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로 인해 은행들의 영업 환경이 제약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은행 부문의 연체율도 우려했지만, 시스템 리스크로 불거질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했다.
피치는 15일(현지시간) 발간한 '민간 부문 레버리지 추가 확대에 노출된 한국 금융기관' 보고서를 통해 "높은 금리에도 가계에 대한 은행 대출은 최근 몇 달간 성장을 재개했다"며 "가계 레버리지가 더욱 확대하면 한국 은행 부문의 구조적 취약성을 악화시키고 전반적인 영업 환경을 제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등급과 관련한 국내 은행의 하방 위험은 건전한 대출 인수 기준과 손실 흡수 완충 장치 등으로 완화될 수 있다고 피치는 분석했다. 이와 함께 부동산 시장 안정 목적과 고금리에 노출된 대출자에 대한 당국의 지원도 긍정적이라고 봤다.
피치는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심각한 리스크가 터지지 않는다면, 내년이나 내후년까지 은행의 자산건전성은 악화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가계 레버리지가 다시 늘어나게 되면 향후 충격에 대한 은행의 노출이 증가해 적절한 인수 기준과 손실 흡수 완충 장치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은행 부문의 가계 대출 증가는 비은행 부문까지 전이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피치는 우리나라 비은행 금융기관들이 단기적으로 대출 연체율 상승에 따른 부담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용이 취약한 대출을 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스템 리스크 확대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평가했다. 금융권의 전체 자산 중 비은행 부문의 비중이 작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피치는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은행의 지원은 취약한 비은행 금융기관들에 대한 압박을 줄일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은행 지원이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회사인 은행이나 금융 지주가 비은행 자회사를 위해 자본을 재조정하거나 부실 비은행 금융기관을 인수할 때 배당금 지급이 늘어날 수도 있지만, 신용등급이 높은 은행들의 견조한 수익성을 고려할 때 재무 상태 악화 없이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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