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윤슬기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현 경영진의 책임론을 강조하면서 제재 등 사태 수습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금융권은 이 원장의 발언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직접 겨냥하고 있는 만큼 최악의 경우 동반 중징계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없다는 분위기다.
◇이복현, "몰랐다"는 우리은행에 요목조목 반박
이 원장은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임 회장과 조 행장도 검사 결과에 따라 처벌과 제재가 가능하냐'는 진행자 질문에 "대상이 누가 될지 모르지만, 법상 보고를 제때 안 한 것은 명확하게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할 수 있는 권한에서 최대한 가동해서 검사와 제재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같은 날 우리은행 부당대출 건과 관련한 추가 사실관계를 확인한 정황도 공개했다. 그간 우리은행이 자체 감사 전 이같은 사실을 몰랐고, 당국에 보고 의무도 없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요목조목 반박했다.
금감원은 작년 9~10월께 조 행장은 전 회장의 부당대출 사실을 보고받았고, 임 회장 등 지주 경영진도 늦어도 올 3월에는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 원장의 '보고를 제 때 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명확해지는 대목이다.
특히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단순한 여심심사 소홀이라고 해명한 것과 달리 범죄 사실까지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못박았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이미 지난 1~3월 자체 감사, 4월 징계 과정에서 지난 9일께 수사기관에 고소한 내용에 적시된 범죄 혐의와 관련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범죄혐의가 있음을 알았다면 해당 시점(2023년 4분기)에 이미 금융사고 보고·공시의무가 발생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 경영진이 손 전 회장과 관련된 대규모 부정 대출 사실을 고의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근거를 제기한 셈이다.
이 원장은 우리금융 현 경영진에 대한 작심 비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원장은 지난주 임원회의에서 "우리은행은 친인척 대출에 대해 몰랐었다는 전직 회장의 발언을 옹호하면서 심사소홀 등 외에 뚜렷한 불법행위가 없었다며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은 것을 합리화하는 행태를 지속했다"면서 "더 이상은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직격했다.
그럼에도 우리금융이 수일 동안 고객과 시장을 대상으로 별다른 입장이나 조치를 내놓지 않자 발언의 수위를 한 단계 더 놓인 것으로 풀인된다.
◇은행법 등 위반 직접 언급…중징계 가능성은
금감원이 이 같은 근거를 들어 사실상 은행법 위반을 직접 언급한 만큼 관련 제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법 34조3항은 은행들이 횡령·배임 등 금융범죄와 관련한 금융사고를 사고가 발생한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은행법을 위반한 은행은 은행법 69조1항에 따라 과태료 등의 기관제재를 받을 수 있다.
관련해 경영진 및 임원은 부당대출이라는 불건전영업행위로 신분제재를 적용받을 수 있다.
금감원은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이러한 법 위반 사실만으로도 징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부당 대출 사실을 알고도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은 사실도 크게 문제삼고 있다.
은행은 중요 경영사항에 있어서 이사회와 이사외 내 감사위원회에 보고할 의무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전 회장이 연루된 부당대출 정도의 사안이라면 그룹 감사위원회에도 알렸어야 한다는 게 금감원 입장이다.
금감원은 이번 우리은행의 대응은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공동 추진한 지배구조 개선 취지와 노력을 심각하게 훼손시켰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원장이 이례적으로 현 경영진의 위법 사실을 직접 언급한 만큼 제재 수위도 관심거리다.
지금까지 내부통제를 문제로 중징계가 확정된 사례는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로 박정림 KB증권 대표와 윤경은 전 대표 등이 받은 직무정지 정도다. 이들은 현재 금융당국을 상태로 중징계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추가적인 사실관계를 철저하게 파악해 책임이 있다면 CEO를 포함해 최대한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2023.6.29 mj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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