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1999년 출범한 유로존 체제(유로화를 통화로 사용하는 국가 제체)는 각국의 재정정책 통합 없이, 단순히 통화만을 통합한 사례다.

이러한 방식의 유로존 화폐 통합을 재조명하는 것은 재정 통합을 배제한 '반쪽'짜리 화폐 통합이 유럽 재정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경제 체력 차이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를 메우기 위한 남유럽 국가들의 확장적 재정 정책이 악순환을 일으켜 남유럽발(發) 재정위기를 불러일으켰다는 시각이다.

독일 현지의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화폐 통합 이후 거시 경제 관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돈을 대비하기 위해 유로존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다만, 유로존 통합의 경우 각국의 경제 수준이 차이는 있지만 일정 수준 이상이 됐다는 점과 국가는 존속하면서 화폐만 통합해도 됐다는 점에서 단순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도 있다.

하지만 화폐 통합 이후 사후 조정 메커니즘 구축 차원에서는 정부가 유로존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 '반쪽의' 유로존 화폐통합 방식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11개국이 최초 가입하면서 탄생한 유로존은 지난 2011년 남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재정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재정 정책의 통일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치적 통합 없이 이뤄진 유로존의 화폐 통합이 역내 경상수지 격차 확대로 이어지면서 재정위기를 유발했다는 견해다.

재정 통합 등 정치적 통합 없이 단순히 화폐만을 통합하면서 각국의 재정 정책을 제어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없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아울러 단일통화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역내 국가간의 경상수지 불균형을 조정할 수 있는 사후 시스템이 작동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남유럽 국가들와 독일 등 선진국가 간의 경제 체력과 사후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채 '설익은' 단일 화폐 구축이 재정위기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이같이 핵심 운용 시스템이 빠진 유로존의 단일 통화 정책은 재정위기로 큰 고비를 맞기도 했다.

◇ 부메랑이 된 유로존 화폐통합 방식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따르면 유로 단일 통화를 사용하기 시작한 유럽 국가들의 거시 지표들은 통합 초반 대체로 선진국인 독일과 프랑스의 지표로 수렴해갔다.

하지만 그리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등과 같은 남유럽 국가들의 경상수지는 악화하기 시작했고 독일 등 선진국은 경상수지가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유로존 국가들의 경상수지 추이 (※IMF·연합인포맥스)>

일부 남유럽 국가들은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자 재정 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정부 지출 정책을 확장적으로 펴기 시작했다.

이같은 확장적 재정 지출 정책은 재정 적자를 불러일으켰고 역내 불균형을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반대로 독일은 유로존에서의 단일 통화 구축 이후 실질환율이 상승하는 등 경상수지 흑자 사이클이 이어졌다.

서독과 동독 통일 이후 앓고 있던 후유증이 오히려 유로존 통합으로 해소되는 국면을 맞았다. 

<유로존 주요국 경상수지 추이 (※IMF·연합인포맥스)>

스테판 슈네이더 도이치방크 이코노미스트는 "독일 입장에서는 유로존 창설로 유럽 내 환율 리스크가 사라졌다"면서 "유로화 도입 이후 독일이 수출 측면에서 이득을 많이 봤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유로존 역내 국가간의 경상수지 차이가 확대된 데 대해 화폐 통합 이후 시스템 안정을 위한 탄력적인 정책 운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국제금융실장은 "유로존 사례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대입하긴 어렵지만, 이를 반면교사 삼아 정책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컨틴전시 플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y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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