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이번 주(17~21일) 서울 외환시장은 미국 비농업 고용지표 발표와 국민연금 환헤지에 주목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이 종료된 가운데 외환당국의 강한 개입 의지가 반영되면서 달러화가 레벨을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한때 1,475원선으로 치솟았던 달러-원 환율은 1,450원선을 중심으로 움직일 공산이 크다.

시장 참가자들은 지난주에 외환당국의 개입 의지를 확인한 바 있다.

외환당국은 달러-원 환율이 연일 1,470원대에서 상승 압력을 받으며 1,500원선을 향하자 실질적인 환시 대응 가능성을 언급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시장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한 후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수급 안정을 위해 "가용 수단을 적극 활용해 대처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국민연금과 수출업체 등 주요 수급 주체들이 나설 가능성이 열리면서 달러-원 환율 상승세는 일단락됐다.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1,450.80원(MID)에 최종 호가됐다.

이는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2.20원)를 고려하면 전장 서울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457.00원)보다 4.00원 내린 수준이다.

◇당국 경계에 1,470원대 지붕 확인…하락폭이 관건

서울환시는 지난주 당국 구두개입의 여파에 1,470원대를 상단으로 인식했다.

1,470원대부터는 외환당국 개입 의지 뿐 아니라 국민연금 전략적 환헤지가 개시될 수 있는 레벨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당국이 수출업체들에도 협조 요청을 해둔 상태다.

중공업체 등의 기업들은 환율 레벨이 높아지면 네고물량을 내놓을 수 있어 주목할 만하다.

달러-원 환율이 상단을 인식한 만큼 중요한 점은 아래쪽으로 얼마나 하락할 수 있을지 여부다.

국민연금 환헤지 물량이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가 큰 만큼 달러화 상단이 제한될 수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비중은 전체 자산의 58.4%로, 771조3천억원이다.

전략적 헤지만으로 약 77조원(530억달러)의 환헤지 물량이 시장에 풀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금의 달러 매수도 약해질 수 있다. 현재 한국은행과의 스와프 한도는 650억달러 수준이다.

환율은 이미 1,470원대에서 1,450원대로 레벨을 낮춘 바 있다.

여기서 환율이 더 하락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달러 약세와 함께 엔화 강세, 주식시장 호조 등 원화 강세 요인이 뒷받침돼야 한다.

미국 금리인하 기조 지속 등 당국의 개입 의지와 함께 달러 약세 흐름이 받쳐줘야 환율 방향이 바뀔 수 있다.

이와 달리 국내 증시 부진에 외국인 주식순매도가 지속되거나 서학개미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를 위한 달러 매수가 이어진다면 달러화 하단은 지지력을 보일 수 있다.

◇20일 미국 9월 고용보고서 주목…12월 금리인하 변곡점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이 종료되면서 그동안 미뤄졌던 경제지표 발표도 차차 정상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주목할 만한 지표는 오는 20일에 나올 9월 미국 비농업 고용지표다.

이는 이미 10얼 첫주에 나왔어야 하는 지표다.

하지만 셧다운 여파로 발표가 지연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도 늦춰진 바 있다.

미 연준은 고용지표와 물가지표 등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게 되면서 신중모드로 돌아섰다.

금리인하 신중론자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금리인하 경로는 위축됐고, 증시를 비롯한 투자자들의 위험선호 심리도 약해졌다.

이런 혼란을 일부 해소하려면 셧다운 기간 동안 깜깜이였던 지표가 순조롭게 나와야 한다.

9월 비농업 고용지표가 악화될 경우 다시 한번 미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가 재부각될 수 있다.

이는 달러-원 환율을 1,450원선 아래로 끌고 내려갈 수 있다.

◇美 셧다운 종료 후에도 증시 탄력 부진

서학개미 해외주식 투자를 가늠하기 위해 미국 증시 흐름도 중요한 변수다.

미국 셧다운이 끝났지만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주식의 조정은 꽤 깊었다.

인공지능(AI) 거품론에 따른 AI 주식 하락세와 반도체 등의 주가 조정은 크게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13% 상승하는데 그쳤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65% 하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0.05% 하락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증시가 다시 회복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통상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 온도에 연동되는 경향이 짙다.

미국 기술주들의 회복세가 지속돼야 국내 증시도 호조를 보이고 그동안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의 재유입 가능성도 기대할 만하다.

이대로 위험선호 심리가 타격을 입은 채로 지속되면 주식 투자 심리가 악화될 수 있다.

위험선호가 위축되는 양상은 비단 주식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아시아통화로 이뤄진 자산 전체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이번주에 얼마나 투자 심리가 회복될지에 따라 달러-원 환율 하락폭이 정해질 수 있다.

서학개미 움직임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미국 증시 조정은 서학개미들에 물타기 시점으로 인식되면서 달러 매수 수요가 지속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증시 조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달러-원 환율이 아래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차츰 차익실현 욕구가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서울환시에서 일부 달러 매도 압력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번주 주요 경제 지표는

셧다운 종료와 연방정부 업무 재개에도 지표 발표 일정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오는 18일에는 미국 10월 산업생산이 예정돼 있다.

19일에는 미국 주택착공건수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발표된다.

오는 20일에는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1일에는 11월 S&P 글로벌 제조업 및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나온다.

21일에는 미국 11월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와 기대인플레이션도 발표된다.

연준 인사들의 연설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필립 제퍼슨 미국 연준 부의장,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의 연설이 오는 17일에 있다.

18일에는 마이클 바 연준 이사, 19일에는 존 윌리엄스 뉴욕연은 총재 연설이, 20일에는 베스 해먹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리사 쿡 연준 이사,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 연설이 예정돼 있다.

오는 21일에는 존 윌리엄스 뉴욕연은 총재와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 마이클 바 연준 이사,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 연설도 있다.

18일에는 호주중앙은행(RBA) 의사록도 발표된다.

한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오는 17일 '2025년 BOK 지역경제 심포지엄'연설에 나선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27일)를 앞두고 있어 총재의 연설이 주목된다.

syjung@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본 기사는 연합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5시 0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