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10년간 주가를 20배 끌어 올린 메리츠금융지주는 주주들이 보기에 한국의 골드만삭스, 한국의 버크셔해서웨이 사이의 그 어딘가였다.
26일 서울 강남 메리츠타워에서 열린 메리츠금융지주의 주주총회는 수많은 주주로 북적였다.
그리고 메리츠금융의 주주총회는 다른 금융지주의 주주총회와 달리 주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하나의 창구이기도 했다.
이날 주주총회는 27층에서 진행됐고, 더 많은 주주를 수용할 수 있는 17층으로 자리를 옮겨 주주 차담회를 진행했다
마치 버크셔해서웨이 주총장의 '시즈캔디'와 '코카콜라'처럼 메리츠금융 주주 간담회 장소에는 다과와 차가 준비돼 있었다.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이 직접 먹어보고 주주들과 공유하고 싶어 정한 다과였다.
간담회장에서는 김 부회장의 경영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사내 북클럽 인터뷰' 영상이 상영됐다.
김 부회장은 '현금의 재발견'이라는 책을 추천하면서 본업 경쟁력과 자본 배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메리츠금융은 일찌감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주주환원율을 높게 끌어올린 금융지주이기도 했다.
한 주주는 "조정호 회장이 승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는데, 조 회장의 장녀가 슬퍼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메리츠금융은 "후회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대기업을 지적하는 데에는 승계 이유가 있다. 메리츠는 이 부분에서 앞서 나가 있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주주 간담회에서는 아이스브레이킹처럼 가벼운 질문과 함께 메리츠의 미래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한 주주는 "버크셔해서웨이는 비금융 자회사 비중이 큰데 메리츠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최근 보험개혁회의에서 보험사 사업 영역을 열어주는데 메리츠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메리츠금융의 답변은 "잘 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것이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체 경영 전략 측면에서 사업을 고민한다는 것이다.
메리츠금융이 인수·합병(M&A)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 가지는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가', '적절한 가격인가', '회사에 배치할 인재를 확보하고 있는가'였다.
김상훈 메리츠금융 IR 담당 상무는 "인수·합병(M&A)이나 타 사업 인수를 아예 배제하는 건 아니고 모든 것을 열어두고 있다"며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거나 발견하는 사업이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M&A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주주는 "메리츠금융의 지향점은 골드만삭스, 방향성은 버크셔라고 한다. 어떤 지점을 지향하고 있는가"를 물었다.
이에 대한 메리츠금융의 답변은 "인재상은 골드만삭스에 가깝고, 주주를 대하는 건 버크셔해서웨이에 가깝다"였다.
메리츠금융은 인재를 영입하면서 '능력을 확인하고 연봉은 협상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갖췄다. 이는 조 회장과 부회장단이 공유하는 가치관이기도 했다.
말 그대로 최고의 인재를 뽑고 그에 대해선 터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활동적이고 의욕적이고 도전 의식이 강한 인재상을 좋아하는 것이다.
반면, 주주를 대할 땐 버크셔해서웨이를 따르고 있다고 한다.
적절하게 자본을 배분하고, 회사를 인수할 땐 최고의 경영진을 그대로 영입하고, 자사주 매입·소각을 단행한다. 기업 인수의 시각과 주주에 대한 태도는 버크셔해서웨이를 추종한다는 것이다.
김용범, 최희문 등 주요 경영진과 최근 영입한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대표 등 업계를 대표하는 인물을 보자면 골드만삭스가 보이지만, 보험업의 유동성을 바탕으로 투자하며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모습은 버크셔해서웨이를 떠오르게 했다.
이에 대한 결과는 그야말로 주주들의 '대만족'이었다. 조정호 회장이 한때 주식 부자 1위에 오르고, 김용범 부회장이 스톡옵션으로 800억대 연봉을 받은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주주총회에서 만난 한 주주는 "회장님이 주식 부자라는 기사도 봤는데 동의하는 내용"이라며 "주주환원도 좋고 주가도 좋아서 다른 주식 팔고 메리츠금융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부 이수용 기자·증권부 송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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