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신뢰받는 농협으로 거듭나겠다"…공식 사과
이석준 "입 열개라도 할 말 없다. 책임 통감" 거듭 고개 숙여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윤슬기 이수용 기자 = 범농협 대표들이 최근 반복된 금융사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여야 의원들은 금융사고에 책임을 지고 경영진이 성과급을 반납하고 사퇴까지 해야한다며 강하게 질타했고, 대표들은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금융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데 대해 공식 사과하고 농협의 신뢰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최근 연이은 금융사고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프로세스를 재정립하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신뢰받는 농협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어기구 농해수위 위원장이 NH농협은행 등에서 금융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원인을 묻자, 강 회장은 "농협의 이념 등이 확실히 정립돼야 하는 데 은행원으로써의 역할만 하다 보니 사고가 자주 발생한 것 같다"면서 "이념교육을 실시 중이며, 순회감사역 제도를 보완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강 회장은 또 "사고 농축협에 대한 자금 지원 제한과 내부 통제 강화를 통해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고, 1조5천억원의 부실채권 매각과 연체관리 태스크포스(TF) 운영으로 건전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책임을 통감한다"며 연신 몸을 낮췄다.
이 회장은 "금융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과 제도 개선 노력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직원들이 국민의 돈을 관리한다는 의식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권 최초로 NH금융 윤리 자격증 도입하겠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내부통제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기에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내년 이후로는 책무구조도가 도입되는데, 대표뿐 아니라 이사들에게도 대폭 강화된 시스템이 작동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은 "최근 5년간 발생한 10억원 이상 금융사고 6건 가운데 4건이 올해 일어났다. 이건 이상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그동안 해왔던 대책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으로 특단의 대책을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 회장은 "지난 8월 계열사 대표를 소집해서 내부통제를 대폭 강화하라고 부탁했다. 이와 관련해 여러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 중"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상호금융도 교육, 전산시스템 등을 통해 금융사고를 예방하려 하지만 점포와 직원이 가장 많다 보니 더 잦아 보일 수 있다"면서 "노력해서 막겠다"고 다짐했다.
같은 당 조경태 의원도 "농협의 금융사고가 올해에만 70% 가까이 터졌다"며 "성과급 반납과 사퇴 등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냐"고 따졌다.
이에 이 회장은 "전반적인 제도와 시스템이 문제라면 책임을 질 수도 있다"면서도 "과거의 문제가 올해 드러난 것도 있다"고 해명했다.
이석용 NH농협은행장도 "제도 보완이나 교육 시스템 강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많이 부족했다"면서 사과했다.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은 최근 5년여간 금융사고 금액이 3천666억원에 달하고 올해 사고금액이 급증했다"면서 내부 기강 해이와 내부통제의 문제를 꼬집었다.
이 행장은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고객들에게도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더불어민주당 문금주 의원은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한 데에는 농협의 부실한 내부 관리 대책과 관리 감독해야 할 경영진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한몫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행장은 "책무구조도의 경우 지금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의 자문을 받아서 준비하고 있다"며 "10월 내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서 금융감독원에 시범 운용계획을 제출할 예정이며, 시행에 차질이 없게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에선 지난 2월 한 영업점 직원이 허위 매매계약서를 활용해 109억원 규모의 불법 대출을 일으킨 것이 드러났고, 5월엔 51억원 규모의 공문서 위조 사건과 10억원 규모의 초과 대출 사건도 발생했다.
8월에는 농협은행 명동지점에서 한 직원이 지인 명의를 도용해 2020년 6월부터 2024년 8월까지 총 117억원의 부당 대출을 일으킨 것이 드러났다.
이달 9일엔 140억원 규모의 부동산 담보대출 사기 사건이 또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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