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장원 선임기자 = '선구매 후지불(Buy Now, Pay Later·BNPL)' 서비스가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BNPL 관련 부채가 2008년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채무불이행 사태와 유사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16일(미국 현지시각) IT 전문매체인 테크 크런치에 따르면, 나이젤 모리스 캐피털 원 파이낸셜(NYS:COF) 공동 창립자는 "소비자들이 BNPL을 식료품처럼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물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많은 서민이 재정적으로 고통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징후"라고 지적했다.

BNPL은 본래 디자이너 가방이나 전자기기 같은 임의 소비재 구매를 위해 발굴됐으나 생필품에까지 이용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서민경기가 좋지 않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대출 플랫폼 렌딩트리가 지난달 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BNPL 사용자 중 42%가 최소 한 번 이상 연체한 것으로 추정됐다.

2023년의 34%, 2024년의 39%에 이어 연체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BNPL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부분의 BNPL 대출이 신용평가기관에 보고되지 않는 '유령 부채(Phantom Debt)'를 생성한다는 점이다.

테크 크런치에 따르면, 미국 규제 당국은 BNPL 대출이 신용 보고서에 잡히지 않아 대출 기관들이 소비자가 여러 BNPL 플랫폼에서 얼마나 많은 대출을 받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2022년 데이터 기준으로 BNPL 이용자의 약 3분의 2가 신용 점수가 낮은 고객이었으며, 이러한 비우량 대출 신청자들도 78%의 높은 승인율을 기록했다.

즉, 재정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에 보이지 않는 부채가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BNPL 관련 리스크 증가는 미국의 규제 환경 변화와도 연관이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BNPL 거래를 신용카드와 유사하게 취급하려던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의 규제 노력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약화했다.

CFPB는 규제가 소비자에게 거의 이익을 주지 않고 규제 대상 기업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며 기존 해석 규칙 67개를 폐지했다.

BNPL은 이제 소비자 시장을 넘어 기업 간 거래(B2B)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며 더 위험한 신호는 이 BNPL 대출 자체가 자산유동화증권(ABS) 형태로 포장돼 투자자들에게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다.

엘리엇 어드바이저스는 클라르나(NYS:KLAR)의 390억 달러(약 56조 9천49억 원) 규모 영국 대출 포트폴리오를 매입했고, KKR은 페이팔(NAS:PYPL)의 440억 달러 BNPL 부채를 매입하는 등 거래가 활발하다.

이는 위험한 소비자 부채를 분할해 시장에 판매했던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의 금융공학(Financial Engineering) 메커니즘과 유사하다.

모리스 창업자는 현재 AI(인공지능) 버블 논란이 언론 지면을 장악하고 있지만 BNPL 상황은 AI 버블만큼이나 심각하게 주시해야 할 문제라고 경고했다.

BNPL 대출 규모가 작아 차입자들이 먼저 갚으려고 하는데, 이 경우 ▲신용카드 ▲자동차 대출 ▲학자금 대출 등 더 큰 부채를 연체시키는 '파급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고 테크 크런치는 지적했다.

캐피털 원의 모리스 창업자는 실업률 상승과 학자금 대출 유예 종료, '유령 부채'의 누적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문제가 급격히 가속화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있다며 규제 당국의 경계를 촉구했다.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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