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상민 기자 = 증권사들이 올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 대비 등에 따라 1분기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한 가운데 적립 규모와 증감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6곳 증권사들의 연결 기준 1분기 신규 대손충당금 설정액은 약 2천300억원이다. 총규모는 2조7천억원으로, 지난 분기 대비 9%가량 늘었다.

PF 충당금을 이번 분기 309억원 추가한 하이투자증권의 연결 기준 대손충당금은 지난 분기 대비 291억원 증가했다.

다올투자증권(272억3천만원), 하나증권(213억6천만원), 메리츠증권(201억9천만원)도 같은 기간 대손충당금을 추가 설정했다. 키움증권은 177억4천만원가량 늘어났다.

NH투자증권과 대신증권, IBK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도 100억원대로 대손충당금을 신규 설정했다. 현대차증권, KB증권, 교보증권 등은 50억원을 소폭 웃돌고, 미래에셋증권은 29억5천만원 수준을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별다른 이슈가 없다면 이익으로 환원될 값"이라며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을 때로 충당금을 적립한 것이고 먼저 비용으로 반영해 혹시나 생길 수 있는 부담을 줄이고자 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진투자증권의 연결 기준 손실충당금은 1분기 들어 약 20억7천만원 줄었다. SK증권도 11억4천만원 수준으로 대손충당금이 감소했고, 신한투자증권은 10억3천만원만큼 줄었다.

연결 기준으로 증가했지만 별도 기준으로는 대손충당금이 줄어든 증권사도 있다. 삼성증권은 연결 기준 지난 분기 대비 충당금 규모가 13억5천만원가량 늘었지만, 별도 기준으로는 5억3천만원만큼 감소했다.


◇ "PF 부실 우려에 충당금 규모 높여"…금융당국·보수적 경영 영향

업계에서 부동산 PF는 채무보증의 자기자본 대비 비율과 고정이하여신 잔액 등으로 부실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다만 몇몇 증권사의 이번 분기 충당금 적립 증가는 PF 부실 우려가 커진 상황과 관련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은행(IB) 내 PF 비율이 높은 증권사의 경우 대손충당금 증가는 PF 사업장의 부실과 관련돼 있다"며 "위기가 있다고 보는 사업장의 증가 등 실제 부실이 발생한 곳 위주로 충당금 규모를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손충당금 등의 적립에 따른 자산건전성 분류 과정에서 PF 사업장의 정량적, 정성적 고려가 이뤄지는 면도 있다.

대손충당금은 자산건전성 분류기준과 적립 기준에 따라 쌓는다. 여기에 증권사 판단 등을 거쳐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분류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체 개월 수 등 정량적인 기준도 있지만 기타 요건(부실 징후가 예견되거나 발생 중이라고 인정되는 거래상대방에 대한 채권)처럼 자체 판단이 개입되는 부분이 있다"며 "부실 신고의 종류에 따라 증권사마다 (자산건전성) 분류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일한 PF 사업을 정상·요주의로 분류하는가 하면 다른 증권사는 요주의나 고정으로 분류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여의도 전경, 여의도 증권가 모습
[촬영 류효림]


증권사들은 경영방침에 따라 보수적 기준으로 PF 건전성 분류를 하는가 하면 대손충당금 등을 적립 기준보다 높게 잡고 있다.

금융투자업규정에 따르면 대손충당금을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으로 적립 후 일정 합계를 밑돌면 대손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관계자들은 사내 경영 방침에 금융당국의 권고가 더해져 기준 이상으로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는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이달 초 금감원은 금융지주의 예상손실 모형을 점검해 올 2분기 충당금 규모를 권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의 보수적 산정을 권유한 만큼 2분기 금융지주들의 충당금 규모는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증권업계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수익창출력이 더 중요"…2분기 CFD로 충당금 상향 전망도

PF 부실 대비 충당금을 사전에 쌓는 것보다 자본 여력이 더 중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자본 펀더멘털과 수익창출력 등 기초체력이 대손충당금·준비금과 같은 PF 부실에 따른 버퍼보다 주요하다는 설명이다.

신평사 관계자는 "PF 충당금으로 커버가 안 되는 상황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PF 충당금이나 손실충당금 규모보다 증권사의 펀더멘탈이 중요하다"며 "수익창출이 지속돼 사태가 터졌을 때 언제든지 대응할 수 있는 버퍼가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2분기에는 차액결제거래(CFD) 미수채권이 발생할 수 있는 국내 13곳 증권사를 위주로 대손충당금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sm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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