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확충 급한 ABL생명 '재매각·합병' 투트랙 고민…결산 실적·위약금도 난제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우리금융지주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정당성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연내 자회사 편입 승인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우리금융은 그간 낮은 인수가 덕에 시장으로부터 '똑똑한 인수합병(M&A)'이란 평가를 받아왔지만,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만나 딜이 지연되면서 유무형의 비용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강도 높은 이복현 원장의 비판을 두고 주식매매계약(SPA)까지 체결한 이번 딜이 무산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에 금융지주 등 물밑 원매자들의 움직임도 재차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 금감원·검찰 맹공…올해 결산 실적 편입 물건너 가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내달 초 우리금융 정기검사에 착수한다. 당초 예정된 시기보다 1년 앞당겼다.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을 대상으로 한 부당대출과 관련한 내부통제 전반을 비롯해 보험사 M&A를 위한 자본 적정성 등이 주된 검사 대상이다.

예정보다 빨라진 고강도 검사는 이복현 원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전일 '가계대출 실수요자·전문가 현장간담회'에서 "현재 문제가 된 리스크 등의 요인이 있어 경영실태평가가 3년 경과된 시점에 하는 것보단 (우리금융의) 정기검사를 당겨서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지난 2021년 실시한 경영실태평가에서 2등급을 받았다. 금융당국이 인허가 심사 과정에서 적용하는 경영평가 등급상 인수 부자격 요건은 3등급 이하다.

이는 우리금융이 이번 우리은행의 부당대출로 자회사 내부통제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낸 만큼 경영평가 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 원장은 사전에 우리금융이 보험사 인수에 대한 금융당국과의 소통 노력이 없었다고 지적하며 "영업 확장 측면에서 도움이 되겠지만, 보험사라는 업권이 은행과 다른 게 있어 과연 주주단의 이익이 반영됐는지 걱정"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당초 우리금융 내부에선 보험사 인수와 맞물려 이번 사태가 터지면서 '속도전'으로 정면 돌파할 방침이었다. 제재는 불가피하겠지만, 빠르면 두 달 정도면 얻을 수 있는 자회사 편입 승인 심사만 통과한다면 올해 결산에 연결기준으로 동양생명·ABL생명을 담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감원 정기검사에 이어 검찰마저 이번 사태를 수사하고 나서면서 연내 자회사 편입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동양생명(2천706억 원)과 ABL생명(799억 원)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총 4천억 원 남짓이다. 지분율을 고려하더라도 연내 편입이 완료됐다면 우리금융 입장에선 일정 수준 이상의 연간 당기순이익 증가가 가능했던 셈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온기로 편입이 되지 않더라도 우리금융 입장에선 연내 결산에 반드시 보험사를 넣고 싶었을 것"이라며 "시나리오가 어떻게 되더라도 오해를 살 수 있어 어떤 선택도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재매각·합병' ABL생명 어찌할까…자본확충 부담 커질 듯

시간을 다투는 ABL생명 활용법도 문제다.

현재 우리금융은 ABL생명의 재매각과 합병, 두 가지 방안을 모두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이 총 1조5천억원에 동양생명·ABL생명을 패키지로 인수한 데 대한 시장의 평가는 '싸게 잘 샀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하지만 동양생명(75.34%)에 1조2천840억 원, ABL생명(100%)에 2천564억원을 준 데 대해선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았다. ABL생명의 가치가 다소 높게 책정돼서다.

이는 우리금융이 ABL생명의 재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음이 읽히는 포석이기도 하다.

IB 업계 관계자는 "ABL생명의 가치만 따져보면 1천500억원 안팎이 맞을 텐데 예상보다 고평가했다"며 "중국 다자보험 측의 패키지 매각 뜻이 워낙 강하기도 했지만, 동양생명을 깎고 ABL생명을 높은 인수가로 사들인 것은 향후 재매각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고 내다봤다.

ABL생명의 경우 반드시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것도 문제다.

올해 1분기 기준 ABL생명의 경과조치 전 킥스비율은 114.4%로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크게 밑돈다.

우리금융이 ABL생명의 자본확충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는 동양생명과의 합병한 통합법인이 조속히 출범해야 한다. 동양생명의 킥스 비율은 174.7%로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크게 상회하진 않지만, ABL생명의 악화한 자본 적정성을 다소 희석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한 보험사 재무담당 임원은 "ABL생명만 본다면 수천억 원의 자본 확충이 필요한데 그 규모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동양생명에 흡수 통합시켜야 할 것"이라며 "하반기 킥스 관련 규제 변화를 고려한다면 우리금융 입장에선 통합 보험사 출범이 더 절실하다"고 내다봤다.

만약 이번 딜이 한정 없이 늘어지거나 무산된다면 위약금을 내게 될 가능성도 있다.

통상 SPA 체결 과정에선 일정 기간 안의 인허가를 통한 거래 완료를 담보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한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사안의 배경이 어떻든 위약금이 나가게 되면 이사회 차원에선 해당 비용에 대한 배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며 "사전에 이사회에서 어떤 논의를 거쳤는지, 계약 조항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연일 이 원장의 우리금융을 향한 작심 비판이 이어지면서 이미 금융권에선 이번 딜의 무산을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이미 일부 원매자들 사이에선 동양생명의 재인수 기회가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한다. 우리금융이 동양생명 가격을 워낙 낮게 평가했기 때문에 다른 원매자들은 환영할 수밖에 상황"이라며 "다자 측도 매각이 시급한 만큼 이번 딜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우리금융 본점
[우리금융지주 제공]

 

jsje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05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