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중동서 자금 모집, 美 미들마켓 투자해 안정적 수익 창출

우리은행 M&A팀→국민연금 북미 사모펀드 담당

(서울=연합인포맥스) 양용비 기자 = 2008년 글로벌 금융 시장을 강타한 리만브러더스 사태는 은행의 규제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바젤Ⅲ와 같은 국제 금융 규제가 강화하면서 은행들은 미들 마켓에 대한 자본 적립 의무가 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은행들은 미들마켓 엑소더스 카드를 꺼냈다. 수익성에 비해 자본 부담이 커진 중견·중소기업 대출 시장에서 점진적으로 발을 뺐다. 은행이 빠진 미들마켓 대출의 공백을 채운 분야는 '사모대출(Private Debt Fund)'이었다.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대체 투자 수요가 증가한 것도 사모대출이 부상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오랫동안 지속된 저금리 환경에서 연기금과 보험사 등 대형 기관투자자들은 채권이나 공모 주식을 대신할 대체 투자처를 발굴하고 있었다.

이 같은 과정에서 미국 사모대출 시장의 성장, 유럽 하이일드·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시장의 확산을 이끈 개척자가 있다. 미국 사모대출을 선도한 베네핏스트리트파트너스(BSP)와 유럽 크레딧 시장의 강자 알센트라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두각을 나타낸 BSP와 알센트라는 각각 2019년과 2022년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 품에 안겼다. 이후 양사의 역량이 결합한 BSP-알센트라 플랫폼이라는 명칭으로 미국과 유럽을 아우르는 글로벌 사모 신용 하우스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았다.

BSP-알센트라 플랫폼은 프랭클린템플턴이 운용하는 대체투자 규모 2천600억 달러 가운데, 900억 달러를 담당하고 있다. 한화로 130조 원이 넘는 자산을 굴리며 북미와 유럽 미들마켓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에도 BSP-알센트라를 포함한 프랭클린템플턴 대체 투자 부문의 '큰손'들이 모여 있다. 10년 전부터 약 33곳의 투자자(LP)들이 프랭클린템플턴 산하 BSP-알센트라에 자금을 맡겼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APAC)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가교 역할을 하는 인사는 한국인이다. 2023년 BSP-알센트라 플랫폼에 합류해 APAC 자금조달을 총괄하는 김정민 APAC 세일즈 부문 대표다.

그는 "북미 미들마켓 사모대출 펀드 결성을 위해 한국과 일본, 중동 등에서 자금을 모으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한국은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김정민 베네핏스트리트파트너스-알센트라 APAC 세일즈 대표
사진=베네핏스트리트파트너스-알센트라

◇은행 IB에서 글로벌 대체운용사로

1984년생인 김 대표는 국내 은행원 출신이다. 미국 위스콘신대 재무학 학사, 컬럼비아대 통계학 석사를 거친 그는 2012년 우리은행 인수합병(M&A) 팀에서 인수 금융 업무를 하면서 사모펀드를 접하게 됐다.

이후 2016년부터 국민연금공단에 합류해 북미 사모펀드를 담당하면서 LP로서 경험을 축적했다. 당시 김 대표는 다양한 전략을 수립해 미국 사모 투자를 담당했다.

BSP-알센트라에 합류한 건 국민연금 퇴사 후 옮긴 캠벨 러티언스 때 인연 때문이었다. 투자사와 운용사를 연결하는 에이전트 역할인 캠벨 러티언스에서 BSP를 고객사로 맞이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그는 "BSP가 알센트라를 인수할 무렵, APAC 팀 세팅 제안이 와 1호로 합류했다"며 "현재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아시아 지역 곳곳에서 투자자를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딜소싱·손실 최소화가 핵심, 美 미들마켓 겨냥

BSP-알센트라는 중위험·중수익이 매력으로 꼽히는 사모대출 전문 운용사다. 시장 금리를 따라가기 때문에 수익 극대화보단 돈을 잃지 않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BSP-알센트라 투자 철학의 핵심으로 '딜 셀렉션(Deal Selection)'과 '로스 콘트롤(Loss Control)'을 꼽았다.

BSP-알센트라는 리스크 관리에 철저하다. 사모대출 시장에서 부도율은 2% 수중인데, BSP-알센트라는 1% 부도율로 방어하고 있다.

그는 "부도가 나더라도 돈을 모두 잃지 않고 90% 이상 회수하고 있다"며 "17년 동안 연간 약 3bp 정도의 낮은 손실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BSP-알센트라는 사모대출 시장에서 가장 업력이 긴 운용사로 꼽히는 만큼, 꾸준한 수익 창출을 실현하고 있다. 사모펀드의 경우 에쿼티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게 목표지만, 사모대출의 경우 이자를 통한 수익 창출한다. 그만큼 사모펀드에 비해 안정적이다.

김 대표는 "기대 수익률은 기본적으로 8~10%이지만 레버리지를 활용해 11~13%까지 기대하고 있다"며 "BSP-알센트라는 미국 미들마켓에 투자하는 가장 오래된 플레이어 중 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수년간 일반 사모펀드의 수익률 부진, 회수 난항이 겹치면서 기관 투자자들의 시선이 사모대출로 쏠리고 있다. 꾸준한 현금 창출, 포트폴리오 다변화라는 장점이 매력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한국을 포함한 APAC에서 미국 미들마켓에 투자하는 자금을 모으고 있다. 특정 섹터를 가리지 국한하지 않고, 기업가치 3천500억~1조4천억 원(한화) 내외 기업에 사모대출을 진행하고 있다.

김정민 베네핏스트리트파트너스-알센트라 APAC 세일즈 총괄
사진=베네핏스트리트파트너스 알센트라

◇"韓, 日보다 사모대출 5년 이상 앞섰다"

BSP-알센트라는 APAC에서도 한국 시장이 가증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APAC 국가 중 한국부터 관련 인력을 충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중동은 아직 오일머니의 영향이 크고, 한국과 일본은 대체 포트폴리오 비중이 작아 비중 확대를 위한 자금 여력이 충분하다"며 "그중에서도 한국은 사모 시장에서 일본보다 5년 이상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은 2010년대 중후반부터 대체 투자가 활성화돼 업력이 10년 이상 쌓였다"며 "이에 따른 노하우와 학습이 쌓이면서 기관들의 요구사항이 다양해지고, 정교해졌다"고 강조했다.

한국 LP의 경우 다른 국가의 투자자 대비 투자 실사가 엄격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모 리스크 우려가 큰 만큼, 투자 전 프로세스가 철저하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BSP-알센트라가 LP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BSP-알센트라가 보유한 상품의 3분의 2가 벤치마킹 기준 상위 25%의 성과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 LP 출신인 만큼 LP들의 요구사항을 빠르게 파악해 적시에 맞춤 솔루션을 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얘기했다.

◇사모대출에서 부동산·SS·CLO까지 펀드 확대

김 대표는 현재 33곳인 한국의 LP 수를 꾸준히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기존 연기금이나 공제회·보험사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새로운 투자자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주력 펀드인 사모대출은 상시로 자금을 모집하고 있다"며 "이 외에도 북미와 유럽 시장을 겨냥한 스페셜 시추에이션(SS), CLO 관련 상품 모집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모대출 외에도 상업용 부동산 투자를 위한 펀드도 현재 국내에서 모집하고 있다. 당초 15억 달러 수준으로 결성할 예정이었나 오버부킹으로 인해 18억 달러까지 상향 조정됐다.

yby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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