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목숨 걸고 하는 거죠. 미매각만 안 되길 바라면서…"

연일 상승하는 채권 금리 속에서 기업 자금조달을 담당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고민은 커졌다. 연말을 향해가고 있는 4분기, 기업들은 채권발행시장(DCM) 조달 미매각이 발생할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연말 인사 시즌을 앞둔 시점이라 CFO '직을 건' 조달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채권 발행사(기업)와 기관의 목표 스프레드 온도 차가 커지고 있다. 발행사의 목표 조달 금리와 비교할 때 기관 투자자들의 크레디트물 수요 열기는 식고 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발행사의 금리 수준 대비 기관들의 심리는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어느 한순간 회사채 금리가 확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발행사와 기관, 증권사 간 금리 궤적 시각차도 크다. 발행사는 내년 상반기 금리가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고 보지만, 시장 쪽에서는 반대편의 목소리도 나온다. 크레디트물의 약한 고리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슈 등이 내년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렇다고 발행사는 4분기 발행 계획을 무작정 미룰 수도 없다. 발행을 내년과 나눌 수는 있지만, 시장 상황이 안 좋아도 자금 계획상 적기에 조달은 해야 한다.

민평 대비 아주 높은 수준의 발행과 미매각은 기업에도, CFO들에도 큰 부담이다. 지난 7일 삼척블루파워(A+)는 2천5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을 겪었다.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이슈로 기관 미매각이 발생했지만, 추가 청약에서는 캐리 메리트가 두드러지며 기사회생했다. 증권사 프라이빗 뱅커(PB) 센터 등에서 7%대의 고금리 채권 확보 움직임이 나타나며 미매각 물량이 대폭 준 것이다.

캐리 수요가 여전해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등급의 회사채도 리테일 수요로 충족되고 있다. 오히려 애매한 스프레드의 회사채는 기관이든 리테일이든 외면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운용사 채권 운용역은 "올 연말은 회사별로 크레디트물이 더 차별화되는 시장"이라며 "10월 수요예측에서도 미매각이 날 수 있지만, 반대급부로 기업 인지도 등에 따라 지점 리테일 수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10월에는 SK인천석유화학 신종자본증권(A+)을 비롯해 한국투자증권(AA), 롯데칠성(AA) 등의 공모 회사채 발행이 예정돼 있다.

채권 유통시장에서 회사채 AA-(무보증·3년물)는 전일 기준 4.654%를 기록했다. 국고채 대비 스프레드는 76bp 수준으로, 지난해 연말 170bp 이상 벌어졌던 것에 비해 안정된 모습이다.

다만 회사채 BBB-(무보증·3년물)은 전일 11.073%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11.591%로 최고점을 보인 뒤 올해 3월 10.323%까지 내렸지만 지난 7일 들어 다시 11%대에 진입했다.

크레디트물은 여러 대내외적 금리 상방 압력에 휩싸여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내년 말 점도표 상향으로 미 국채 금리는 상승세다. 미 10년물 금리는 지난 25일 4.5%를 돌파했다. 지난해 9월 강원중도개발공사(GJC)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 1년을 앞두고 롤오버 이슈도 불거졌다.

작년 고금리로 발행했던 단기 금융채의 차환 물량도 나온다. 우량물인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도 오는 4분기부터 풀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전채 발행도 다시 물꼬를 틀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연말 국내 회사채 시장의 스프레드 확대를 전망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과 유동성 확보를 위한 채권 발행이 확대되고 있다"며 "신용도 저하와 밸류에이션 부담 등으로 스프레드 확대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PF가 대다수 사업장에서 정상화 단계에 돌입한 점은 그나마 안도할 부분이다.

PF 대주단 협약은 지난달 말 기준 187개 사업장에서 이뤄졌는데, 이 중 152개 사업장에서 만기연장 등의 정상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나머지 23곳은 공동관리 부결과 함께 사업장 정리가 진행되고 있다. 전체 PF 대주단 중 144개가 브릿지론 사업장이고, 103개는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큰 비수도권이다.

증권사 크레디트 연구원은 "PF 정상화 펀드 2조원 확대 등 여러 조치로 PF보다는 연말 미국 기준금리 영향이 클 것"이라며 "작년처럼 크레디트 이벤트가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스프레드는 더 튈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금융부 한상민 기자)

여의도 전경, 여의도 증권가 모습
[촬영 류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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