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증가한 회계 리스크로 금융당국의 회계감리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산업계에서 느끼는 부담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회계감리가 강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수주 차질 위기는 물론, 기업공개(IPO)·회사채 발행 등 자금조달 부문에서도 '마찰'을 겪었기 때문이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80여곳이었던 상장법인 감리가 이듬해 124곳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추가로 130여개 이상으로 확대됐다.

대우조선해양,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으로 회계이슈가 불거진 데 더해 '원칙중심'인 국제회계기준(IFRS)의 적용되면서 회계감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앞서 연구·개발비 자산화에 따른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테마감리 이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사건으로 확대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거래가 재개된 직후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분식 의혹까지 불거지며 회계 이슈로 업계 전체가 몸살을 앓았다.

최근에는 KT&G와 포스코건설이 해외기업 인수·투자와 관련해 회계 부실 정황이 포착되면서 금융감독원이 회계감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지난해에는 회계처리와 관련해 제약·바이오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비 자산처리 문제 등 굵직한 이슈들이 많았다"면서 "신규 상장업체의 경우 IFRS를 따라야 하는 만큼 여전히 기준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엔 공정가치평가와 관련된 부분이 화두로 떠올랐다"며 "다만, 기술적인 실현 가능성이라는 부분은 해당 회사는 물론, 회계사 입장에서도 판단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모호한 기준으로 회계감리가 지속되면서 향후 수주 차질 등 경영 활동 위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아울러 기업공개(IPO)나 회사채 발행 등 새로운 투자자를 상대로 한 자금조달 활동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준비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IPO 시장을 찾았던 현대오일뱅크와 카카오게임즈, 바디프랜드 등은 회계감리 강화 조치로 연내 상장이라는 목표를 결국 접어야 했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현대쉘베이스오일을 종속기업으로 분류하고 이익을 과대계상한 점이, 카카오게임즈는 자회사 지분가치평가 문제가 불거져 결국 회계감리의 대상이 됐다. 바디프랜드의 경우 렌탈 수익의 회계처리 방식을 놓고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정밀감리를 받기도 했다.

투자은행(IB)업계의 고위 관계자는 "최근 추세를 보면 코스피로 진입할 경우에는 무조건 회계감리의 대상이 되고, 코스닥으로 갈 경우엔 선별적으로 감리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이중감사'에 해당하는 만큼 상장을 앞둔 기업들이 느끼는 부담감도 매우 커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정감사를 받으면서 금융당국의 시각에 맞게 회계처리를 했음에도 추가 회계감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이 관계자는 "회계처리 기준도 자꾸 바뀌다 보니 절차와 비용 등의 측면에서 문제도 늘고 있다"며 "특히, 예측 가능성이 훼손되면서 사업 계획을 세우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비상장법인의 IPO 감리는 소규모 업체들의 경우 2~3개월이면 마무리되는 만큼 우려만큼 큰 부담은 아니라고 의견도 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향후 IPO 감리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향후 나올 금융위원회 감리선진화 태스크포스(TF)의 논의 결과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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