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기준으로 주요 2개국(G2)의 경제 규모가 세계 경제 규모(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5%(미국 25.4%, 중국 18.1%)에 달한다. 즉 두 나라가 세계 경제를 먹여 살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세계 경제 성장을 견인하던 G2 중 중국 경제가 많이 어려운 모습이다. 최근과 같은 분위기면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중국 정부가 목표로 하는 5%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특히 중국 경제의 침체가 올 한 해만의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따라서 세계 경제가 이제 믿을 구석은 미국밖에 없다. 다행히 최근 미국 경제의 상황은 매우 긍정적이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오랫동안 높은 경제 활력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하반기 이후 미국 경제의 경로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가진다. 첫 번째가 경기 연착륙이다. 경기 순환적인 측면에서 보면 너무 오랜 시간 동안 확장 국면을 지속하였다는 것에 근거가 있다. 다만, 최근의 미국 경제가 상당히 견고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경기 하락 폭은 크지 않을 것이고 경기 부진 국면의 기간도 짧게 끝나고 다시 경기 상승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라는 논리이다.

둘째, 최근 골디락스(Goldilocks) 시나리오(무착륙)가 부상하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 골디락스가 의미하는 바는 중성장·저물가이다. 일반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 총수요가 확장되는 힘이 강해져 동시에 인플레이션 압력도 높아진다. 즉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골디락스는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유지하면서 물가상승률이 떨어진다. 정책 당국의 입장에서 이보다 더 좋은 상황은 없다. 즉 정부가 할 것이 별로 없고 경제는 잘 굴러간다. 미국 경제의 골디락스는 1990년대 후반 신경제(New Economy) 시대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마지막으로 경착륙(경기 침체)의 가능성도 여전히 상존한다. 현재 미국의 기준 금리 수준은 2001년 2월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더 중요한 것은 금리 수준 자체보다는 금리 인상의 속도이다. 지난 경기 사이클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보면, 2015년 11월 제로 금리(상단 0.25%)에서 2018년 12월 2.5%(상단)까지 3년 동안 2.25%p를 올린 반면, 이번 인상기에서는 2022년 2월 제로 금리(상단 0.25%)에서 2023년 7월 5.5%(상단)까지 불과 1년 5개월 동안 5.25%p나 올렸다. 금리 수준 변화에 경제주체들이 적응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기업의 자금 운용계획에 차질이 발생하고 가계는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구매력이 약해져 소비를 줄이려는 동기가 강해진다. 결국 전반적인 경기는 가라앉아야 한다. 그것도 큰 폭의 경기 침체 즉 경착륙이 나타나야 정상이다.

아직 이 세 가지 시나리오 중에서 미국 경제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는 없다. 발표되는 경제지표, 그리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관계자들의 발언에 따라 각 시나리오에 대한 가능성이 춤을 춘다. 일단 골디락스의 가능성부터 타진해 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2023년 미국 경제가 1.8%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였는데 이는 지난 전망치보다 0.2%p가 상향 조정된 것이다. 또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6월 전년동월대비 9.1%에서 2023년 7월 3.2%로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중성장·저물가의 골디락스 요건이 갖추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미국에서 1990년대 후반에 나타났던 골디락스는 IT의 힘이 컸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IT가 부상하면서 투자, 고용, 산업생산 등에서 활력이 높아졌다. 반면, IT는 디지털화를 통해 경제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내면서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었다. 지금 미국의 중성장이 새로운 성장 동력에 의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비록 디지털 전환이나 그린 전환과 관련된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종종 언론을 통해 나오고는 있지만, 아직은 미국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미국 경제에 대한 그 기여도를 높게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떨어지는 추세가 미국 내 요인에 있지 않다는 것도 분명하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기 때문이지, 미국 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동인은 없다. 그렇다면 최근 중성장·저물가 현상은 지속성을 가지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요약하면 골디락스처럼 보이지만 골디락스가 아니다.

다음으로 경착륙의 가능성을 가늠해 보면, 분명히 최근 들어 미국 경제의 활력은 경착륙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서는 3개월물과 10년물 국채의 스프레드를 이용하여 미국 경제의 침체 확률을 제시하고 있다.

 

그 통계에 따르면 1년 뒤 미국 경제가 침체될 확률은 8월 현재 60.83%에 달한다. 이는 약 40년 만에 최고치이며 지난 리먼 브러더스 파산 직전인 2007년 11월의 40.73%보다도 훨씬 높다. 그리고 과거 경험상 침체 확률이 약 40% 수준을 넘어서면 예외 없이 경기 침체가 실현되었다. 이대로라면 분명 미국 경제는 반드시 1년 이내 경기 침체가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최근 시장에서 보는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은 매우 낮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6월 향후 1년 내 미국 경제가 침체될 확률을 기존 35%에서 25%로 낮추었으며, 8월에는 다시 20%로 더 낮추었다. 또한 최근 NABE(전미실물경제협회)의 설문조사에서도 전문가의 71%가 미국 경제가 1년 내 침체될 확률을 50% 이하로 답하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시장의 시각은 미국 경제에 대해서 대체로 긍정적이다. 다만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시장에 확산되는 것 자체는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미국에 IT 버블이 붕괴하던 2000년대 초반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직전인 2008년 초반에도 시장은 지극히 낙관적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이러한 양극단의 회의론과 긍정론을 제외시키는 단순한 방법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투자은행(IB)들이 보는 미국의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수개월 전보다는 긍정적이다. 주요 IB들의 올해 남은 3분기와 4분기 경제성장률은 6월까지만 해도 각각 전기대비연율 -0.5%와 -0.4%로 경기 침체 국면으로의 진입을 시사했으나, 최근에는 각각 1.5% 및 0.3%로 비록 미국의 잠재성장률인 2% 내외 수준보다는 낮지만, 침체 없는 연착륙 전망으로 바뀌었다. 골디락스의 어원에서 주인공이 세 마리 곰이 끓인 세 가지의 수프를 먹어 보는데, 그중에서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 적당한 것 중에서 적당한 것을 먹고 기뻐했다는 내용이 있다. 민간 주체들은 좋고 나쁨을 떠나 극단적인 것을 피하고 싶어 한다. 아마도 시장은 중간의 것, 경기 연착륙을 선호할지 모른다. 다만, 뉴욕 연방은행이 발표하는 미국 경기침체 확률의 경기 선행성에는 예외가 없었다는 사실은 상당히 마음에 걸린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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