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이수용 기자 = 강력한 가계대출 억제 드라이브를 걸던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자율적인 가계대출 관리로 방향을 선회한 가운데 은행들이 잇따라 실수요자를 위한 예외 조항들을 내놓고 있다.
엄격한 심사를 통해 투기수요를 막으라는 원칙을 내세우면서도 실수요자를 위한 추가 보완대책을 내놓으라는 게 금융당국의 요구로 은행권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은행들은 일단 실수요자 전담 심사팀을 운영해 매월 대출 신청물량, 상환 예측물량 등을 추정해 연말까지 실수요자를 위해 안정적으로 신규 자금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총량 관리'서 '예외 항목'으로 실수요 대책 보완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1주택 소유자에 대한 처분 조건부 신규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앞서 1주택자의 경우 처분 조건이라도 취급하지 않겠다는 것에서 한발 물러나 당일 보유 주택을 매도하는 조건으로 집을 사는 차주는 실수요자로 판단해 이에 대해선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생활안정자금 주담대도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이라면 1억원을 초과할 수 있다고 예외로 두고, 신용대출도 결혼 및 가족 사망·출산·의료비 등에서는 연 소득 내 취급에서 연 소득의 150%(최대 1억원)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결혼 예정자 및 상속의 경우에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을 내주는 등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대출 취급 예외 조건을 명확히 제시했다.
이 외에도 수도권 직장 변경 및 자녀의 수도권 진학, 치료 목적이나 부모 봉양 등의 경우에도 증빙 자료를 제출하면 유주택자의 전세대출도 내주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1주택 소유자라도 처분 조건부 및 결혼 예정, 상속 대출 등에 대해선 신규 구입목적의 주담대를 허용하고 있다.
생활안정자금 주담대의 경우도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이라면 연 1억원의 한도를 초과해 취급할 수 있고, 소유권 이전 등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은 올해 10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제한한다.
은행권에서는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은행장 간담회 이후 '실수요자 전담 심사팀'을 운영해 충분한 상담과 면밀한 심사를 통해 경영계획 내 대출 여력 범위 안에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자금 공급을 지속하기로 했다.
1주택 갈아타기 차주의 경우 기존 주택 매도 계약서 확인 등을 통해 예외를 인정하면서 은행연합회 중심의 실수요 구분 심사 사례를 발굴해 보완할 방침이다.
◇은행권, 다주택자·신용대출 여신심사 강화
은행들은 실수요자에 대한 보완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2주택자 이상인 다주택자 등 투기수요로 보이는 대출에 대해서는 여신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갭투자에 활용될 수 있는 전세자금대출, 유주택자가 당장의 실거주 목적이 아닌 주택을 추가 구입하기 위한 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에 대해서도 엄격히 심사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방은행들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관리에 따른 풍선효과 여부를 모니터링하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인터넷전문은행들도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완만하게 조절하고, 중저신용자 포용금융 지원도 지속하기로 했다.
신규 분양주택 전세자금대출에 대해선 여전히 상당수 은행에서 취급이 가능한 만큼, 대출수요자 불편은 크지 않을 것으로 은행권은 보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특정 차주군에 대해 모든 은행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은행별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대응해주길 바란다"며 "가계대출 관리는 개별은행의 단기적인 관리 차원이 아니라 거시경제, 장기적 시계에서 은행권이 자율적 노력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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