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서울외환시장이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의 과격한 움직임으로 충격에 빠졌다.

외국인 주식 투매에 달러-원 환율이 약 열달 만에 처음으로 1,160원대로 올라선 가운데, 매도세가 멈추는 것 외에는 환율이 안정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테이퍼링 가능성과 개선되지 않는 국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남북관계의 긴장 등 다른 요인들도 원화에 부정적인 재료들이 부각되는 중이다.

◇갑작스러운 외국인의 투매…증시만 보는 환시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번 주 들어 전일까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3천억 원 이상을 투매했다. 지난 5월 14일로 끝난 주간의 6조3천억 원 순매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로 삼성전자 등 관련 기업에서 집중적인 매도세가 발생하는 중이다.

특이 이번 투매는 갑작스럽게 발생했다는 측면에서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더욱 당황하는 중이다. 외국인은 지난주에는 올해들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인 1조5천억 원 이상을 사들이며 자금 유입에 대한 기대를 키웠던 바 있다. 당시 주된 매수 종목도 삼성전자였다.

A은행의 한 딜러는 "지난주 증시 자금 유입으로 달러-원이 1,140원대 초반까지 내렸던 데서 갑작스러운 투매가 발생한 만큼 환율이 미치는 충격도 더 큰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달러-원은 이번 주 들어 전일까지 19원 이상 급등하며 1,160원도 뚫어냈다. 외환 당국이 역내외 시장에서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이어가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달러 매수 실수요가 몰리는 만큼 제어가 쉽지 않다. 딜러들은 전일에도 역송금 수요가 10억 달러 내외는 몰렸을 것으로 추정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외국인 매도세가 멈추는 것 외에는 달러-원의 상승세를 진정시킬 요인이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B은행 딜러는 "외국인이 매도세를 이어가면 달러-원도 더 오를 수밖에 없다"면서 "증시 외국인의 움직임을 추종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은 없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외국인 투매가 진정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지난밤 상승했지만, 반도체주 중심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마이크론 주가는 6% 넘게 추락했다.

◇원화 강세 요인도 희미…1,180원 가시권

외국인 투매가 환시를 지배하고 있지만, 다른 재료들도 원화 약세를 자극할 수 있는 요인이 우위인 상황으로 전환되고 있다.

우선 미국의 7월 고용지표 호조 이후 연준이 예상보다 빨리 테이퍼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강화되는 중이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 수준에 머물렀지만, 생산자물가(PPI)는 시장 예상을 훌쩍 넘어섰다.

미 국채 금리가 차츰 상승하는 가운데, 달러인덱스도 93선 부근까지 오른 이후 반락은 제한적이다.

국내 상황도 좋지 않다.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연일 2천 명을 넘나드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를 더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 경우 경기 재침체에 대한 우려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원화 강세 요인인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도 흔들리고 있다. 채권시장에는 연내 두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이미 반영된 상황인데, 코로나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이 경로를 고수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강화되는 중이다. 한은이 8월에 금리를 올리더라도, 추가 인상에는 한층 신중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적극적인 금리 인상을 고려했던 원화 강세 베팅 포지션이 되돌려질 수 있는 셈이다.

환시에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되고 있지만, 남북 관계가 험악해진 점도 부담이다. 북한은 최근 한미연합훈련을 두고 험악한 발언을 쏟아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자멸적인 행동"이라고도 했다.

그런 만큼 달러-원이 1,180원 선 등 차기 저항선을 향해 꾸준히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강화되는 중이다.

C은행의 딜러는 "1,160원 선 위에서는 거래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형성된 저항선이라고 볼 수 있는 레벨이 마땅치 않다"면서 "당국 움직임이 변수지만 숏스탑 등으로 인해 달러-원이 1,180원대까지 손쉽게 오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D은행 딜러는 "달러 강세 등 다른 테마로 움직인 환율이 아니라고 본다"면서 "외국인 매도세가 멈추기만 한다면 달러-원도 하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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