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연합인포맥스) 이종혁 백웅기 기자 = 독일 전문가들은 한국의 통일 후 북한지역 부동산시장에 대한 과잉투자가 나타날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한반도의 통일이 대박 투자기회로 비치면서 수요와 공급을 무시한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독일의 통일 사례를 보면 과잉투자로 발생한 시장 불균형은 장기간에 걸친 고단한 조정을 거쳐서 해소됐다. 전문가들은 통일 후 북한지역 부동산시장의 부작용을 막으려면 통일 한국의 탄탄한 경제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일 할레 연구소에 따르면 1990년 통일 직후 구동독 지역의 신규 주택건축은 2만호를 밑돌다가 1996년경에 18만 호까지 치솟았다. 통일 10년이 지난 2001년 4만호, 2008년 3만호 등으로 급감한다.

이 여파로 동독지역의 주택 재고는 1990년경에 810만채에서 통일 직후 급격한 공급으로 2001년경 890만채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았다. 공급 과잉은 결국 가격의 하락을 가져왔다.

통일이 되던 1990년의 주택 가격을 100으로 봤을때 구동독의 주택 가격은 1993~1994년경 110을 넘어섰다가 곤두박칠 치기 시작해 2003~2004년에는 통일 이전보다도 낮은 95선까지 떨어졌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 덕에 구동독 주택 급증

구동독지역이 서독 지역과 동등한 주거환경을 갖춰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동독 주택시장에 대한 독일연방정부의 지원은 막대했다.

독일 연방정부는 1990년부터 2008년까지 35조유로에 육박하는 세금 혜택과 직간접 지원을 구동독 지역 주택시장에 쏟아부었다.

또 서독 주민에게 세제혜택 등과 함께 구동독에 주택 건설 투자 기회를 준 것도 큰 기여를 했다. 독일통일총서에 따르면 통일 후 동독의 임대주택 건설 투자는 처음 5년간 최고 50%까지의 특별 공제 혜택을 받았다. 직접 거주할 주택 소유주는 최고 4만 마르크까지의 현대화 비용의 10%에 대해 10년 동안 매년 세제 혜택을 받았다.

연방정부는 또 사회주택(Sozial Wohnung) 건설을 위해 1991년부터 연간 10억마르크의 재정 지원금도 제공했으며 주택개선과 관련해서도 1990년부터 재건금융청(KfW)을 통해 100억 마르크 규모의 주택개선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동독지역 실업률 급등에 공실률도 급등

하지만 통일 후 구동독지역의 경제가 파탄이 나고, 일자리가 없어지면서 장밋빛이던 주택시장은 암흑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처음 동독 가계는 서독과의 일대일 화폐교환으로 앉은 자리에서 큰 이득을 봤지만, 생산성에 걸맞지 않은 높은 임금 수준은 오래가지 못했다. 동독의 비싼 상품은 경쟁력을 잃고 수출길이 막혔으며 기업이 도산하기 시작했고, 실업률은 급증했다.

구동독의 인구는 1989년 1천515만명에서 2007년 1천314만명(베를린 제외)으로 201만명(13%) 감소한 반면 서독지역은 같은시기 497만명(8%) 증가하였다. 동독의 전체 취업자수는 통일전 975만명에서 2007년 574만명으로 급감했다.

2009년 기준 구동독 지역의 주택의 공실률은 14%에 달했으며 통일 직후 신규 주택 건설을 위해 정부가 세금혜택과 보조금을 주던 것과 달리 이제는 주택을 멸실하기 위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통일 한국도 초기 동독 답습할 가능성 커

전문가들은 한반도도 통일하면 초기 몇 년간 북한에 주택 투자 붐이 일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 주택의 노후화가 심각한 지경인 데다 공급이 부족해 한 주택에 2가구 동거가 많은 탓이다.

2008년 북한의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수세식 화장실의 보급률은 전국 평균이 59.4%에 불과하고 난방은 석탄(47.1%)과 나무(45.1%)가 매우 높고 중앙 및 지역난방과 전기난방은 5.2%에 그쳤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북한지역의 주택보급률 100%를 달성하려면 119만~154만 호의 신규 주택이 필요하고, 주택 노후화에 대한 리모델링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박용석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주택보급률 100%를 달성하려면 100만 호 이상의 주택 건설이 필요하고, 노후 주택 및 주택 성능 개선을 위한 주택 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구동독지역에 빈집 100만채…과잉투자 주의해야

통일이 된 지 20년이 지난 후 독일 연방정부는 2012년까지 공적자금 300만유로를 투입해 30만~40만호의 빈집을 철거할 계획을 세울 정도로 공실률이 심각해졌다. 구동독지역이었던 라이프치히(인구 51만명)시의 경우 통일 이후 재정지원을 통해 개보수된 주택의 23%가 빈집 문제로 다시 철거될 정도였다.

이에 대해,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 세빌스는 독일 통일 후 주택시장에 대한 과잉 투자의 부작용 사례를 통일을 준비하는 대한민국이 참고할 것을 권고했다.

글로벌 부동산회사인 세빌스의 마커스 램리 독일 대표는 "독일 정부의 지원과 통일을 투자 기회라고 보는 서독 주민이 구동독 지역 주택의 과잉 공급을 낳았다"며 "하지만 공실이 늘고, 임대료 수입이 생기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은 실질적으로 손실이 컸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통일의 후유증이 해소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의 필요한 것으로 진단됐다.

램리 대표는 "결국 10년전부터 동독 건물을 허무는데 보조금을 주고 있다"며 " 처음에 치솟았던 주택 등 부동산 가격도 나중에는 결국 현실적인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베를린에 있는 DIW 연구소 사이먼 융커 박사도 "나중에 알게 됐지만 동독 경제가 유지되지 못하면서 초기 건축 붐이 나중에 폭삭 가라앉는 후폭풍이 있었다"며 "섣부른 기대 보다는 시간을 갖고 통일을 위한 준비를 해나가야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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