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금융 강화·위기관리 두 마리 토끼 잡기 '특명'
'기수 역전' 관계 설정 애매…이복현과 호흡도 관심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차기 금융위원장 내정자로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의 앞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서민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특히 막대한 이자비용이 국민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이에 대한 해결책과 집행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 최우선의 과제가 되고 있다.
금융시장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꼽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을 위해 금융당국의 그립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점도 김 내정자가 떠안게 될 숙제다.
국민 자산 형성을 돕겠다면서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어떻게 활성화하고 확산시킬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여기에 더해 행시 기수를 뒤집은 파격 인사에 술렁이는 금융위 내부를 다독이는 것도 김 내정자에게는 만만치 않은 숙제가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대통령 최측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의 관계설정과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호흡 맞추기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두고 금융시장의 관심이 크다.
◇PF 연착륙 위한 구조조정 속도…밸류업 고도화도 가속
윤석열 대통령은 4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임에 김 차관을 내정했다. 현 정부 들어 첫 금융위원장 교체다.
금융위는 곧바로 인사청문회팀을 꾸리고 임시 집무실을 마련하는 등 인수인계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이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보내면 20일 이내에 심사 또는 인사청문을 마쳐야 한다.
김 내정자는 당장 부동산 PF 연착륙, 가계부채 관리,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 산적한 주요 현안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PF와 가계부채를 우리 경제의 대표적인 하방 리스크로 꼽고 있다.
특히 부동산 PF의 경우 과도한 레버리지에 기반한 사업 구조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한 상황으로, '옥석 가리기'가 본궤도에 진입하는 중요한 시기다.
금융당국은 이번 주까지 금융회사들로부터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평가 결과를 제출받아 사업장재구조화 및 매각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가계부채도 3년 만에 최대로 증가하는 등 최근 다시 경제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및 집값 상승 기대 등으로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세가 더 빨라질 수 있는 만큼 선제적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일을 이례적으로 두 달 미룬 것을 놓고 정책 일관성 문제가 불거지는 것과 함께 서민의 주거 안전성을 유지하면서 DSR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 등도 강구해야 한다.
밸류업 정책을 본궤도에 올려놓아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발표한 밸류업 세제지원은 물론, 금융당국 차원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 면제'와 같은 인센티브 지속 발굴, 중장기 로드맵 완성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또 김 내정자가 STX그룹, 현대그룹 등의 구조조정을 주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도 보고있다.
◇'71년생 어린 장관' 그립감 높일까 '주목'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김 내정자가 기재부와 금융위 업무 모두 경험한 커리어를 바탕으로 경제팀의 시너지를 끌어올릴 적임자로 평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김 내정자는 금융·경제에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언제든지 금융위로 돌아올 수 있는 에이스로 손꼽혔던 인물"이라며 "기재부 내에서 특히 조율에 능한 인물인 만큼 부처 간 호흡 측면에서도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기수 파괴'에 따른 조직 융합이 걸림돌이다. 행정고시 기수는 인사를 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이다.
김 내정자는 1971년생 행시 37회로, 이형주 상임위원(1972년생·행시 39회)을 제외한 1급 간부 및 국장급보다 어리다.
지난해 8월 김 내정자가 기재부 1차관으로 임명될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다시 벌어지게 된 것이다.
금융위 내부에서는 관계 설정이 애매해짐에 따라 교통정리가 필요해진 것 아니냐며 술렁이는 기류도 있다.
금융위원장으로서 존재감을 얼마나 드러낼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복현 금감원장과 초대 금융당국 수장으로 손발을 맞추면서 정책을 주도하기보다 서포터 하는 역할을 자처했다.
그 때문에 이 원장의 목소리가 시장에 더 크게 전달될 때가 많았고, 금융위와 금감원의 보이지 않는 불편한 관계도 이어졌다.
김 내정자가 이 원장과 합을 맞추는 동시에 금융위가 다시 그립감을 쥐고 정책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심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김 내정자가 그간 보여줬던 추진력과 선이 굵은 해결사 같은 모습을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조직을 챙기는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조직의 신망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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