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부재가 핵심 …독일만 GDP-주가 동조화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한국 코스피 상승률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으나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국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코스피와 GDP 간 괴리는 단순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아닌 시장 전반의 혁신 부재가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6일 연합인포맥스가 2000년부터 2023년까지 주요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주가지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국을 비롯해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모두 한국보다 GDP와 주가지수 간 괴리가 더 컸으며 미국과 독일만이 의미 있는 동조성을 보였다.
◇한국 GDP 3.5배 오를 동안 코스피 2.19배 상승…中·佛 ·英은 더 심각
주식시장이 경제 성장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상은 글로벌한 추세로 나타났다.
괴리가 큰 국가 순으로는 ▲중국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한국 ▲미국 ▲독일(주가 상승률이 GDP 성장률 초과) 순이었다.
중국 GDP는 2000년 1조 130억 위안에서 2023년 12조 9,427억 위안으로 12.78배 성장했지만, 상하이종합지수(SSE)는 같은 기간 1,368.69에서 3,087.51로 2.26배 상승에 그쳐 GDP 성장의 약 20% 수준에 불과했다.
영국은 GDP가 2.47배 늘었으나 FTSE 100은 1.25배 증가에 그쳐 98%의 괴리를 보였고, 네덜란드(GDP 2.36배, AEX 1.23배)와 프랑스(GDP 1.92배, CAC 40 1.08배) 역시 주가가 부진했다.
한국도 GDP는 3.55배 성장했으나 코스피는 2.19배 상승에 그쳐 62%의 괴리를 보였다.
반면 미국은 GDP(2.70배)와 S&P 500(2.62배)이 3%라는 근소한 차이로 동조화를 보였다. 독일은 GDP가 1.97배 상승하는 동안 DAX40 지수가 2.01배 상승해 주가지수 상승률이 GDP 성장률을 웃돌았다.
◇지배구조 개선 필요하지만…'혁신'이 핵심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GDP 성장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근본 원인으로 기업 지배구조보다 산업 혁신 부재를 지목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도 경제성장률에 비해 주가지수가 저평가된다"며 지배구조 개선만으로는 주가지수 부양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직접금융 중심 자본시장이 모험투자를 뒷받침하며 기술 혁신을 주도하지만 유럽은 대출 위주 자금 조달로 기업의 혁신 환경이 취약하다"며 "한국 주가지수 부진의 근본 원인은 신산업 육성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 실패"라고 진단했다.
안 교수는 "생산성이 높고 혁신적인 기업이 등장해야 한다"며 "10대 기업 순위가 순환해야 주가도 오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성장을 위해서는 혁신 기업의 탄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미국은 최근 10년간 매출액 상위 15대 기업 중 7개가 신규 진입한 반면, 한국은 2개만 바뀌었고 그중 신산업 기반 기업은 단 1개뿐"이라며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가 부족해 신성장 동력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기업 지배구조 개선도 주가 상승의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로맹 뒤크레(Romain Ducret) 교수가 2002년부터 2016년까지의 28개국의 2만5천863개 기업을 분석한 연구(The Korea Discount and Chaebols)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의 주가수익률(P/E)은 다른 국가 기업보다 평균적으로 30% 낮았다. 뒤크레 교수는 통념과 달리 재벌 계열사의 할인율(14.31%)이 비재벌 기업의 할인율(26.43%)보다 낮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할인 폭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지주회사 체제 도입이 디스카운트 해소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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