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구자열 LS전선 회장이 내년부터 이끌게 될 LS그룹이 더 공격적인 M&A 전략을 들고 나올 것이란 기대로 관련 자문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스몰 딜의 명수'인 LS그룹이 지난 2008년 총 인수금액이 1조2천억원이 넘는 세계 권선시장 1위 업체인 수페리어에식스(SPSX)를 인수했을 때 구자열 회장이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IB를 포함한 자문업계는 12일 '구자열의 LS'를 큰 영업 기회로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다. 자칫 다시 대형 딜로 그룹이 휘청거릴 경우 '사촌 공동경영'이란 틀에도 균열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기했다.

SPSX 인수 부담으로 한 때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렸던 LS그룹은 이후 다시 1천억원 미만의 딜에만 집중할 정도로 당시 큰 충격을 받았다.

그룹의 주력인 LS전선은 회사채를 발행해 SPSX 인수를 위해 설립한 사이프러스 인베스트먼트(Cyprus investment)에 3억4천600만달러를 투자했고,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4억달러를 빌렸다. 외부 차입금만 원화로 약 9천억원에 달했다.

LS전선으로서는 다소 무리였으나 그룹의 연대보증까지 받았고, 국민연금을 재무적 투자자(FI)로 끌어들여 투자금 1억7천300만달러를 받아냈다.

LS전선은 인수 작업이 한창이던 7월에 지주회사 체제로 변모하기 위해 ㈜LS와 LS전선㈜, LS엠트론㈜으로 분할됐다.

신설된 LS전선의 경우 차입금 재조정으로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크게 상승했다. 2008년 말 LS전선의 부채비율은 406.7%, 차입금의존도는 55.7%로 상당히 취약했다.

더구나 금융위기 여파로 LS전선과 SPSX가 동반 실적 부진을 겪었다. SPSX 실적은 2009년 이후에도 심한 기복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LS전선은 4억달러의 차입금 중 1억1천만달러를 미리 갚고 자회사인 사이프러스에 1억3천만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도 실시했다.

그러나 지난해 사이프러스는 3조1천665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40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고 LS전선의 부채 관련 지표들도 여전히 나쁘다.

또, 그밖에 M&A 시너지도 아직 수치상으로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LS전선이 2005년에 인수한 JS전선(구 진로산업)은 2010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당기순손실을 나타냈다. 한 해 앞서 인수한 GCI는 소폭의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GCI와 함께 계열로 편입된 알루텍은 여전히 적자 사업체를 면치 못했다.

2009년에 인수한 홍치전기(현 LS홍치전선)도 지난해 23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LS전선의 해외 법인들의 실적도 부진했다.

물론 LS전선이 수행한 M&A의 공과 과를 모두 구자열 회장이 떠안을 수는 없다. 구자홍 현 그룹 회장 등 '집안'의 승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SPSX 같은 경우는 그룹의 의사결정 없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LS그룹은 '사촌 공동경영'이란 독특한 지배구조하에서 각 사업부문에 대한 지주사의 통제력은 다른 그룹에 비해 다소 느슨하다.

어찌 됐든 구자열 회장이 그룹의 수장이 된 만큼 LS발(發) 빅 딜을 추진할 가능성도 커졌다.

2003년 LG그룹에서 분리된 후 현재 50개 계열사를 거느릴 정도로 성장한 LS그룹이 구자열 회장 체제하에서 빅 딜에 성공하면 제2의 도약기를 맞게 된다.

반대로 실패하면 후폭풍은 상당해진다.

LS그룹이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구태회, 고 구평회, 고 구두회 명예회장의 아들들이 계열사를 나눠맡은 구조인 만큼, 한 번의 의사결정 오류는 분쟁을 낳을 수 있다는 게 IB 업계의 시선이다.

가뜩이나 사업부문별로 이뤄지는 스몰 딜이 나중에 LS그룹의 계열분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물론, 이번에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홍 회장이 고 구평회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열 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할 정도로 그동안 LG그룹을 포함한 구씨 가문은 타 재벌가의 모범이 돼 왔다.

집안의 결정에 반대하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는 게 구씨 가문을 잘 아는 인사들의 전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LS그룹의 각 계열사 규모를 고려할 때 다시 분리하는 것은 큰 메리트가 없다"며 "웬만한 '사고'가 아니라면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다만, 구자열 회장이 공격적인 투자를 결정하고, 그 결과가 다시 그룹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면 세포분열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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