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올 한해 보험사들은 치솟은 금리 탓에 웃고 울었다. 내년부터 도입되는 새 회계기준을 대비하는 과정도 험난했다.

그 가운데 손해보험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가 뛰어난 성과로 업계 지각변동을 주도했다. 금리 상승에도 이렇다 할 호재가 없었던 생명보험업계에서는 흥국생명이 연내 유상증자를 마무리하며 구사일생했다.

◇ 업계 1위 노린다…숫자로 증명한 메리츠화재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000060]는 올해 3분기 2천607억 원의 당기순이익과 3천608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모두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49%나 성장한 수치였다. 이로써 메리츠화재는 7분기 연속 사상 최대 분기실적 경신 행보를 이어갈 수 있었다.

특히 5%에 육박하는 투자영업이익률이 돋보였다.일부 유가증권 처분이익이 포함됐지만, 상대적으로는 물론 절대적으로 눈에 띄는 결과였다.

위험손해율도 7%포인트(p)나 하락하며 201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시장에선 메리츠화재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1조3천억 원을 넘어서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연간 순이익은 9천억 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의 공격적인 투자 성향 탓에 메리츠 발(發)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경우 해당 익스포저 대부분이 선순위 대출로 구성돼있어 투자자산이 부실화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이에 업계에선 메리츠화재가 내년께'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3분기, 처음으로 당기순이익 기준 업계 2위로 올라서며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이는 지난 2015년부터 장기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김용범 부회장의 '아메바 경영' 덕이기도 하다.

지난 7월 김 부회장은 직원들에게 CEO 메시지를 통해 2025년까지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겠다고 했다. 장기인보험 1등, 당기순이익 1등, 시가총액 1등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메리츠화재는 올해 업종내최고수익성창출 역량을 입증했다"며 "IFRS17을 비롯해 지주사 체제 전환 등 주가 부양 호재가 아직 남아있다. 주주환원 정책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라고 분석했다.
 

메리츠화재 사옥
[메리츠화재 제공]

 

 


◇ 콜옵션 논란에서 자본확충까지…흥국생명 '유동성 위기는 없다'

지난 21일 흥국생명은 태광그룹 계열의 비상장사 티시스와 티캐스트로부터 총 2천300억 원 규모의 자본을 수혈받았다. 금융당국이 권고한 지급여력비율(RBC) 150%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유동성 보강이었다.

흥국생명은 올해 어느 보험사보다도 험한 시간을 보냈다.

지난달 흥국생명은 5억 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초 차환 발행을 계획했지만, 치솟은 금리 탓에 발행 여건이 녹록지 않아 계약 조건상 이자를 추가로 지급하는 쪽을 선택했다.

하지만 시장의 관행으로 여겨져 온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는 것은 유동성 위기로 해석됐고, 곧장 평판 리스크로 이어졌다. 국내에선 우리은행 이후 13년만에 등장한 콜옵션 미이행이라 투자 심리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이는 콜옵션 만기가 도래하는 다른 보험사들에도 부담이 됐다.

결국 금융당국을 필두로 사태 해결에 나서면서 흥국생명은 엿새만에 기존 결정을 번복했다. 시중은행이 환매조건부채권(RP)를 매입해 유동성을 지원, 차환발행이 아닌 상환으로 콜옵션을 이행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모기업인 태광그룹은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흥국생명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약속했다.

이 과정에서 흥국생명은 재차 발목이 잡혔다. 태광그룹이 지분 관계가 없는 태광산업을 통해 유상증자에 참여키로 하면서 트러스톤자산운용을 비롯한 시민단체가 반발해서다. 이호진 전 회장이 져야 할 책임을 애꿎은 태광산업 개인 투자자들에게 전가했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결국 태광그룹은 그룹 내 비상장사인 티시스와 티캐스트를 통해 흥국생명을 지원하며 사태를 마무리지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RBC 제도의 모순을 가장 잘 보여준 사례가 이번 흥국생명 사태"라며 "경영 상황이나 건전성 문제가 없는 보험사가 금리 변동성과 제도적 과도기에 어떻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연내 자본 이슈가 마무리 됐으니 유동성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흥국생명
[촬영 안 철 수]

 

 


jsje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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