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맞물려 올해도 해외로…임종룡, 부당대출 수습 '우선'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국내 금융지주 회장들이 다음달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총출동 한다.

다만,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정적 대출과 관련한 검찰 수사와 금융감독원 검사로 인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출장길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다음달 21일부터 26일까지 워싱턴에서 열리는 IMF·WB 연차총회에 참석하기로 하고 세부 일정을 조율 중이다.

매년 개최되는 IMF·WB 연차총회는 각국 중앙은행 총재와 재무장관 등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계 인사들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이후 비대면으로 진행되다가 2년 전부터 대면 행사가 재개됐다.

양종희 회장은 작년 말 취임 이후 처음 참석하는 행사로, 본격적인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의 기회로 삼을 계획이다.

이번이 각각 세 번째, 두 번째 참석인 함영주 회장과 진옥동·이석준 회장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는 한편 글로벌 투자자와 주주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도 병행하는 등의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의 외국인 주주 비율은 60~70%대로, 해외 투자자들의 투심을 잡기 위한 최고경영자(CEO)들의 해외 IR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다만, 임종룡 회장은 금융지주 회장 중 유일하게 참석 여부를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의혹이 현 경영진의 책임론으로 확산하면서 사실상 해외 출장길에 오르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임 회장은 작년 모로코에서 열린 연차총회 때에는 중동지역 사업 확장을 위해 중동 국가 방문일정을 추가하는 등 가장 적극적으로 일정을 소화했다.

하지만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정대출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임 회장의 행동 반경은 줄어들고 있는 상태다.

특히 금감원은 임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 임기 중에도 관련 부당 대출이 이뤄진 점, 금감원 검사 전 부당 대출 의혹을 인지하고도 고의로 보고를 누락했다는 점 등을 들어 현 경영진도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임 회장이 이미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했다', '국감 전 사퇴를 공식발표할 것이다'라는 등의 각종 설들이 금융권을 중심으로 회자되고 있는 상태여서 사실상 임 회장의 공식적 행보도 제한되고 있다.

더욱이 연차총회 기간에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임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어 자칫 해외출장이 '도피성 출장'이란 오해를 살 수도 있다.

통상 금융지주 회장들은 그간 해외 출장과 해외 투자자 미팅 등의 이유를 들어 국감에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불려가는 것을 피해왔는데, 임 회장의 경우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검찰 수사, 금감원 정기검사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우리금융이 비상사태와 다름없는데 임 회장이 해외출장을 떠나기는 힘들 것"이라며 "국감 출석을 피하는 것이 상황을 더 꼬이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당초 연차총회 일정을 계획했으나 최근 상황을 고려해 출장 여부를 재검토 중"이라며 "(국회와 금융당국) 분위기상 쉽지는 않을 거 같다"고 전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hj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08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