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은행 가계대출 CCyB 부과·위험가중치 상향 조정 검토
이르면 내달께 추가 거시 건전성 규제 발표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천109조6천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원 많았다. 2024.6.12 yatoya@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정원 기자 = 정부가 가계부채 확대를 억제하기 위한 고강도 규제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가계대출을 늘리면 늘릴수록 자본을 추가 적립하도록 의무화 하는 방식을 통해 은행의 부담을 늘림으로써 사실상 자체적으로 대출 총량을 줄이도록 억제하겠다는 게 골자다.
금융당국은 은행 가계대출에 대한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부과와 함께 위험가중치 상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내달 1일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본격 적용되는 가운데 추가적인 거시건전성 규제를 도입해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계부채를 확실히 억제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정부가 최근 내놓은 대규모 주택공급 확대 정책이 되레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지 않도록 가계대출 부문의 확장 억제를 병행함으로써 전반적인 거시 경기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판단이기도 하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부문에만 CCyB를 별도로 적용해 은행권의 자본 적립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CCyB는 신용 팽창기에 은행에 최대 2.5%의 추가 자본을 적립토록 하고 신용경색이 발생할 경우 자본 적립 의무를 완화하는 제도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지난 2022년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정부의 '자본확충 3종 세트' 도입에 맞춰 1% 수준의 CCyB를 적립했다.
경제 환경이 양호한 기간엔 은행권이 자기자본을 추가로 쌓도록 요구해 과도한 신용팽창을 억제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번 거시건전성 추가 대책의 핵심은 은행 전체가 아닌 가계대출 부문에만 CCyB를 부과하는 일종의 '핀셋 규제'다.
다시 말해 현재 가계부채 관리에 문제가 되는 가계대출 부문에만 CCyB를 별도 적용해 은행들이 주담대를 늘리는 데 부담을 느끼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가계대출 CCyB는 주담대 규모를 기준으로 차등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체적인 기준과 운용방안 등 세부적인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금융사가 전반적으로 가계대출에 대해 자본과 코스트(비용)를 높여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라며 "가계부채 부문만 따로 떼어내 추가 자본 적립 의무를 부과하는 안을 포함해 3~4가지의 방안을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주담대의 위험가중치를 확대하는 방안과 스트레스완충자본을 따로 부과하는 방안도 함께 테이블 위에 함께 올려놓고 있다.
현재 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주담대의 현재 위험가중치 하한선은 15% 수준이다.
다만, 기업대출의 경우 위험가중치 최저치가 30% 수준으로 주담대의 두 배다.
통상 은행의 익스포저에 적용하는 위험가중치는 부도율로 결정된다.
가계대출 중에서도 주담대는 안정적인 대출로 분류돼 위험가중치를 낮게 적용해왔다.
그만큼 손실률이 낮아서다.
다만 주담대가 기업대출과 위험가중치가 다른 것은 당연한 수순이나, 현재 레벨은 지나치게 낮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결국 향후 이를 일부 정상화하는 쪽으로 정책의 목표를 맞추겠다는 의미다.
위험가중치를 상향 조정하는 것 또한 은행권의 자본 적립 의무를 강화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위험가중치가 늘면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나고,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눠 도출되는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악화하는 구조다.
가계대출 CCyB 부과와 위험가중치 상향 조정 등이 결국 모두 은행의 자본에 영향을 주는 규제라는 점은 같다.
하지만 CCyB의 경우 가계대출 비중에 따라 자본 적립을 추가로 요구하겠다는 것이라면, 위험가중치 상향 조정은 주담대를 줄이지 않을 경우 기존 자본 레벨을 유지하기 쉽지 않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내달 초 스트레스 DSR 2단계 적용의 효과 등을 분석하면서 조만간 거시 건전성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는 현재 은행권의 주담대 취급 관행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차주의 DSR 한도를 고려하는 것을 넘어, 은행권이 주담대 리스크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자체 자본 여력을 고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간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가계신용 리스크'를 항목에 추가하는 등 관리 지표를 고도화해왔던 만큼, 금융권 또한 거시 건전성 규제가 조만간 도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CCyB와 위험가중치 확대가 본격화하면 최근과 같이 프로모션 등은 통해 주담대를 추가로 유치하려는 수요는 꺾일 수밖에 없다"며 "최근엔 밸류업 추세까지 맞물리면서 CET1 비율을 13% 이하로 가져가기 어려운 상황도 됐다. 주담대가 주주환원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은행들 또한 보수적 스탠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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