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진우 특파원 = 엔저(低) 현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 직후 일본 외환 당국에서 그동안의 정책 스탠스와는 달리 극단적인 엔저 정책을 멈추려는 듯한 발언을 연이어 내놓아 주목된다.

엔저 현상은 한국 정부의 고민거리였다.

최근 일본 정부는 자국 수출 기업 지원을 위한 엔저 정책을 고수했고,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높아져 한국 수출 기업의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미국 동부시간) 김 총재가 엔화의 과도한 가치 하락에 대해 이례적이면서도 강력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김중수 총재가 해외 정책 당국자로서는 처음으로 일본의 환율 정책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을 부각시켰다.

김 총재는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엔화의 급격한 하락으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수출과 투자 심리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대응책으로 외환 건전성 조치와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을 언급했다. 스무딩은 외환시장에 대한 직접 개입을 의미한다.

신문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도 인용했다.

박재완 장관은 전날 한 연설에서 엔화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선진국은 그동안 환율이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밝혀왔다"며 "원화 가치의 급격한 상승을 막기 위한 소위 `거시정책적 수단'을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신문은 작년 12월 한국의 고위 관료가 선물환 포지션 체크를 월 단위에서 주 혹은 일 단위로 강화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상기시켰다.

결국, 일본 정부의 노골적 엔저 정책에 대해 한국 정부가 구체적인 방어조치로 맞설 것임을 분명히 밝혀 양국 간 이른바 환율 전쟁이 일어날 우려가 커졌다고 신문은 진단했다.

하지만, 신문은 일본 당국자들이 그동안의 스탠스와는 달리 과도한 엔저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아 한국 정부를 달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재정·경제재생 담당상은 전날 일본 T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당국자들은 달러화에 대해 90엔 정도 수준에 만족한다며 엔화가 이 수준에서 더 많이 떨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엔화가 더 떨어져 3자리 수가 되면 수입가격 상승으로 국민생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만약 엔화가 100엔대에 진입하게 되면 엔저를 막기 위해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나카오 다케히코(中尾武彦) 일본 재무차관은 이날 WSJ와의 인터뷰에서 엔저 현상은 일본 경기를 부양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엔화 하락을 주도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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