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별로 4조~6조원 수준…손실 영향 '제한'
금융지주 전수조사·집중점검 실시…리스크 관리 강화
글로벌 저금리 기조에서 늘려온 해외 부동산 펀드에서 손실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향후 실적에 새로운 뇌관으로 부각되는 모양새다.
아직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은 불안한 투자가 많은 만큼 금융지주들은 해외 부동산 전수조사 등을 통해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서두르기 시작했다.
◇금융지주별 해외부동산 익스포저 4조~6조원…손실 규모는
31일 5대 금융지주의 실적발표 공시에 따르면 KB금융지주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는 5조9천억원으로 가장 많고 하나금융이 4조6천억원, 신한금융이 4조원 수준이었다.
주로 오피스빌딩, 물류센터, 호텔 등의 자산으로 구성되어 있고, 투자금액의 80~90%는 미국과 유럽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주들은 2010년대 중반 이후 글로벌 저금리 국면에서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전략에 따라 해외 부동산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중수익-중위험 상품에 관심이 높아지던 때로 증권사를 중심으로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재택근무가 확산하기 시작하면서 오피스빌딩의 공실률이 높아지게 됐고, 여기에 글로벌 긴축기조 장기화로 부동산 가치가 급락하는 상황까지 도래했다.
저금리 시대에 고수익을 노린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가 칼날이 돼서 부메랑처럼 돌아온 것이다.
이는 일부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등을 중심으로 일부 현실화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최근 90% 상각 처리된 미래에셋증권의 2천800억원 규모 홍콩 오피스 빌딩 펀드에 투자한 고객에게 손실을 일부 보전하는 자율조정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를 반영해 우리금융은 540억원의 기타 충당금을 적립했다.
이외에 새마을금고 등 국내 금융회사가 국내 대체투자운용사 베스타스자산운용을 통해 영국 런던 오피스빌딩에 1천800억원 규모로 지분 투자를 진행했으나, 최근 대규모 공실이 발생하면서 빌딩 가치가 하락해 손실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해외 부동산 뿐 아니라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국내 부동산 PF 부실 우려도 여전하다.
신한금융의 국내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6월 말 기준 8조9천억원 수준으로, 그룹 총여신의 2% 정도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분양 수준 등을 가정해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해 추가적으로 2천250억원의 대손비용이 발생 가능한 것으로 분석돼 추후 반영을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의 부동산 PF 익스포저의 경우 총 3조3천억원 수준이나, 이가운데 공적보증서담보대출이 1조3천억원이어서 실질적 부동산 PF는 2조원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위험이 비교적 높은 브릿지론은 5천억원 정도로 리스크는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하나금융도 그룹 부동산 PF 익스포저 총 규모가 7조7천억원 수준이며, 이중 은행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비은행 브릿지론에서 일부 부실이 발생하고 있으나 전체 충당금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 해외부동산 전수조사·집중점검…리스크 관리 '고삐'
주요 금융지주들은 해외 부동산 손실위험이 확산됨에 따라 전수조사 및 집중점검에 나서면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KB금융의 경우 미리 건전성에 대해 전수 점검을 했고, 그 과정에서 현재는 부실하지 않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부실이 예측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전관리 사업장 또는 이슈 사업장 등으로 분류해 이를 토대로 집중관리하고 있다.
KB금융은 기본적으로 은행을 중심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 등을 실시해왔고, 보수적인 투자 기조 하에 선순위 부동산 담보를 가지고 있어 부실 우려가 높은 고정이하 규모 자체는 낮다고 보고 있다.
최철수 KB금융 최고리스크책임자(CRO)는 상반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은행의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 중 98%가 선순위 부동산 담보로 안정된 상황"이라며 "일부 계열사에서 에쿼티와 후순위로 투자한 것은 반기 내 손실 처리하고 충당금을 적립했다"고 말했다.
최 CRO는 "향후 전체적으로 담보가 있는 선순위 사업장 위주로 충당금을 적립해 손실 발생 부분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부실에 이르기 전 관리하고, 부실 발생 시 리스크 부문과 비즈니스 부문 등 적극적으로 협업해 관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도 최근 그룹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추가적인 손실이 예상되는 자산을 집중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현재 그룹 해외 부동산 투자금액의 고정이하 규모가 1천억원 수준인데, 대부분 호텔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동권 신한금융 CRO는 "코로나로 인해 실사가 어려웠던 부분에 대해서도 저희가 실시를 하러 나가고, 그룹 공동 딜에 대해서도 실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나금융의 경우 작년 하반기부터 정밀 점검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 중이라고 부연했다. 그룹 내 세부적으로 증권의 익스포저가 2조4천억원으로 가장 높고, 하나은행의 경우 1조3천억원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김주성 하나금융 CRO는 "현재 은행의 해외 부동산 투자와 관련해서는 연체나 고정이하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해외 대체투자 리스크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내 증권사 CRO 및 기업금융(IB) 담당 임원과의 간담회에서 투자 대상 자산의 손실 징후 발생시 재무제표에 적시에 반영하고, 부실 발생 시 투자자금 회수 가능성을 높여주는 담보, 보증, 보험 등 투자자 권리 구제 장치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는지 점검해달라고 요청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와 관련해 개별 투자내역별로 밀착 점검하고 있다"면서 "부실(우려)자산 및 투자자산 규모가 큰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충당금 적립 등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jhson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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