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올해 연기금 중에 수익률 측면에서 웃는 곳은 없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이른바 3대 연기금은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고 손실폭도 컸다. 국민연금은 올해 들어 현재 집계된 손실액만 50조원을 넘는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달러-원 환율 급등으로 해외자산 손실분이 어느 정도 만회됐다는 점이다. 특히 해외채권은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이 100% 환오픈을 한 영향으로 전통 자산군 중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해 가장 선방한 자산으로 평가된다.

◇해외채권, 환오픈에 울고 웃었다

9월 말 기준 국민연금은 기금운용 수익률은 -7.06%다. 자산군별로 보면 국내주식이 -25.47%로 손실률이 가장 높았고 해외주식(-9.52%)과 국내채권(-7.53%)도 손실률이 상당했다. 반면 해외채권은 6.01%의 수익률을 기록해 다른 자산들과 확연히 비교됐다.

국민연금의 해외채권 수익률이 월등한 것은 해외자산에 100% 환오픈했기 때문이다.

해외채권 수익률을 달러화 기준으로 보면 -12.36%까지 떨어진다. 시장 대비로는 0.47%포인트 상회했지만 처참한 수익률이다. 반면 원화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채권 수익률은 6.01%로 급반등하고 시장 대비 수익률도 0.51%포인트까지 뛴다. 마찬가지로 100% 환오픈인 해외주식 수익률 또한 원화 기준으로는 -9.27%지만 달러화 기준으로는 -25.4%까지 급락한다.

올해 해외채권의 수익률을 시간대별로 살펴봐도 '킹달러'의 파급력은 드러난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분기별로 각각 82bp, 67bp, 81bp씩 비교적 고르게 상승했다. 반면 국민연금 해외채권 수익률은 각 분기 말 기준 -3.00%, -1.55%, 6.01%로 2분기와 3분기 반등폭이 더 컸다. 저가 매수와 더불어 달러-원 환율이 특히 2분기와 3분기에 가파르게 뛰었기 때문이다. 달러-원 환율은 분기별로 23.3원, 86.3원, 131.8원씩 상승했다.

사학연금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9월 말 기준 수익률(평잔 기준)은 국내채권이 -11.27%, 국내주식이 -20% 안팎에 그친 반면 해외채권 6.84%에 달했다.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유일하게 해외채권만 양의 수익을 낸 것이다. 지난 3월 -14.37%까지 급락했던 해외채권 수익률은 4월에 -4.23%까지 회복하더니 9월 말까지 급반등했다. 달러-원 환율의 강세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또 다른 주요 연기금인 공무원연금과 비교하면 환오픈의 중요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공무원연금은 금융자산운용지침에서 해외주식은 100% 환오픈, 해외채권은 100% 헤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그 결과 공무원연금은 올해 해외채권 수익률이 9월 말까지 -14.1%까지 떨어졌다. 국내주식(-23.7%) 다음으로 안 좋은 성적표로 국민연금 및 사학연금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100% 환오픈을 한 해외주식은 손실률이 -11%에 그쳤다는 점에서 환헤지 전략은 더욱 뼈아팠다.

◇대체투자도 버팀목이지만…진짜 평가 남아

해외채권과 함께 연기금의 버팀목이 된 자산군은 대체투자 부문이다.

올해 들어 3분기 말까지 국민연금은 대체투자 부문에서 16.24%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사학연금은 12.4%, 공무원연금도 9.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대체투자 부문에선 주요 공제회도 마찬가지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말까지 잠정 집계된 수치를 보면 교직원공제회와 경찰공제회 등 주요 공제회는 대체투자 부문에서 1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다만 이들 연기금 및 공제회의 대체투자 수익률은 제대로 평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올해 선방했다고 속단하기엔 이르다.

국민연금은 운용 수익률을 공시할 때 "대체투자 자산의 수익률은 대부분 이자·배당수익 및 달러-원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환산이익에 따른 것"이라며 "연도 말 기준 1회 공정가치를 평가하기 때문에 연중 수익률은 공정가치 평가액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달리 말해 실제 부동산이나 인프라, 사모펀드 등이 보유한 포트폴리오의 가치 변화가 반영되지 않은 채 수익률을 잠정 산출하고 있다는 뜻이다.

연기금 관계자는 "대체투자 수익률은 현재 높게 나오지만, 공정가치 평가를 반영하게 되면 수익률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침체 전망이 짙어지고 유럽과 미국 등 주요 도시의 부동산도 조정을 받고 있어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런데도 이자와 환차익 등을 고려할 때 부동산이나 인프라 부문은 주식이나 채권처럼 급격한 가격조정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에 경기가 더 어려워지거나 글로벌 금리가 더 오르면 타격이 가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공제회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주요국 금리가 오르면서 상업용 부동산 등의 매매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특히 유럽 쪽 부동산 가격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보이는데 내년에도 대체투자가 버팀목이 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국민연금 전주 본관 전경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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