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우리금융지주가 대규모 부당대출을 향한 금융당국의 날 선 비판에도 보험사 인수합병(M&A)을 정면돌파 하기로 했다.
기관제재는 물론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중징계까지 예상되는 상황에서 '속도전'을 선택함으써 잘못에 대한 벌은 받되, 그룹의 성장을 위한 인오가닉 행보는 포기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런 판단에는 10년 전 금융당국의 제재에도 손해보험사 인수에 성공한 KB금융지주의 전례도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28일 우리금융은 임시 이사회를 열고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를 결의하고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
당초 금융권에선 우리은행의 손태승 우리금융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이 수면위로 드러나며 우리금융이 추진하는 보험사 인수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지주회사법 제57조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융지주 경영의 건전성을 해할 우려가 인정되거나, 금융지주가 자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해 자회사가 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하게 할 경우 금융지주 기관은 물론 소속 임직원에게 주의·경고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이 경우 향후 우리금융이 동양생명·ABL생명의 자회사 편입을 위해 신청해야 할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어려워 질 수 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상 금융회사가 다른 금융회사의 최대 주주가 되고자 할 경우 최근 1년간 기관경고 조치 등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여기에 이복현 금감원장이 현직 경영진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과 늑장 대응·부실 보고 등을 작심 비판하면서 상황을 해석하는 분위기는 더 악화했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속도전을 선택했다. 금융당국의 제재가 시작되기 전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자회사 편입을 완료하겠다는 속내다.
중징계를 받은 금융지주의 M&A가 완전히 막히는 것도 아니다.
10년 전 비슷한 전례도 있었다.
2014년 KB금융은 조직의 내분 사태와 대규모 정보유출 사태로 금감원으로부터 기관경고를 사전 통보 받았지만, 그해 12월 LIG손해보험 인수를 승인받았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는 금융지주회사법 특례조항을 적용해 LIG손보 인수를 승인했다. 관련 법상 최대 주주가 되고자 하는 경우 최근 1년간 기관경고 조치나 최근 3년간 시정명령·업무정지 이상의 조치를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하지만 금융산업의 신속한 구조개선을 지원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가능하다.
또한 금융당국이 인허가 심사 과정에서 적용하는 경영평가 등급 상 인수 부자격 요건은 3등급 이하다. 우리금융은 경영실태평가에서 2등급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이번 우리은행의 부당대출 사태의 위반 내용과 영향에 따라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떨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가능하지만, 아직 다음 경영실태평가까지는 물리적인 시간이 있다.
KB금융의 경우 당시 금융당국이 임영록 회장에 대한 제재도 검토 중이었다는 점도 우리금융이 이번 M&A를 강행하기로 결정한 데 힘을 실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 당시 금융당국은 국민카드가 은행에서 분사할 때 은행이 보유한 고객 정보를 이관한 후 순수 은행의 고객 정보는 삭제키로 했다가 이를 시행하지 않은 책임을 지주 고객정보관리인인 임 회장에게 있다고 보고 중징계를 검토했다.
일련의 여러 정황 상 금융당국이 KB금융의 LIG손보 인수에 제동을 걸 상황은 충분했으나, 결국 금융당국은 이를 승인했다.
이후 금융당국은 금융업 인허가 심사 중단제도 개선안도 마련했다. 검찰이나 공정위를 비롯한 금감원의 검사로 심사 중단이 장기화 되는 것을 막은 게 골자였다.
다만 10년 전 KB금융의 경우 금융당국에 지배구조 개선안을 별도로 제출하는 등 당국과 물밑 접촉을 통한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간 게 유효하게 작용했다.
이는 속도전을 선택한 우리금융이 마냥 안심하긴 이른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나 최근 이복현 원장의 발언 등 우리금융을 향한 작심비판과 압수수색을 단행한 검찰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관과 개인에 대한 제재가 불가피한 상황인 것도 맞고, 법상 특례 적용의 가능성이 있는 것도 맞다"며 "우리금융의 선택을 지켜봐야 하지만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쉽게 알 수 없다"고 귀띔했다.
jsje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