시 그랬던 것처럼, STO 개화 시 어느 증권사가 가장 큰 시너지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본격적으로 MOU와 분산원장(블록체인) 기업 등이 참여하는 토큰증권 협의체를 구성하고 있다.

SKT와 미래에셋증권은 오는 30일 업무협약(MOU)을 맺을 예정이다. STO 협의체인 '넥스트파이낸스이니셔티브' 결성을 위해 MOU를 체결한다.

미래에셋증권 고위 관계자는 "산업별로 큰 그룹을 묶은 얼라이언스를 기획할 예정이다"며 "SKT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진행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증권 분야 1위 업체 간 동맹인 만큼 토큰증권 시장에서 미래증권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인프라 구축과 관련한 협의체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보고 있다. 발행과 유통에 필요한 기술적 인프라 구축에 매력 있는 토큰증권 상품이 더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연합뉴스TV 제공]


토큰증권 협의체의 시너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발행과 유통 프로세스 구축을 위한 기술적 인프라가 있다. 조각투자 업체와의 MOU를 통한 다양한 토큰증권 상품 발행이 다른 한 축이다.

토큰증권 유통시장이 활성화되려면 먼저 다양한 상품이 발행되고 상장으로 이어져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 시장 단계에서 증권사들이 다양한 토큰증권 상품 발행을 위한 기회로 MOU가 맺어지고 있다"며 "(인프라와 상품 다양화 중) 어느 하나가 중요하다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인프라·상품 다양화 충족돼야…"투자자 모이는 곳 선점 효과"

증권사들은 몇 년 전부터 기술적 인프라와 상품 다양화를 위한 조각투자 업체 간의 협업에 힘 써왔다.

플랫폼과 상품의 매력으로 투자자들이 모이는 곳에 선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시장이 열리면 결국 얼마나 많은 투자자가 유입이 되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먼저 KB증권은 지난해 SK C&C와 MOU를 맺었다. STO 발행 및 유통 플랫폼을 개발할 예정이다. 지난 8일에는 토큰증권 사업자와 협업 강화를 위해 'ST오너스'를 구성하기도 했다. SK C&C·EQBR·하이파이브랩·웨이브릿지 등 기술 전문기업이 모였고 스탁키퍼(한우), 알엔알(영화 콘텐츠 배급), 웹툰올(웹툰), 펀더풀(공연·전시) 등이 참여했다.

전일에는 상업용 부동산 가치평가 기업 오아시스비즈니스와 토큰증권 사업화와 유통서비스 협업을 위한 MOU를 체결하는 등 STO 시장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2일 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과 '한국투자 ST 프렌즈'를 결성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IT인프라 기술력과 카카오뱅크·토스뱅크의 플랫폼 경쟁력으로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4일 'STO 비전그룹'을 출범해 조각투자 기업, 블록체인 기술기업과 협의체를 구성했다.

한화투자증권은 람다256과 2020년부터 파트너십을 이어오며 투자와 함께 블록체인 사업을 진행해 왔다. 블록체인 전문기업 람다256은 신한투자증권과도 STO 플랫폼 사업 추진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신한증권은 핀테크 기업 에이판다파트너스를 이지스자산운용, EQBR과 함께 설립했다. 올해 하반기까지 기관이 투자한 실물자산을 담보로 대출채권을 유동화하는 STO 플랫폼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신한증권은 STO 얼라이언스를 지난달 6일 가장 먼저 구축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현재 50개 내외의 기업이 참여했다"며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협의 단계"라고 밝혔다.

키움증권은 한국정보인증, 블록체인 업체 페어스퀘어랩과 지난 1월 MOU를 맺고 STO 발행, 유통 플랫폼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키움증권은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인 테사와도 협력하고 있다. 부동산 디지털 거래 플랫폼인 펀블과도 STO 시장 협력에 나섰다.

펀블에서 실제 건물을 토대로 수익증권을 토큰화하면 투자자들은 이를 매매할 수 있다. SK증권은 계좌 관리 기관으로 펀블과 협업하고 있다.

SK증권은 지난해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을 운영하는 열매컴퍼니와 MOU를 맺고 미술품을 기반으로 한 STO 상품 개발을 추진 중이다. 또한 디지털 자산을 보안 감사하는 해치랩스와도 협약을 맺었다.

지난 15일 대신파이낸셜그룹은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인 카사를 인수했고,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22일 SK증권, 한국해양자산거래(KMAX)와 해양자산 관련 토큰증권 사업을 위한 MOU를 맺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선박 금융, 부동산 조각투자 등을 위해 한국토지신탁, HJ중공업과 MOU를 체결했다.

삼성증권은 TF팀을 중심으로 STO 관련 리서치와 함께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을 운영하는 투게더아트와 협력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증권사들의 MOU는 한쪽에 치우쳐 있지 않다"며 "블록체인 기술 기업부터 조각투자 업체 등 다양하게 MOU를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신사업 영역인 만큼 선점 효과에는 목소리가 갈리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금융위원회의 가이드라인 구체화와 함께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한 만큼 증권사의 규모가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신설되는 발행인 계좌관리 기관과 (STO) 장외거래에 관한 기준이 아직 없다"며 "이는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주체 간 협력 강화에 머무르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sm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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