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바클레이즈은행 서울지점이 재인가 15년만에 다시 문을 닫는다. 바클레이즈은행 서울지점은 지난해 등 꾸준히 수익을 창출했으나, 전사적으로 진행되는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피하지는 못했다.

바클레이즈는 과거에도 한차례 지점을 폐쇄했다가재인가를 받은지 15년 만에 다시 철수를 결정했다. 한국이 이른바 체리피커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비난과 함께 바클레이즈에 대한 이른바 '먹튀' 논란이 제기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바클레이즈는 서울지점 철수 발표와 함께 일부 직원들에게 출근하지 말라는 뜻을 전달하고 특정 기한까지 자진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키우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21일 은행과 증권 서울지점의 철수를 공식화했다. 이로써 바클레이즈은행 서울지점은 지난 2001년 국내 영업을 재개한 이후 15년 만에 철수한다. 바클레이즈는 지난 1977년 국내에서 첫 영업을 시작했다가 외환위기 직전이던 지난 1996년 2월 지점을 폐쇄한 바 있어 이번이사실상 두 번째 한국 철수이다.

바클레이즈가 전사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여파가 서울지점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과 홍콩, 싱가프로 등 일부 거점을 제외하고 아시아에서 철수한다. 결국 한국이 아시아 금융거점지역으로서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한 셈이다.

증권과 달리 바클레이즈 서울지점의 경영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 3분기까지 은행 당기순이익은 202억달러 가량을 기록했다. 자기자본수익률(ROE)도 4.02% 정도로 국내에 진출한 다른 유럽계은행들과 비교해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바클레이즈가 지점 철수→영업 재개→철수를 반복하면서 한국금융시장에서 이른바 '먹튀'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 것도 이런이유에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수익이 날 때만 진입했다가 여건이 조금 어려워지니 손쉽게 빠져나가는 행태를 반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금융당국도 철수하는 금융기관의 향후 재인가 요청 등에 보다 단호하게 대응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바클레이즈의 지점 및 은행 동시 철수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다른 해외은행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욱이 바클레이즈가 서울지점 철수 발표와 동시에 직원들에게 사실상 정리해고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진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날 바클레이즈는 일부 직원들에게 출근하지 말라는 뜻을 전달하면서 사실상 특정한 기한까지 자진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퇴사를 주문한 셈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 금융기관의 잇따른 철수에 추가적인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더욱이 강제휴가와 함께 사실상 퇴사를 종용하는 행위가 이뤄지는 등 적법한 절차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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