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채권시장에서 최근 10년 국채선물 거래량이 급증한 데 대해 국고채전문딜러(PD)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국고채 시장의 발전을 위해 장기선물 시장의 육성은 필수적이지만 미결제 약정 수량의 변동 없이 단순한 거래량만 늘어나는 것은 일종의 '착시효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지난 13일 국채선물 10년물 거래량은 사상 처음으로 7만계약을 넘어선 7만3천695계약을 기록하며 3년물 거래량을 상회한 데 이어 전일에도 6만5천893계약이 거래됐다. 15일 현재 10년 선물 거래량은 거래 경쟁이 과도했다는 PD들의 공감대 속에 제한적인 수준이지만, 일부 기관에 의해 과열 양상은 언제든지 재개될 수 있는 상황이다.

채권업계에 따르면 이틀 동안 10년 선물 거래량 증폭을 주도한 것은 일부PD사들이었다. 10년 선물 시장 조성은 기획재정부의 PD 평가에 결정적인 요소가 될 뿐 아니라 PD사들 간의 상대평가로 진행되기 때문에 PD들이 경쟁적으로 시장 조성에 나설 수 밖에 없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초 장기 국채선물시장 육성을 위해 10년물 시장조성에 대한 평가 배점을 기존 5점에서 8점으로 조절한 바 있다.

A PD사의 관계자는 "12월은 PD와 예비PD(PPD)들 간의 위치가 뒤바뀔 수 있는 PD 평가를 앞둔 마지막 달"이라며 "상대평가가 이뤄지는 탓에 다른 PD들의 시장 조성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표면적으로 보면 10년 선물 시장의 거래가 활발해졌다고 볼 수 있지만, PD사들이 실적을 위한 시장 조성에 나선 까닭에 미결제 약정 수량은 제자리 수준에 머물렀다"며 "이 같은 '치고받기'식 거래 속에 10년 선물 가격이 공정하게 형성될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B PD사 관계자는 "장기채 시장을 육성하자는 정부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현재 제도에 따라가기에는 시장이 미성숙한 상황"이라며 "10년물 시장 조성의 경우 베테랑 딜러들에게 업무를 맡길 수 밖에 없어 무의미한 거래 속에 회사 인력만 낭비되는 측면도 크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를 비롯해 외국계 은행들을 중심으로 PD사 지정에 대한 수요가 크다. 외국인 투자자들을 유치하는데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부가 올해 초 PPD 제도를 부활시켜 기관 간의 경쟁을 더욱 유인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이용해 당국이 현재의 과도 경쟁 양상을 방치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표면적인 거래량 증가가 아닌, 실질적인 장기시장 육성을 위해 구조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채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PD지정에 욕심을 내는 기관들 수요를 이용해 정부가 장기물 시장 육성에 나서는 것은 일면 바람직하다"며 "이들 기관이 국고채 시장 발전을 위해 일정 부분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PD들 사이에 10년 선물 거래량 경쟁이 붙으면 고급 인력이 다른 업무를 제쳐놓고 시장 조성에 매달려야 한다"며 "이런 비용들이 실제 시장 육성으로 얼마나 이어지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당국은 '10년 선물 거래량이 얼마가 늘었다' 등의 결과치에만 몰두한다는 오해를 사서는 안 될 것"이라며 "PD평가에 있어 10년 선물의 실제 포지션을 늘릴 수 있는 미결제 약정 수량에 대해 의무 조항으로 넣는 방안 등을 포함해 현재의 제도적 모순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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