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평면에 놓고 관리하던 외환시장이 앞으로는 입체적으로 바뀌어 갈 겁니다".

이승호 한국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18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서울 외환시장이 역내 은행권 시장에서 벗어나 역내외 다양한 수급이 입체적으로 움직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
촬영:연합인포맥스

 

외환위기의 트라우마를 떨치고, 관리 위주의 시스템이 아닌 외환의 효율적 운용과 원화 국제화를 지탱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서울 외환시장은 앞으로 24시간 개방을 준비하고 있고, 글로벌 외환시장에 뛰어들어 외환시장 체질을 바꿔 나가야 하는 시험대를 마주했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도 시장의 영역을 넓힐 만한 변수로 꼽힌다.

이 선임 연구위원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은행에 입행해 2010년까지 22년 간 재직했으며, 1996년 미국 아메리칸유니버시티에서 환율 연구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외환시장 실무에서 다진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통찰력있는 외환시장 연구를 내놓기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한은 국제국에서 근무하는 동안 1999년부터 외환정책 기획, 환율 및 외환시장 운영을 직접 담당했고, 2006년부터 3년간 국제통화기금(IMF)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했다.

그의 저서 '환율의 이해와 예측'은 외환시장 교과서로 통한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서 환율, 외환시장, 글로벌 자본시장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다음은 이승호 선임 연구위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이 외환시장 변화를 이끌까.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국민들이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편하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쓰는 상황이 되면, 국경 간의 거래에서도 부분적으로 쓰이기 시작하고, 기존의 실물 거래와 금융거래까지 확산된다면 대외 지급 수단의 역할을 할 수 있어 외환시장 영향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지금 환율은 우리 원화와 미국 법정통화인 달러화의 교환 비율이다. 그런데 테더 같은 달러 스테이블 코인이 있고, 우리나라도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기 시작하면 코인 간 교환 비율도 나올 수 있다. 그러면 코인간 교환 비율과 환율이 이론적으로 같아야 한다. 스테이블 코인은 각국 통화와 일대일 매치시키는 지급 수단이지만 디패깅 현상이 가끔 나타난다. 이 경우 이중 가격이 만들어져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디패깅 정도가 크지 않고 장기화되지 않으면 재정거래에 의해서 균형가격으로 수렴할 수 있다. 코인런 등 중대한 위기 상황이 벌어지면 우려할 만하지만 이는 외환시장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스테이블 코인이 현재 외국환거래법상 대외지급 수단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모니터링할지가 중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법 체계상 광의의 외국환 관리 시스템에 포섭해서 모니터링해 나가야 한다.

--스테이블코인 모니터링이 쉽지 않다고 하던데.

▲지금은 스테이블코인의 국경간 유출입이 일어날 때 어떻게 할 수 있나. 첫번째 코인 거래소,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개인의 지갑으로 이전된 금액 중 아주 소액은 포착이 안될 수도 있다. 그럴 때 적용할 만한 게 트래블 룰. 100만원 초과하는 금액은 다 모니터링할 수 있는 그런 체제가 돼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한 것은 자금 세탁이나 여러가지 불법 거래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국경간 외환거래와 관련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스테이블 코인의 특성상 은행이라는 게이트웨이를 통해서 우리가 관리하듯이 할 수 없다. 그래서 체계를 잘 정비해야 한다.

--앞으로의 외환시장은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갈 것으로 보나.

▲외환시장이 어때야 하는 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와 같이 은행이라는 게이트웨이를 통한 관리 통제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제는 그 생각을 바꿔야 할 것이다. 관리에서 벗어나 외환시장 기능이 원활하고, 수급이 잘 작동하는지, 매매가 효율적으로 잘 이뤄지는지, 외환거래 편의성이 국민들에 잘 전파되는지 등을 봐야 한다. 즉, 이런 점을 서포트해주면서 외환 시장 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외화자금이 들고 나는 것에 지나친 우려를 갖고 정책 수단으로 관리해왔지만 이제는 좀 바꿔나가야 한다.

--우리 외환시장에서 가장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스테이블 코인처럼 디지털 화폐로 은행을 통하지 않고 유출입되는 규모가 커질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원화가 국제교환성 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이제 24시간 역외 외환시장을 만들려고 하지 않나. 그런데 이 24시간 시장이 억지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외환시장 자체가 24시간 시장이다. 글로벌 금융 중심지인 런던, 뉴욕, 동경 다 자국 통화가 현물환 거래로 24시간 거래되는 것이다. 지금 서울에 24시간 시장을 연다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서울에서 기존 방식대로 24시간 딜러들이 잠 안자고 거래를 하는 것은 외환당국이 24시간 봐야 한다는 마지막 끈을 잡고 있는 셈이다. 이는 완벽한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다.

--외환시장 24시간 개방을 위해 어떤 개선이 필요할까.

▲역외에 원화 결제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그런데 거래는 서울 외환시장을 통해서 하는 것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왜냐하면 달러를 뉴욕 결제 계좌로, 한국은행의 원화 지급 결제시스템과 연결시켜주면 된다. 정부에서 굉장히 진일보한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원화가 교환성통화가 되기 위한 마지막 다리를 건너고 있는 셈이다. 향후 런던, 뉴욕에 원화 현물환 시장을 열면 역외 글로벌 은행들이 원화 예금을 취급할 수 밖에 없고, 이 원화 예금을 어디에, 어떻게 굴려야 하는지 처음에는 막연해서 거래가 잘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과도기적으로 일단 거래를 24시간 서울에서 하고, 원화 역외 결제는 허용해주는 식으로 한번 해보고 큰 문제 없이 거래가 활성화된다면 진정한 역외 현물환 시장이 개설될 수 있는 단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모니터링 추적하고, 관리 통제 및 신고를 받는 현재의 체제를 벗어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원화도 분명 글로벌 통화가 되는 길을 밟고 있다. 이와 별개로 원화 스테이블 코인도 국경간 거래에 쓰이도록 하겠다는 상황이라 이제는 외환시장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것이다.

--외환시장 패러다임이 바뀌는 부분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달라.

▲일단 네 가지 이유다. 첫째, 우리나라가 이미 10여년 전 순대외채권국이 되었고 향후에도 경상수지의 구조적 흑자가 예상된다. 두번째는 국제통화를 위한 원화 국제화 진전이 거의 다 됐다. 세번째는 글로벌 외환시장이 은행간 시장 중심에서 대고객 시장 중심으로 넘어간지 10년 이상 되었다. 네번째는 스테이블 코인과 같은 디지털 화폐가 국경간 거래에 쓰이기 시작하면서 지금 같은 방식으로 계속 모니터링할 수가 없다. 이런 거스를 수 없는 변화의 흐름이 있기 때문에 우리 외환시장은 이제 관리하려고 하면 안된다. 자유 변동환율제도에서 환율이 올라가고 내려가고 해야 한다. 환율이 등락하지 않으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급등락이면 정책적 수단을 동원해서 원인을 찾고 조치를 해야 하지만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자유변동환율제에서 환율은 거시경제 안정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아직도 외환위기 트라우마에 갇혀서 환율이 10원, 20원만 올라도 여기저기서 난리가 나고 또 누군가는 표정 관리를 하고, 반대로 조금만 떨어져도 수출경쟁력 이야기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환율이 급등락하지 않고 거시 경제 안정화 기능을 해주는 것은 바람직하다. 과거 외환 부족 국가 시절의 사고로 접근하면 안된다. 외환시장 수급이 원활히 작동되는지, 환율 가격 형성이 정상적으로 잘되는지 신경써야지 돈이 나가면 신고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는 방식이 언제까지 유효할 수 있겠나.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외국환 거래법 규정도 전향적으로 손봐야 된다고 생각한다.

--역외 원화 수요가 좀 늘어날 것으로 보나.

▲이는 외환시장 측면에서만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금융국제화와 연결해 생각할 문제다. 뉴욕에서 달러-원 현물환 거래가 일어나면 남는 원화는 뉴욕의 어느 글로벌 은행에 파킹될 수 있다. 돈을 그냥 쌓아놓는 은행이 어디있나. 이를 운용해서 몇 프로라도 금리를 받고 싶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원화 연계 상품이 해외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원화의 글로벌 활용도가 점점 높아진다. 원화가 바로 무역과 같은 실물 거래에서 결제통화로 쓰이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원화 연계 금융상품이 나오면 그만큼 해외에서 원화 익스포저가 생기고, 그러면서 원화의 국제적 활용도와 원화 국제화가 자리를 잡게 된다. 달러, 유로, 엔화와 같은 3대 기축통화가 아닌 나머지 25개 국제교환성 통화들은 왜 자국 통화 현물환 시장을 역외에 열고 있겠나. 외환시장이 입체적으로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평면에 놓고 관리하려 했지만, 앞으로는 외환시장이 입체화되면서 외환수급 문제가 줄어들게 된다. 평면에서 들고 나가는 자금을 관리하는 것보다 알아서 저절로 수급이 효율적으로 돌아가게 만들어줘야 한다. 그 자체로 굉장히 큰 의미가 있고, 향후 원화 연계 금융상품이 나오면 우리 금융 산업과 자본시장도 발전할 수 있다. 오랫동안 말로만 해 온 외환시장의 폭과 깊이가 제대로 넓어지는 것이다. 아주 먼 얘기지만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원화를 들고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자본, 금융시장 국제화를 통한 발전이 굉장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대미투자에 따른 환율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한 의견은.

▲미국이 강압적으로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연간 200억달러가 적은 돈은 아니지만 외환보유액 운영 수익으로 대부분 충당할 수 있고, 종합적으로 외환시장에 큰 부담을 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우리가 투자하는 이상 투자로부터 어떤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투자수익 회수가 잘돼야 하고, 수익 배분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기업 차원에서도 새로운 기술과 경험을 쌓을 계기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그 투자금을 확실히 국내로 환류시킬 수 있는 조건이 돼야 할 것으로 본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투자 과정에서 수익은 물론 기술이나 네트워크를 잘 이끌어 내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본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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