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국내기업이 사모사채와 기업어음(CP)으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공모 회사채 시장의 규모가 올해 1분기 큰 폭으로 줄었다.

3일 연합인포맥스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사모채의 발행량은 약 2조671억원으로 전년(2천632억원)과 비교해 10배 넘게 늘었다.

CP(ABCP 포함)의 발행규모도 같은 기간 143조원으로 전년(124조5천억원)과 비교하면 15%가량 증가했다.

반면, 국내 공모 회사채 시장의 규모는 11조8천89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조8천794억원)보다 약 30%가량 급감했다.

사모채의 발행량이 크게 늘어난 데는 증권사의 수요가 많은데서 기인했다.

이번 분기에 발행된 사모채의 절반 정도는 신용부도스왑(CDS)과 연계된 파생상품의 담보채권으로 사용됐다. CDS가 연계된 자산유동화어음(ABCP)의 지급 보장을 위해 제 2의 기초자산을 필요로 하는데 증권사가 우량 사모채를 통해 조달한 것이다.

 

 







이번 분기에는 만기가 '2018년 3월 21일'인 사모채가 9종목, 총 1조2천700억원에 달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같이 발행일자는 다르지만, 만기가 조절 가능한 사모채가 발행되면 증권사가 이를 사들여 페이퍼컴퍼니(SPC)를 세우고 자산유동화어음(ABCP)으로 만들어 투자자에게 판매했다.

모두 부도 위험이 거의 없는 현대제철과 GS칼텍스, 롯데물산, KT렌탈 등등 신용등급이 'AA-' 이상인 우량기업의 회사채다.

투자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초에는 발행이 많이 됐지만, 요새는 CDS 스프레드가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아 한풀 꺾였다"고 말했다.

물론, 신용등급이 높으면서 만기매칭이 되고 절대금리가 나오는 사모채를 요구하는 보험사의 수요에 따라 발행된 일도 있다. LG유플러스가 지난달 발행한 1천100억원의 7년 만기 사모채가 이른바 '알채권'으로 보험사에 팔렸다.

이와 더불어 대한항공이 국내 공모 회사채 시장을 이용하지 않고 연신 엔화채를 발행한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대한항공은 지난 2월과 3월에 370억엔(약 4천300억원)의 변동금리부 엔화채를 발행했다.

CP시장도 성황을 이뤘다.

지난 3월 말까지 발행된 CP(ABCP 포함)는 지난해보다 15% 증가한 143조원으로 나타났다.

주관사와 이견으로 회사채 발행을 포기했던 연합자산관리가 2년물과 3년물로 3천억원이 넘는 CP를 찍었고, GS건설도 5년물로 5천억원을 CP시장을 통해 조달했다. 웬만한 회사채 만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달 들어서도 대우조선해양이 3년물과 5년물로 5천억원을 CP로 찍어 여전히 주요 기업의 자금 조달 시장임을 나타냈다.

발행사 입장에서 사모채와 CP는 나쁘지 않은 자금 조달 수단이었다.

일단, 초저금리 시대에 개별민평 수준의 금리로 발행할 수 있어 큰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또 웅진 사태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수요예측을 거치면 자칫 '평판'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피할 수 있다는 점도 한 이유로 꼽힌다.

오는 5월부터 만기 1년 이상의 CP발행을 위해서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돼, 1분기에 기업수요가 몰린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CP발행은 대표이사의 승인만 받아도 된다.

증권사의 한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5월부터 증권신고서가 의무화되는 만큼 사모채와 장기CP의 발행량이 급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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