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수용 기자 = 하반기 금리 인하 전망에 따라 정기예금 자금이 몰리면서 은행의 은행채 조달에도 한층 여유가 생겼다.

그간 늘려왔던 기업 대출의 자금 수요를 예금으로 충당할 수 있게 됐고, 하반기 지정학적 리스크 및 미국 대선 이슈 등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도 은행채를 대규모로 조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5일 연합인포맥스 발행만기통계(화면번호 4236)에 따르면 지난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은행채 발행 규모는 5천300억원으로 집계됐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단계적 정상화에 대비해 5대 은행들은 지난 4월 6조7천800억원, 5월 2조4천380억원 규모로 은행채를 대거 발행했으나, 6월 들어서는 1조6천200억원을 순상환했고, 지난달엔 순발행 규모를 축소했다.

올해 은행들은 가계 대출과 기업 대출을 대규모로 취급했으나 은행들은 은행채 대신 정기예금으로 조달에 대응할 수 있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정기예금 규모는 909조3천304억원으로 900조원을 넘어섰다.

작년 말 정기예금 규모가 849조2천957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60조원의 자금이 정기예금으로 유입된 셈이다.

작년 한 해 고금리 정기예금 리프라이싱과 맞물려 예금 유입 규모가 30조원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 특히 더 많은 자금이 예금으로 들어오고 있다.

최근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수신 금리를 낮추고 있지만, 하반기 금리 인하 전망이 강해지면서 3%대 초중반 수준의 금리도 메리트를 높이고 있다.

연합인포맥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화면번호 4426)에 따르면 최고 우대금리 기준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 4월부터 3.5%대를 유지했으나, 지난달 8일부터는 3.49%를 시작으로 금리 레벨을 낮춰왔다.

이용자가 자금을 예치해야 하는 정기예금보다는 은행 스스로 발행 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은행채가 더 선호되기 때문에 막대한 정기예금 유입은 하반기 은행채 발행을 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하반기 금리 인하가 현실화할 경우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 대선 등 정치적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시장 상황에 대비한 조달 버퍼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5대 은행의 은행채 만기를 살펴보면 만기 1년 이하 은행채 비율은 올해 초 50.03%에서 7월 말 55.21%로 짧은 만기의 은행채를 늘려왔다.

은행들이 가계 대출을 추가로 더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 대출 리스크 관리까지 이뤄질 경우 하반기 은행채로 조달할 필요성도 낮아지게 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미 장기물의 경우 투자 수요가 많아지면서 민평금리 대비해도 금리 차이가 난다"며 "조달에서도 하반기 인하 기대를 반영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규제 비율 준수를 위해 조달을 대부분 마친 상태였고 자금 여유도 충분한 상황에서 이전처럼 타이트하게 은행채를 늘릴 필요가 없었다"며 "하반기 금리 인하를 반영한 수준으로 레벨이 형성되고 있고, 중동 및 주요국 대선 등 리스크가 남은 상황에서 하반기 상황에 따라 조달할 여유가 생긴 셈"이라고 설명했다.

sylee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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