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주요 글로벌 경제 이슈
 

올해는 세계 경제가 확연히 팬데믹(Pandemic)을 뒤로하고 새로운 사이클에 접어드는 첫해라고 할 수 있다. 엔데믹(Endemic)의 이야기는 작년 초부터 나왔지만, 공식적으로 그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난 시점은 2023년 말이라 볼 수 있다. 작년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국제 공중보건 위기 상황을 해제한 데 이어, 정부가 6월부터 코로나19 위기 경보 단계를 최고 단계인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했고, 코로나19 팬데믹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선별진료소가 2023년 12월 31일부로 운영이 종료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의 경기 사이클이나 글로벌 사이클을 살펴보면 코로나 팬데믹 발 경기 사이클은 2020년 상반기 저점에서 고점을 거쳐 작년 혹은 올해 초 종료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제보건적인 이슈가 사라지고 난 뒤 새로운 경기 사이클은 다른 동인으로 움직일 것이다. 아직은 어떠한 힘이 주도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가능한 범위 내에서 올 한해 세계 경제를 움직일 수 있는 이슈들을 가늠해보고자 한다. 첫째, 중앙은행과 시장의 힘겨루기가 지속될 것이다. 즉 시장의 피봇(Pivot)에 대한 기대감과 그 기대감의 속도 조절을 원하는 중앙은행들의 몽니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중단된 것은 확실하다. 문제는 금리 인하가 언제 시작되느냐이다. 시장은 빠르면 올해 3월, 늦어도 6월에는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 전제라면 한국은행도 연준의 금리 인하 직후 큰 시차 없이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속성은 자기들의 행동이 시장의 예상에 부합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아마 기준금리를 결정할 권한이 있는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나 한은의 금융통화위원회 관련 인사들이 계속 딴지를 거는 발언으로 시장에 주도권을 주지 않으려 할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중앙은행의 정책금리가 먼저 움직이고 시장금리가 따라가는 것이 맞지만, 지금은 시장금리가 정책금리를 선행한다. 모든 나라들의 중앙은행들이 당면한 과제는 통화정책의 권위 회복이다. 그래서 시장의 과도한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지금 중앙은행들의 최대 목표일지도 모르겠다.

둘째, 지정학적 리스크가 경제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주된 요인으로 등장할 여지가 있다. 지금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로는 장기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예멘 반군과 미·영의 국지적 교전 등이 있다. 이러한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군사적 충돌의 공통점이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세계 경제가 필요로 하는 중요한 자원을 생산하는 지역이거나 핵심 운송 경로가 있는 지역이라는 점이다. 전쟁이 격화될수록 이들 지역에서 자원 이동에 차질이 발생하여 글로벌 공급망에 위기를 초래함으로써 원자재 가격이나 수송 비용을 급등시킬 우려가 있다. 다만, 이미 알려진 리스크들이고, 분쟁이라는 것이 인명피해나 전쟁 비용이라는 희생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분쟁 당사국 정부들의 국내 정치적 입지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좁아진다. 또한 이미 세계 경제는 진행 중인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는 법을 찾아 강한 내성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세계 경제에 미치는 이들 분쟁의 영향력은 시간이 갈수록 약화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아직 현실화하지는 않았지만, 가능성이 고조되는 지정학적 리스크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꼭 전쟁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중국과 대만 사이의 양안(兩岸) 관계의 경색, 미국과 이란과의 외교적 분쟁 등 새로운 이슈들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할 우려가 있다.

셋째, 고난의 길에 접어든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장의 관점이 중요해질 수 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단기적으로는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을 극복할 수 있는가이다. 이론상 금리 인하(완화적 통화정책) 시 인플레이션 강도가 높아져야 한다. 지난 1~2년간 대부분 국가가 금리를 급하게 올렸던 시기에 중국 인민은행은 정책금리를 오히려 하락시켰다. 만약 우리나라가 중국처럼 금리를 내렸다면 물가가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치솟았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까지도 중국의 물가상승률은 마이너스이다. 작년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비 마이너스(-)0.3%이며 생산자물가 상승률도 -2.7%이다. 특히, 생산자물가는 2022년 10월부터 15개월 연속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부채 문제로 디플레이션(Deflation)이 진행되면서 중국 정부가 아무리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려 해도 민간 주체들이 반응을 안 하고 있다. 다른 이슈는 중국의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 가능성이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19년에 1만 달러를 넘었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많은 국가들이 소득 1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큰 위기에 빠진 경험이 있다. 1만이라는 숫자에 매몰될 필요는 없으나, 생각건대 소득 수준이 1만 달러에 다다르면 기존의 사회·경제를 움직이는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관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들이 알면서도 변화하지 못하고 경제위기라는 시급함이 있어야 구조개혁을 할 수 있었지 않은가 생각된다. 중국이 과연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고 인적 자본의 고갈, 글로벌 기업들의 시장 철수로 인한 혁신 동력 약화, 시장과 정부의 역할에 대한 혼란 등 자국 내 많은 위험 요소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반면 서방의 시각이 반드시 중국 경제가 위기에 빠지리라는 것에 꽂혀 있지만, 그것도 아직은 모른다. 그들의 논거가 경험칙에 근거한 합리성을 가진 것은 맞지만, 서방 세계가 국제정치학적으로 중국의 부상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객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이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중국에 대한 고립정책이다. 한때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Decoupling)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었으나, 최근에는 디리스킹(De-risking)이라는 표현으로 순화되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말장난이다. 그게 그거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와 그것에 대한 중국의 대응에서 세계 경제는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우리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다. 세계 어느 나라든지 미국과 중국이 모두 중요하겠지만 특히 한국 경제의 입장에서 '두 나라 중 어느 나라를 선택하겠냐'라는 객관식 답이 두 개밖에 없는 질문에는 어느 누구도 답할 수 없다. 앞에서 중국의 중진국 함정을 언급했지만, 사실 중국에는 더 중요한 함정이 있다. 바로 지금의 상황과 정확히 일치하는 투키디데스(Thukydides Trap) 함정이다. 기존 패권국가와 새롭게 부상하는 강대국이 충돌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다. 지금까지는 중국이 수세에 몰려 있다. 어찌 되었든 올해 11월 미국은 대통령 선거가 있다. 민주당이 되든 공화당이 되든 중국에 대한 강경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지금 중국에 대한 규제는 바이든 행정부 이전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여전히 중국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은 미국 내 일반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민주당도 공화당도 올 한해 내내 중국 때리기 경쟁할지도 모른다.

2024년 시장의 최대 화두는 '다중(Multiple) 리스크'가 될 것이다. 그것도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을 떠나 국제정치, 실물경제, 금융시장, 자산시장, 정부 정책 등의 경제주체들이 쉽게 대응하기 어려운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바로 앞의 현안에 대응하는 능력보다는 거시적인 글로벌 시스템을 이해하고 시장의 큰 흐름을 잡아낼 수 있는 능력이 더 필요하다. 흔히 하는 말로 지금은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정확히 알고 있는 선지자(先知者)나 현자(賢者)가 필요한 세상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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