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우려' PF 사업장 경·공매에 집중…필요시 추가 PF 펀드 조성
M&A 규제 완화해 '대형화'해야…대출 포트폴리오도 쏠림 없게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수용 기자 = 저축은행중앙회는 저축은행들이 내년 상반기까지도 적자가 발생하는 등 어려움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금리 하락으로 이자 비용은 줄어들었으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에 따른 추가 충당금 부담이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회는 향후 부실채권이 빠르게 매각된다면 실적 턴어라운드 시점이 조금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적자 커졌으나 충당금 대거 쌓아…부실자산 정리에 속도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30일 상반기 실적 설명회에서 "적자 폭 관련해서는 빠르면 올해 연말, 늦으면 내년 상반기까지 적자를 유지하지 않을까 한다"며 "향후 1년 정도는 적자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나 그 폭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오 회장은 "PF 사업성 평가로 '부실 우려' 평가를 받은 3조2천억원 규모의 자산에 대해선 30% 가까운 충당금을 쌓았고, 매각 속도에 따라 개선 시기가 달라질 것"이라며 "빠른 시간에 매각하면 당장 손실 폭은 커지겠지만 이후는 좋아질 상황만 남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앙회 및 개별 저축은행 차원에서 부실자산을 빠르게 줄이고 있어 자산 건전성도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건전성이 개선된 상태에서, 개별 저축은행의 포트폴리오에 따라 가계대출 비중이 높다면 개선 효과가 크게 나타날 전망이다.
이경연 저축은행중앙회 상무는 "올해 상반기에만 2조9천억원을 매각했고, 연체율이 낮아졌다"며 "3분기 중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된 개인사업자나 PF 대출에서 연체율이 오른 모습이나, 자체 매각과 수시 상각을 진행하면서 3분기 결산에서도 크게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회는 반기 단위로 진행하던 공동 매각을 9월부터 분기 단위로 진행하며, 현재 1천20억원가량의 공동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진성 매각 이슈가 불거진 부동산 PF 정상화 펀드 운용 계획에 대해서 최병주 저축은행중앙회 수석상무는 "개별 저축은행이 진행한 펀드에서 문제점이 있었고, 당국에서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향후 '부실 우려' 분류 사업장에 대한 경·공매 정리작업에 집중하고, 펀드 개선 방안이 발표되면 필요시 추가 설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향후 추가 충당금 적립 전망에 대해선 다중채무자에 대한 충당금 제도 개선으로 향후 2천억원 규모의 추가 적립 부담이 존재하고, PF 사업장도 자연적으로 부실 우려로 분류되는 곳에 대해 충당금을 쌓을 방침이다.
◇'먹거리가 없다' M&A 완화·대출 포트폴리오 개선도 필요
저축은행중앙회는 저축은행의 영업력에 제한이 있다며 인수·합병(M&A)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오 회장은 "금융당국에 M&A 관련해 자유롭게 매각됐으면 좋겠다는 건의를 전달하고 있다"며 "현재 제한적으로 M&A가 이뤄지는데, 현재 대형 저축은행들은 법인 소유가 대부분으로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 당시 개인이 소유한 대형 저축은행에서 피해가 커졌고 이 경험으로 저축은행의 대형화가 이뤄지지 않았으나, 현재는 당시 상황과 비교해 지배구조도 달라졌다는 것이다.
최 상무는 "저축은행이 어려운 시기에 M&A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곳이 있을 텐데, 당국에서 규제 기준을 완화한다면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저축은행중앙회는 최근 자산 축소를 계기로 향후 여신 포트폴리오 쏠림 현상을 방지하겠다는 목소리도 냈다.
오 회장은 "저축은행이 먹거리가 너무 없는데, 부동산과 사업자대출, 개인신용대출로 여신 종류가 나눠진다"며 "수도권은 개인사업자와 개인신용, 지방은 기업대출에 개인사업자 정도 하는데, 포트폴리오 관련해서도 너무 쏠림 현상이 있었고 우리 스스로도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야 할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 상무는 "저축은행의 고유한 영업 영역이 있다면 좋을 텐데 이게 아니다 보니 상황이 반복되는 것 같다"며 "당국에서도 저축은행이 서민금융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중금리 대출 기준을 완화하는 등 개선을 검토하고 있어 향후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기 등급 우려마저 나온 일부 저축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에 대해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적 개선을 위해 충당금을 쌓고 부실자산을 매각하면 당장의 실적이 악화하고 이 점에서 신용등급도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상무는 "퇴직연금을 취급하는 저축은행들이 올해 9월 말까지는 실적이 개선될 부분이 없을 것이라 신용등급에도 애로사항이 있을 것"이라며 "3분기 부실 우려 PF 자산을 적극적으로 감축하면 신용등급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 회장은 "충당금을 쌓으면 실적이 악화하고 신용평가사들은 실적을 보니 나쁘게 평가하게 된다"며 "대외적 평가도 안 좋아지는 상황에서 예금 보험료도 오르니 부담을 지는 부분이 있다"고 짚었다.
오 회장은 "올해 가장 중요한 이슈는 부실자산을 정리하는 것"이라며 "늦으면 내년 상반기까지 실적 저점이 이어지겠으나 지난 2014년부터 2022년까지 10조원의 순이익을 냈고 자본비율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감내할 수 있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sylee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