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사모투자펀드(PEF)인 한앤컴퍼니가 지난 2일 경쟁이 치열했던 웅진식품 매각 본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한앤컴퍼니는 800억원 수준의 예상 가격을 뛰어넘는 약 1천억원 가량을 제시해 신세계푸드, 아워홈과 같은 대기업 계열사와 빙그레 등을 따돌렸다.

이처럼 PEF가 M&A 경쟁입찰에서 전략적 투자자(SI)인 기업들을 제치는 경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대기업이 경기침체와 경제민주화 논의로 M&A에 주춤한 사이 PEF가 득세할 것이란 예상은 충분히 제기됐었다. 그러나 5년 내외에 높은 수익률로 엑시트해야 하는 PEF가 예상외로 입찰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자 논란이 분분하다.

M&A 업계 관계자들은 5일 PEF 강세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았다.

기업의 경우 실무 담당자들이 보수적 밸류에이션을 기초로 베팅할 수밖에 없다고 M&A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장했다. '너무 비싸게 인수했다', '투입자금에 비해 기대만큼 시너지가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은 기업 담당자에게는 치명적이다. 계열사 사장이나 회장이 M&A 진행 과정을 직접 챙기지 않는 이상 담당자는 적정 가격만 고집할 수밖에 없다.

반면, PEF는 추후 투자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돌려줄 자신만 있다면 베팅 범위를 상대적으로 넓게 가져갈 수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다른 관계자는 기업이 인수한 기업에 대해 사업조정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꼽는다. 해당 기업 노조가 반발이라도 하면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다. 특히 정부가 고용 창출을 권유하는 마당에 인력 감축은 더더욱 하기 어렵다.

PEF는 이런 면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이다.

과거 HK저축은행과 C&M 등에 대해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MBK파트너스도 역시 쟁쟁한 기업들을 따돌리고 인수한 코웨이에 대해 수처리 사업부문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즉, 사업이나 인력 조정을 통해 단기 성장성을 도모할 수 있는 셈이다.

일부에서는 경영 노하우를 거론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기업이나 PEF 운영자 간에 큰 차이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여전히 'PEF가 너무 무리하게 인수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고 일부 과거 인수 기업의 엑시트 문제에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데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MBK파트너스와 보고펀드는 우리금융 인수전에서도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M&A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한앤컴퍼니는 비록 실패했으나 올 초 대한해운 인수전에서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었고, MBK는 코웨이를 가져간 데 이어 ING생명 인수전에서도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을 따돌렸다"며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고 장기적으로 승부는 보는 대기업보다 PEF의 강한 베팅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MBK의 경우 C&M, HK저축은행, 보고펀드의 경우 동양생명에 대한 엑시트를 못하고 있고 한앤컴퍼니도 다소 비싼 것으로 평가되는 매물들이 있다"며 "PEF로 자금이 계속 유입되면서 실적을 내야 하는 압박에서 비롯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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