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랩·신탁 계정의 불법 거래에 자산운용사가 관여한 정황이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자산운용사 펀드의 연계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채권형 랩신탁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발표했는데 증권사가 주요 대상이었고 운용사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19일 연합인포맥스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A 대형 증권사는 B 자산운용사와 C증권사에 설정한 펀드를 동원했다.

두 투자 비히클(vehicle)을 통해 자신의 신탁 및 랩 계정에 보유한 채권과 기업어음(CP) 등을 고가(낮은 금리)로 매수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시장 금리 급등 및 유동성 경색에 고객 계좌에 보유한 자산의 정상 매각이 불가능해지자 편법을 동원한 셈이다.

이른바 'OEM 펀드'다. OEM 펀드는 자산운용사가 은행·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에서 명령·지시·요청 등을 받아 만든 펀드를 말한다. 운용사는 형식적으로 운용자 입장이지만 펀드의 편입 종목이나 매매 시점 등 투자자 지시에 따른다.

그간 채권시장에서는 OEM 펀드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연합인포맥스는 지난해 거래 데이터를 토대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연합인포맥스가 2023년 7월 20일 오전 8시9분 송고한 '자산운용사 CP 이상 거래 연루 의혹…'2년 캐피탈 등 죄다 3.15%'' 기사 참조)

운용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이 엄격한데 이 역시 통정매매를 걸러내지 못한 셈이다. 시장 참가자들에 따르면 이번에 확인된 운용사 말고도 여러 운용사가 랩신탁 관련 불법행위와 관련돼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투자일임업자가 투자일임 재산으로 투자 일임업자 또는 그 이해관계인의 고유재산과 거래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한 시장 참가자는 "사모 운용사에선 종종 있을 수 있겠다 싶지만, 종합운용사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 놀랍다"며 "모니터링 시스템 부재 등 총체적 문제다"고 꼬집었다.

시장 참가자들은 향후 금융당국의 '사정' 칼날이 운용업계를 향할지 주시하고 있다.

금감원은 우선 지난해 진행한 증권사 검사에 대한 제재를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다. 이후 추가 검사 가능성은 열어뒀다.

금감원 관계자는 랩신탁 불법거래에서 운용사 연루 사실을 묻는 질문에 "인지하고 있다"며 "다만 개별적 검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그는 "(검사) 이후에도 제보 등을 통해 여러 얘기를 듣고 있다"며 "우선 증권사 제재를 마무리한 후 그런 부분을 추가로 살펴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hwroh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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