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삼성그룹과 LG그룹은 최근 수년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비교적 활발한 모습을 보였으나 주로 중소형 기술업체를 인수하는 데 집중했다. 공시기준에도 미치지 않는 거래도 많았고 중간에 인수를 포기하는 사례도 많았다.

여러모로 M&A시장에서 SK와 한화, CJ, 두산그룹 등의 자리를 메우기는 역부족이었다.

이러한 두 그룹이 달라지는 것인가. 삼성그룹은 덩치에 맞는 거래를 준비하겠다고 언급했고 LG그룹은 인수를 위해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우선 행동에 옮긴 LG그룹을 보자.

LG화학은 미국 수처리 역삼투 분리막(멤브레인) 제조사인 'NanoH2O'의 지분 100%를 인수키로 했다.

지난해 웅진케미칼 인수 실패 후 비슷한 매물을 찾다가 해외 업체 인수로 마무리 짓게 됐다.(13일 오전 9시59분 연합인포맥스가 단독 송고한 'LG화학, 美 수처리 분리막업체 'NanoH20' 인수한다' 기사 참조)

인수금액은 약 2억달러로 알려졌다.

도레이첨단소재의 웅진케미칼 인수금액이 4천억원대 정도임을 고려하면 절반 정도의 돈으로 원하는 업체를 손에 쥔 셈이다. 'NanoH20'는 해당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에도 웅진케미칼에 대한 본입찰 결과, 인수조건이 경쟁사보다 떨어지자 뒤늦게 매각 측에 금액을 올리겠다며 구애를 펼친 바 있다. 결국, 인수에 실패하자 비슷한 업체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다.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근성을 보인 것.

LG그룹은 차석용 부회장의 LG생활건강이 M&A로 성장 가도를 달리면서 다른 계열사를 자극했고 LG전자, LG상사도 M&A 실적을 쌓기 시작했으나 큰 존재감을 보여주지는 못했었다.

삼성그룹은 아직 겉으로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중소형 기술업체 인수가 대부분이다. 또, 실제 인수보다는 검토하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삼성발 대형 M&A가 언제든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적극적인 M&A를 선언했던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주주총회에서는 대형 거래를 언급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배당금이 적다는 일부 주주의 불만에 대해 "IT사업의 급변하는 속성으로 과거에 부러워했던 회사들이 급격히 쇠퇴하기도 했다"며 "따라서 적절한 시기에 꾸준한 R&D를 대규모로 해야 하고 갑작스러운 투자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이와 더불어 최근 추세가 기술 투자뿐만 아니고 대형 M&A 기회도 많아 (이에 대한 자금을 준비하고자) 배당 수준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과 애플 등이 하루가 멀다 하고 막대한 자금을 들여 M&A를 성사시켜도 논평도 제대로 하지 않았던 삼성전자가 직접 큰 규모의 거래를 암시했다. R&D나 시설투자도 함께 언급했지만, 배당금에 대한 불만을 M&A로 무마시켰다는 점에서 이미 삼성전자가 염두에 둔 매물이 있을 수도 있다.

물론, 삼성그룹과 LG그룹이 뚜렷한 존재감을 계속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IB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철저한 실적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리스크가 큰 M&A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책임지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다"며 "이를 극복해야 대형 거래도 성사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LG그룹은 각 계열사의 이익규모와 자금 사정상 당분간 중소형 거래에 치중할 것으로 보이는데 LG화학의 예로만 과거와 다른 적극성을 가졌다고 평가하기는 아직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산업증권부 기업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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