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연합뉴스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기획재정부 등 정부가 국민연금 등 공적투자기관의 환헤지 비율 상향 조정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면서 논란도 불거질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100% 환오픈 원칙이 수익률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만큼 급작스러운 전략 변경시 자산 운용 원칙이 정부의 입김에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는 탓이다.

◇환오픈 전략 막 내리나…확 달라진 외환시장 여건
14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주 국회에서 공적 투자기관의 기존 해외투자 자산에 대한 환헤지 비율 상향 조정을 담당 부처를 통해 해당 기관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공적 투자기관은 총 12개에 달하지만, 정부의 타깃은 사실상 국민연금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원칙적으로 0%인 연금의 해외투자 자산에 대한 환헤지 비율을 10% 등으로 높여 잡는 방안과 해외자산의 5% 이내로 되어 있는 전술적 환헤지 비율을 15%로 상향하는 방안 모두를 열어두고 연금과 협의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더 지속적이고 강력한 방안은 환오픈 방침 자체를 변경하는 방식이다.

연금은 당초 주식과 채권 등 해외투자에 대해 환헤지를 했지만, 순차적으로 환오픈으로 전략을 변경했던 바 있다. 해외 주식에 대한 헤지가 우선 폐지됐고, 채권에 대한 헤지도 지난 2018년을 끝으로 단행되지 않았다.

해외투자에 대한 100% 환오픈으로의 전략 변경을 최종결정한 것은 지난 2015년이다. 해외자산과 원화의 역 상관관계 등을 고려할 때 안정적 수익률 관리에 더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또 당시 결정의 주요한 배경 중 하나는 지속적인 원화의 절상 위험 대응이었다.

지금과 반대다. 연금은 올해 달러-원이 1,400원대로 치솟는 과정에서 핵심 불안 요인으로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경상수지 흑자가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이에 맞먹는 수준의 해외투자 현물환 매수를 이어가는 것은 거시경제 전체를 봤을 때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달러-원 역사적 추이 기준으로 볼 때 높은 상황에서는 환헤지를 단행하는 것이 수익률 측면에서도 더 긍정적이란 비판도 있었다. 단적으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해외투자자들에게 향후 환율의 하락에 따른 환차손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이른바 '상투론'이었다.

◇'환오픈이 낫다' 고수했던 연금 어쩌나…'정부 입김' 논란 가능성도
연금이 환오픈 전략을 폐기하고 일정 비율 환헤지로 환관리 방침을 선회할 경우 적지 않은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당장 연금은 최근까지만 해도 연금으로 인한 달러-원 환율 상승 지적은 과도하며, 환오픈 전략이 수익률 측면에서 더 적절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었다.

김태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은 국회에서 환오픈 전략이 달러-원 상승을 자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국민연금연구원은 또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환오픈 전략이 유효하다면서 향후 기금 자산 감소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2030년대 초까지 향후 10년가량은 환오픈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오픈 전략을 갑작스럽게 수정해 일정 비율 헤지로 선회하려면 기존 견해를 뒤집어야 하는 만큼 논리와 명분이 부족할 수 있다. 정부의 주장에 꼬리를 내렸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 때문에 연금 입장에서는 현재 해외자산의 5% 이내인 전술적인 환헤지 비율의 상향 조정 방안을 선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 경우도 연금이 그동안 전술적 헤지에 극도로 소극적이었던 데다, 전술적 환헤지를 적극적으로 수행할 역량도 구비되지 않았다고 자인해왔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특히 전술적 환헤지의 경우 단기로 시행될 경우 엄밀하게 보면 헤지라기보다 환투기에 가깝다는 측면도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이 역시 연금이 환율 방어 목적으로 투기적으로 포지션을 운용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헤지 포지션 시가평가에 대한 운용역들의 부담도 현실적인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

외환시장의 한 전문가는 "정부는 더 강력하고 지속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환오픈 전략 자체의 수정을 원하겠지만, 연금은 전술적 환헤지 비율 조정으로 접근하는 것을 원할 수 있다"면서 "환헤지 전략 자체의 수정은 과정도 더 복잡할 수 있다"고 말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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