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정치 지형에서는 이해가 안 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 선거에 나온다고 한다. 공화당의 경선 결과를 지켜보고 있자면, 트럼프가 공화당을 대표하여 47대 대통령 자리를 놓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리턴매치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미국 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지지율에서도 트럼프가 바이든을 앞서고 있고, 대부분의 경합주에서도 트럼프의 지지율이 더 높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지금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면 트럼프가 다시 집권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다만 11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까지는 긴 시간이 남아있다. 그리고 트럼프는 2020년 대선 개입 등의 형사 사건과 민사 사건 등으로 사법 리스크를 안고 가고 있다. 이 중 대선 자격 자체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건도 있기 때문에 리턴매치가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불확실성을 배제하고 트럼프가 재집권했을 때 벌어질 일들을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2017년 1월에서 2021년 1월까지 트럼프가 집권하면서 펼쳐놓았던 경제정책들을 '트럼프노믹스 1.0'이라 한다면 이번에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2025년 1월부터 2029년 1월까지 집권하는 기간 동안의 경제정책을 '트럼프노믹스 2.0'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두 개의 정책철학에서 수단에 큰 차이는 없다. 다만 강도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트럼프노믹스 2.0' 시대가 될 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미·중 관세전쟁의 격화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성장이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2018년 7월부터 2019년 9월까지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와 중국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 조치가 이어졌다. 결국 양국의 교역은 위축되었고 그 영향으로 전 세계 교역 증가율은 2018년 4.0%에서 2019년 1.2%까지 급락했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성장률도 같은 기간 3.6%에서 2.8%로 하락했다.

 

생각건대 당시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장 여건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세계 경제의 위축은 오롯이 미국과 중국 간 관세전쟁의 영향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PIIE(피터슨경제연구소)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국 평균 수입 관세율은 지난 2018년 1월 3.1%에서 2019년 9월에 21.0%까지 17.9%p 급등했다. 이를 이용하여 단순히 계산해 보자면, 당시 미국의 대중국 관세율이 1%p 높아졌을 경우 국제 교역 증가율이 0.16%p, 그리고 세계 경제성장률이 0.04%p 하락하는 압력을 받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최근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재집권할 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일괄적으로 관세율을 60%까지 높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미국의 대중국 수입 관세율은 계산하는 방법에 따라 다소의 차이가 있어 정확한 통계를 가지고 올 수는 없지만 12~20% 사이일 것으로 추정된다. 20%를 가정할 경우 트럼프가 제시한 관세율 인상 폭은 40%p에 달한다. 이 경우 국제 교역 증가율은 6.4%p 하락하고 세계 경제성장률은 1.6%p 하락하는 압력을 받게 된다. IMF가 예상하는 2025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3.2%이므로, 세계 경제성장률의 절반이 날아가는 셈이다. 트럼프의 말대로 된다면 결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둘째, 미국 시장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산업들의 부침이 우려된다. 지난 2018년 트럼프는 무역확대법 232조(국가안보 수입규제)를 근거로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당시 미국 시장 내 한국산 철강 제품 비중이 약 10%에 달했었기 때문에 우리 철강 업체들이 상당히 곤욕을 치렀다. 즉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적성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는 물론 외교·군사적 동맹국에도 칼을 들이댄다. 최근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중국 이외의 모든 수입품에도 관세율을 10%p 인상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1차 관세전쟁이 미국과 중국과의 국지전이었다면, 2차 관세전쟁은 세계대전이 될 것이다. 그 전쟁의 유탄을 받을 대표적인 타겟 산업군은 앞서 언급한 철강, 그리고 자동차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자동차 수출의 미래가 불확실하다. 작년 전반적인 수출 경기가 침체되었음에도 자동차 수출은 전년대비 31.1% 증가한 708억 달러를 기록하였는데, 이 중 45.4%가 미국 시장으로 수출되었다. 미국 시장 내에서도 우리 자동차 기업들의 시장점유율 순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의 기본적인 생각은 미국 시장 내에서 많이 팔리는 외국산 제품 또는 외국기업 제품은 일자리를 뺏어간다는 것이다. 그런 제품들이 눈에 띈다면 어떤 식으로든지 페널티를 주려 할 것이다.

셋째, 우리 기업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미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반도체, 자동차 기업들의 미국에 대한 투자가 크게 증가했던 시기는 바로 트럼프 행정부 시기이다. 우리 전체 해외투자 중 미국에 대한 투자 비중은 2015년 약 23%에서 트럼프 집권 첫해인 2017년에 34% 그리고 2023년 1~9월 기간에는 46%까지 빠르게 높아지는 추세이다. 미국 정치인의 입장에서는 해외 기업이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것이고, 그것은 지지율로 연결된다. 이는 지금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서도 동일하다. 이전 트럼프 집권 시기에 우리 기업들이 투자했던 것은 트럼프가 그동안 대외 활동을 하는데 많이 우려먹었기 때문에 트럼프 입장에서는 새로운 투자 유치 성과를 필요로 할 것이다. 미국 시장이 자사의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트럼프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고 결국은 미국 시장에 대한 2차 투자 러쉬가 발생할 수 있다.

넷째, 4차 산업혁명의 양 축 중인 하나인 그린 전환이 빙하기를 맞을 수 있다. 트럼프는 친환경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의 집권기였던 2020년 11월에 미국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공식 탈퇴하였다. 특히 트럼프 집권기에 화석 연료인 셰일오일을 생산하는 셰일산업이 크게 성장했던 점을 생각해 본다면, 지금 바이든 행정부의 그린 전환 정책인 IRA(인플레이션 감축법)가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트럼프는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 고용창출효과가 확연히 떨어지는 전기차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집권기 동안에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빙하기에 접어들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많은 연구 기관들이 우려하는 바와 같이 우리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및 이차전지 생산 시설이 유효한 수준으로 가동되지 않으면서 관련 기업들에 큰 재정적 부담을 안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부상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트럼프의 외교·군사적 입장은 최대한 다른 지역에서의 전쟁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통한 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가장 큰 지정학적 리스크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유럽 내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발을 뺄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장기화되면서 양측이 모두 지쳐 소강상태로 진입했고 이제는 이전처럼 글로벌 공급망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빠지면서 힘의 균형 관계가 무너져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다시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글로벌 인플레이션 문제가 재점화할 수도 있다.

이러한 트럼프 재집권의 부정적 영향들은 아직은 가능성의 단계이다. 우리나라 정치 지형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데, 미국 정치의 방향성을 어찌 단언할 수 있겠는가.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 11월까지는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트럼프노믹스 1.0' 시대를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공화당의 대선 주자로 확실시되는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에 따른 대응 전략은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이미 우리 정책당국과 주요 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다행히 과거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그때보다 지금의 불확실성은 크지 않을 수 있다.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차근차근 여러 가능성에 대해 충분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하겠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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