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상민 송하린 기자 = 정부가 쏘아 올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이 국내 증시를 들뜨게 만드는 가운데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이 그 방법의 하나로 언급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 사이에서는 ADR 상장이 원주(ORD)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와 원주 밸류에이션 상승에 주는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는 회의가 엇갈렸다.

◇글로벌 기준 따라가게 하는 ADR 효과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기업 중 원주와 함께 ADR 부분 상장을 활용하고 있는 곳은 신한지주, KB금융, 우리금융지주, 한국전력, LG디스플레이, SK텔레콤, 포스코, KT 등 8곳이다.

ADR이란 미국 국적이 아닌 외국 기업이 자국에서 발행한 주식 중 일부를 담보로 은행을 통해 발행한 증서를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공개(IPO)를 거치는 직접 상장과는 다른 우회상장의 일종이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전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의 경우 밸류에이션 개선을 위해 현금 92조원 중 50조원 투입해 우선주 전량 자사주 매입 후 20조원 소각에 이어, '나머지 30조원 규모의 우선주를 미국에 ADR로 상장'을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ADR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 만큼, 지배구조 등 여러 측면에서 한국기업의 수준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해외에 ADR로 상장돼 있으면 실적발표 등 정보 투명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요구하는 조건들을 충족시키다 보면 미국에서 접근성과 정보 투명성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층을 확대할 수 있고, 달러를 환전 없이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ADR을 활용하고 있는 한 국내기업 관계자는 "미국과 같은 선진시장에 ADR을 상장하면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살 때 환율 헤지(hedge·위험 분산)를 해야 하지만 ADR 상장 시에는 달러로 거래가 가능하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정보 제공 자료를 통해 국내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ADR 가격에 원주 대비 프리미엄이 붙기도 한다.

연합인포맥스가 직접 집계한 결과 전일 기준 ADR에 프리미엄이 붙은 종목은 한국전력, SK텔레콤, LG디스플레이에 이어 KB·신한·우리금융지주 등이다.

신한금융지주, SK텔레콤, 한국전력, KB금융지주 ADR의 주당 가격이 원주 대비 각각 1.31%, 0.96%, 0.74%, 0.60% 높았다.

출처: 연합인포맥스


◇"원주 밸류업 보장하진 않아" 주장도

다만 ADR 상장이 원주의 벨류에이션(가치) 상승을 보장하는 건 요건은 아니다.

원주와 ADR이 1:2의 비율로 발행돼 유통되는 KT의 경우 KT ADR(NYSE)이 KT 원주(한국거래소) 대비 0.30% 주가가 낮게 거래되고 있다. POSCO는 이보다 큰 마이너스(-) 0.85% 수준으로 낮게 거래되고 있다.

강상훈 부산대 경영학과 교수는 "시장이 다르기 때문에 ADR과 원주의 정보가 서로 교환된다는 것인데 이를 기업 가치에 영향이 준다고 얘기하기에는 애매하다"며 "우리나라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자자가 이미 있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에 영향을 준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ADR이나 글로벌 주식예탁증서(GDR)의 경우 거래량이 적어 원주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경우 GDR 보통주는 런던시장에, GDR 우선주는 룩셈부르크 시장에 상장돼 있다.

이미 GDR도 미국 장외시장에 달러로 유통되고 있어 ADR이라고 할인율을 덜 받는 문제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증시에서 유통되느냐가 단순히 상징적인 의미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 관계자는 "미국 시장의 ADR이 원주식을 주도하고 있는데, 본국의 더 작은 이머징마켓(EM) 시장을 더 큰 증시에 상장된 ADR 주식이 선도하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밸류에이션은 별개로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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