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사에서도 리테일·WM 부각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올해는 '증권사의 꽃'이라 불리는 투자은행(IB) 부문이 업황 악화로 기를 펴지 못했다.

IB맨들이 하나둘 짐을 싸고 회사를 나가고 있는 지금, 뒤에서 묵묵히 실적을 받쳐주던 리테일 부문이 인정받으며 증권사 대표이사(CEO) 인사의 키워드로 부상했다.

◇IB·브로커리지 수익 '뚝'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58개 증권사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4조5천791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가량 줄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증권사들의 역대 최대 실적을 견인했던 IB와 브로커리지 수익이 꺾였다.

IB 부문은 증시 부진과 금리 급등으로 예정된 기업공개(IPO)와 채권발행이 취소, 연기되면서 채권발행시장(DCM)과 주식발행시장(ECM)이 축소됐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중심으로 수익 규모가 확대되면서 지난해보다 영업순이익이 늘긴 했지만, 하반기 들어 PF 시장마저 냉각되며 성장 폭이 축소됐다.

위탁매매(브로커리지) 부문도 급격히 위축됐다.

한국기업평가가 산출한 국내 증권사 위탁매매 실적은 올해 3분기 누적 3조3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조9천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면서 주식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탓이다.

운용 부문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채권평가손실 규모는 1조3천억원에 달했다. 대형 증권사들도 금리 급등에 따른 채권평가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올해는 리테일…채린이(채권 투자 초보자)·서학개미 잡아라

그 와중에 개인투자자(리테일) 채권 투자 규모는 급격히 늘었다.

연합인포맥스 투자주체별 장외채권거래 잔고 추이(화면번호 4664)에 따르면 올해 개인투자자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21조411억원으로, 작년(4조5천420억원)보다 5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증권사 리테일은 채권 발행시장 흥행 키로 떠올랐다. 금리 급등, 주식 부진, 부동산 악화 등으로 투자자산 평가손이 깨지면서 투자 여력이 감소한 기관투자자들이 채권시장에서 자취를 감출 때 그 자리를 개인투자자들이 채웠다.

채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커지자 올 하반기부터 '월이자지급' 상품이 부상하기도 했다.

삼성증권이 국내 증권사 최초로 월이자지급 채권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난 8월부터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이 발행한 월이자지급 여전채를 판매했다. KB증권과 키움증권은 지난 9월 각각 월이자지급 형태의 신한은행·하나은행 등 은행채와 메리츠캐피탈채를 판매했다.

해외주식을 통한 수익도 상대적으로 선방한 부문이다.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이 각각 451억원과 2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4%와 15.0% 늘었다. 키움증권도 326억원으로 같은 기간 11.2% 증가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서비스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실시간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개시했다. 정규시장 개장보다 이른 저녁 9시부터 거래가 가능토록 했다. NH투자증권은 해외주식 리테일 대여풀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에는 국내주식 한정으로 제공되던 서비스다. 미국 공모주 청약대행 서비스도 출시했다. 키움증권은 미국주식 종목별 공매도 현황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WM 이익방어…CEO 인사도 이젠 '리테일'

자산관리(WM) 부문은 올해 증권사 이익을 방어해준 대표적 부문이다.

증권사 WM 영업순이익은 올해 3분기 기준 9천802억원으로, 지난해(8천606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투자중개와 자기매매·운용 부문은 같은 기간 각각 1조9천억원과 3조8천억원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

특히 퇴직연금 상품은 장기간 적립·운용되는 특성상 수익이 안정적으로 발생하며 변동성이 높은 환경에서 회사 이익 안정성에 기여한다. 이에 증권사들은 연말 퇴직연금 유치를 위해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발행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 지난달 ELB 발행 금액은 3조394억원으로, 지난해(6천262억원)의 약 5배 수준이다.

내년에도 변동성 높은 한 해가 예상되면서, 이익방어력을 높이기 위해 연말 증권사 CEO 인사도 '리테일'에 방점이 찍혔다.

하나금융은 하나증권 신임 CEO로 강성묵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을 추천하며 "IB에 편중돼있는 하나증권의 업무 비중을 리테일과 WM 중심으로 기반을 확대해 나가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KB증권도 WM부문 대표인 박정림 사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그간 KB금융 계열사 CEO 임기는 4년이라는 관례를 깼다. KB증권 WM 자산은 지난달 기준 45조8천억원으로, 올해 6조3천억원 증가했다. 비우호적 환경에서도 WM 자산 성장세를 유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NH투자증권은 리테일을 강화한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기존 자산관리(WM)·나무(Namuh)·프리미어블루(PB) 등 3개 채널을 아우르는 '리테일 사업 총괄부문'을 신설했다. WM지원본부장과 경영지원본부장을 역임한 심기필 전 상무가 전무로 승진해 조직을 이끈다.

한국신용평가는 "내년 IB 부문은 부동산시장 급랭과 IPO 지연 신규 딜 진행 어려움으로 수수료 수익이 감소하고, 건전성 저하 시 대규모 투자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자산관리 부문은 위축된 투자심리와 대체투자 펀드 등 신규 딜 발굴이 어려워지며 성장 가능성이 제한적이지만, 리테일 고객의 채권 투자 증가 등 중저위험 투자 수요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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