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윤시윤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 간 회담을 앞두고 약세를 보이던 엔화가 돌연 방향을 선회하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시장에서는 이날 재무상의 구두개입 강도가 평소보다 높았던 점이 일시적으로 엔화를 되돌리게 만들었다면서도 장기적인 엔화 약세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 구두개입 '우려' 단어 주목…실개입 경계에 엔화 약세 되돌림
엔화는 통화 완화 기대로 계속 약세(달러-엔 환율 상승)를 이어가다 재무상의 구두 개입이 나오자 방향을 급선회하며 되돌림을 나타냈다.
달러-엔 환율은 오전 장중 155.379엔까지 오르며 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으나 구두 개입 이후 154.81엔까지 밀렸다.
환율의 주요 변수는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의 구두개입성 발언이 꼽혔다.
가타야마 재무상은 이날 정기 기자회견에서 "최근 엔화가 외환시장에서 일방적이고 급격한 통화 움직임을 나타나고 있다"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외환시장에서 과도한 변동성과 무질서한 움직임을 철저히 감시할 것이며, 이를 매우 긴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전 구두개입과 달리 당국자의 발언 수위가 높아졌다는 해석에 달러-엔 상단이 막혔다.
구두개입에서 당국자의 '우려스럽다'는 표현은 가장 강도가 약한 '모니터링하고 있다'와 중간 수준의 '예의주시하고 있다'보다 높은 수준의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현재 환율 수준이 문제라는 판단 하에 당국자가 시장 참가자들에 경고등을 켜는 신호로 중앙은행의 달러 매도 및 엔화 매수 등 실제 개입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오후 들어 일본 장기금리 또한 오르며 엔화 약세 되돌림에 일조했다.
이날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한때 1.757%까지 상승하며 지난 2008년 6월 이후 약 17년 반 만의 최고를 기록했다.
일본 국채 3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약 7.47bp 급등한 3.3341%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 장기적인 엔화 약세 추세 이어질 것…BOJ 총재 회담 후 엔저 심화 전망도
엔화 약세가 이날 구두개입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다카이치 총리가 적극적인 확장 재정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도 엔화 약세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다카이치 정부가 17조엔(약 160조4천억 원)대 수준의 경제대책을 논의 중이라며 오는 21일 각의(국무회의)에서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뒷받침할 추경예산은 최소 14조엔에 달해 2013년 아베 신조 전 총리 이후 최대규모다. 특히, 자민당의 중견·젊은 의원들로 구성된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을 추진하는 의원연맹'은 전일 총회에서 추경을 25조 엔 규모로 요구하는 방침을 확인하기도 했다.
일본은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규모가 높은 상황이어서 국채 발행 증가는 엔화 약세를 심화하는 요인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공공부문 부채는 GDP 대비 220%에 달한다. 일본은 민간과 공공부문 총부채 비율은 GDP의 400% 이상으로, 유로존이나 미국, 영국의 약 250% 대비 높다.
다카이치 총리가 BOJ의 금리 인상에 부정적인 점도 엔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선거 전인 지난해 가을경 "지금 금리를 올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언급하는 등 BOJ 조기 금리 인상에 대해 줄곧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우에다 BOJ 총재도 10월 금융정책결정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통화 정책에 대해 새 정부와 소통이 중요하다"며 정부 기조에 협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BOJ는 10월 회의에서 0.5%로 금리를 동결하며 6회 연속 동결을 택했다. 다만,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두 명의 소수의견이 나오며 조기 금리 인상 전망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오후 우에다 총재와 첫 공식 회담을 가질 예정으로, 시장에서는 회담 결과에 따라 엔화가 추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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