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국내 5대 금융그룹 중 하나인 NH농협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문제가 또다시 수면위로 올랐습니다. 2012년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 이후에도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반쪽짜리' 금융지주의 모순이 10년째 반복되고 있습니다. 최근 NH투자증권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서 나타난 인사 갈등은 농협의 후진적 지배구조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금융감독당국은 NH농협금융과 NH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 착수했습니다. 이례적으로 농협의 지배구조를 겨냥해 강도높은 점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합인포맥스는 금융지주회사법과 농협법에 근거한 기형적 지배구조 탄생의 배경을 짚어보고, 농협 특수성이 오랜기간 축적되면서 야기한 CEO 인사 개입 논란 등의 부작용 등을 5건의 기사를 통해 분석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칼날이 농협금융지주를 향하면서 농협중앙회의 부당 개입 여부를 얼마나 밝혀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농협중앙회를 정점으로한 농협금융의 특수한 지배구조와 그로 인한 부적절한 영향력 행사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매번 농협중앙회장 교체기때마다 반복되는 인사·경영 개입 논란이 초래하는 금융계열사에 대한 악영향을 집중적으로 파헤쳐 보겠다는 것이다.

◇금감원, 중앙회 간접 통제할 근거 찾는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부터 진행중인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 등의 수시검사를 다음달 정기검사로 전환한다.

통상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한 정기검사는 2~5년 주기로 진행되는데,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이 2022년 3월 정기검사를 받았던 것을 고려하면 2년 만에 다시 정기검사를 받는 셈이다.

금감원이 농협금융 지배구조에 칼을 빼 든 것은 NH투자증권의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가 발단이 됐다.

지난달 NH증권의 CEO 선임 당시 농협중앙회는 중앙회장의 측근 인사를 내려 꽂으려고 시도했고, 농협금융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계열사 CEO는 금융전문가가 맡아야 한다면서 갈등을 표출했다.

당시 금감원은 이례적으로 농협중앙회의 행태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NH농협은행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해 금감원이 현장점검에 나섰는데, 이를 계기로 농협중앙회 계열의 금융사에 대한 전반적인 지배구조 문제 점검으로까지 확산했다.

특히 농협중앙회의 과도한 인사 개입이 끼칠 부정적 영향도 파악해 보겠다는 게 금감원의 생각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합리적 지배구조와 상식적 수준의 조직문화가 있으면 좋겠다는 게 금융당국 공통의 생각"이라며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구분돼 있다고는 하지만 농협 특성상 그것이 명확한지는 조금 더 고민할 지점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금감원은 금융지주회사법, 은행법 등에서 정하는 대주주인 농협중앙회 관련 위법 사항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지주회사법 제45조에 따른 주요 출자자는 경제적 이익 등 반대급부 제공을 조건으로 다른 주주와 담합해 지주사 등의 인사 또는 경영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은행법 제35조에서도 은행의 대주주는 은행의 이익에 반해 대주주 개인의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은행의 인사 또는 경영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을 적용받는 농협중앙회를 직접 통제할 수 없으나 금융지주법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부당 개입을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최대한 찾겠다는 뜻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신용사업부분과 경제사업부분의 지부장 겸임 등 문제 삼을 수 있는 부분이 충분히 있다"면서 "인사 시스템 등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조직진단을 통해 필요한 조치가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사고도 지배구조 영향"…얼마나 바뀔까

금감원은 최근 농협은행에서 잇따라 발생한 금융 사고도 농협만의 특수한 지배구조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농협은행 영업점에서 발생한 109억4천733만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 사고에 대해 수시 검사를 진행했다.

사고 검사 결과 해당 영업점 직원은 부동산 브로커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뒤 사문서 위조·행사(허위 계약서 작성 등)와 담보가액 부풀리기 등을 통해 거액의 부당 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또 다른 농협은행 지점에서도 한 직원이 금융 업무가 미숙한 귀화 외국인의 동의 없이 펀드 2억 원을 무단 해지해 횡령한 사건도 추가 적발했다.

해당 직원은 과거 금융사고를 내 내부감사에서 적발된 이력이 있으나 적절하게 관리되지 않아 추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농협중앙회 출신의 '낙하산 직원'이 시군지부장으로서 관할 은행지점의 내부통제를 총괄해온 탓에 농협은행의 시스템이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원인으로 봤다.

비금융 사업을 맡아온 중앙회 직원이 전문성 검증 없이 금융 부문으로 손쉽게 이동해 내부 통제가 취약해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당국이 이번 대대적 검사를 통해 농협금융의 지배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법·은행법과 농협법 간 발생하는 충돌을 법적으로 해소해야 하지만 정치권에 이에 순순히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크다.

지난 2013년에도 농협 신경분리의 핵심인 지배구조 개선을 놓고 국회에서 농협법과 금융지배구조법 개정을 놓고 충돌을 빚은 바 있다.

 

 

sg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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