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가계대출 급증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4대 시중은행이 보유한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부실채권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수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차주의 대출 상환 능력도 떨어지면서 가계대출의 부실화가 확대된 탓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보유한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총 1조85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14.7%(9천464억원) 급증한 수치다.
은행들은 정기적으로 가계대출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에 대한 위험도를 평가하는데, 고정이하여신(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으로 은행의 건전성 정도를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다.
차주가 원리금(원금과 이자) 상환 기일을 90일 이상 연체하거나, 담보권을 행사하지 않고는 회수가 불가하다고 판단되면 채무불이행 상태로 간주한다.
고정이하여신이 늘어난 것은 가계대출 총량 자체가 늘어난 탓도 있다.
가계대출 총 여신 규모 자체가 늘어나면 통상 부실여신의 절대 규모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3년 3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715조7천38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692조4천94억원에서 23조3천289억원 급증한 규모다.
올들어서만 4월에 4조4천346억원, 5월에 5조2천278억원, 6월에 5조3천415억원 급증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7조1천660억원으로 더 늘었다.
고금리 장기화로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가계의 대출 상환 여력도 크게 악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021년 8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3년간 3.50%로 인상·동결하면서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도 크게 뛰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5대 은행의 일반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연 5.47%다. 3년 전인 2021년 7월(연 3.2%)보다 2.27%포인트(p) 올랐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 축소를 위해 대출 금리를 높이고 있어 예금 금리와의 차이인 예대금리차가 더 벌어지는 상황이다.
문제는 가계대출의 신용 위험은 하반기에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선 팬데믹 시기 대출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로 잠재 부실이 누적된 상황에서 내수 침체가 이어지면서 올 연말까지 연체율은 더 치솟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본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부실채권 비율이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총량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총 부실채권 규모도 확대될 여지가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억제로 인한 총량 감소와 금리 인하 등에 따라 부실 여신 감소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경기 회복세가 전제되지 않을 경우 차주의 채무상환 능력이 저하돼 건전성 리스크는 지속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860조원)이 4조7천억원 늘었다. 2월 기준으로는 해당 통계 속보치 작성 이후 2020년(+7.8조원)과 2021년(+6.5조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증가 폭이다. 2024.3.13 kjhpr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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