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적용 대상에 포함도 고려…물량 축소 방안 적극 검토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정원 기자 =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디딤돌·버팀목과 같은 정책대출 상품 공급 물량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들썩이는 부동산 시장의 흐름에 시중은행 중심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가계부채 확대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정부 주도의 정책 대출도 서민주거 안정 지원이라는 목적을 넘어서 가계부채 확산의 한 이유가 되고 있어 물량 조정 필요성이 있어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2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저금리 정책금융 상품이 대출 수요를 키우고 집값을 자극하고 있다면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이창용 총재의 이러한 지적에 비교적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내달 1일부터 좀 더 강해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적용한 뒤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정책대출 상품을 DSR 규제에 포함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 주요 부처와 협의를 통해 정책대출의 지원 대상을 제한하고, 연간 공급 물량도 축소하는 등 가능한 모든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10월 이후 가계부채 추가 조치에 정책대출 포함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23일 "정책대출이 집값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고 금리를 올리는 것만으로는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어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물량 조절 방안에 대해 관심있게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세 관리를 위한 컨틴전시 플랜 중 하나"라며 "다만 8·8 주택공급 정책,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 시행 등의 효과를 지켜본 후 실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딤돌대출과 버팀목대출은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시중은행 대비 낮은 금리로 각각 주택구입자금과 전세자금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정책모기지 상품이다.

이들 상품은 코로나19 이후 무주택·서민의 주거부담을 완화해주겠다는 취지로 지난 4년간 금리가 꾸준히 인하되어 우대금리를 적용하면 최대 1%대 중후반까지 내려갔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량이 늘고 매매 가격이 오르자, 시중금리보다 과도하게 낮은 정책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부추겼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최대한 대출을 끌어와 무리하게 집을 사는 '영끌'이 가능하게 하는 기폭제가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 2분기 은행권이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60%가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금융 상품이다.

디딤돌 대출의 상반기 집행 실적은 15조원으로, 작년 상반기의 2배에 육박했다.

이처럼 정책자금이 시장에 과도하게 풀리자 정부는 지난 16일부터 디딤돌·버팀목대출 금리를 0.2~0.4%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금리 인상에도 정책대출 수요가 줄어들지 않을 경우 공급 물량 자체를 줄일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 입장이다.

이창용 총재도 전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책대출 물량 조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정책 금융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 대출해야 할 양이 늘어나는 위험이 이미 현실화됐다고 보고 있다"며 "이 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민들이 대출받기 어려운 문제는 단순히 금리를 낮추는 것뿐 아니라 더 세심한 정책을 마련해 풀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의 정책대출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 총재의 발언에는 한 데에는 어느정도 공감한다"면서 "정책대출을 조이기 위해 DSR 적용을 포함해 다방면으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노도강' 집값 받쳤던 정책대출…"구조 변화해야"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은 서울 내 입지 우열을 '노도강(노원·도봉·강북) → 마용성(마포·용산·성동) →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로 나누는 최근의 구조에서 정책대출이 하단을 받치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보고있다.

정책대출을 활용해 '노도강'이나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으로 입성하려는 수요가 커진 점이 집값 오름세를 연쇄적으로 부추기고 있다는 인식이다.

노도강에서의 집을 판 매매자가 추가 대출을 일으켜 마용성 입성을 시도하고, 또 마용성에서의 거래는 강남 3구에 대한 갈아타기 수요로 이어지면서 집값이 오르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내 주요 부처들 또한 정책대출이 집값 상승에 영향을 줬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대출 금리인상은 이미 단행된 만큼 다른 정책들이 또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노도강 등에 집중됐던 '영끌' 수요에도 일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 가계대출에 대한 규제를 고려하면 정책대출에 대한 추가 조이기도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금리를 추가로 올리긴 어려운 만큼 수요를 관리하려는 다양한 정책들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시장의 경우 심리에 좌우되는 측면이 커 금리가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정책대출 차주의 경우 은행권 주담대 대비 금리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책대출 조정에 더 해 은행권 주담대 제한, 내달 DSR 2단계 도입까지 맞물리면 향후 부동산 가격 상승세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정책대출 등의 수요로 상승세가 지속됐던 서울 외곽지역의 10억원 이하 아파트부터 하락세가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실수요·서민이 타깃인 정책대출 금리와 수요에도 변화를 주려는 정부의 입장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6억원 이하 주택만 구매 가능한 디딤돌 대출의 경우 전체 주택거래 규모 중 차지하는 비중이 25% 수준에 불과한데, 이를 억제하는 것이 집값 안정화에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가계대출 관리를 제때 못했던 정부가 실수요자 위주의 정책대출까지 제한하면서 서민들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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